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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Oct 18. 2023

[책 후기]'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천문학자가 쓴 천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님은 알쓸인잡에 나오시는 걸 보면서 알게 되었다. 조곤조곤 말씀을 하시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고, 화면에서 보이는 아주 일부의 모습만 봐도 내면이 꽉 찬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방영한 알쓸별잡도 정말 재밌게 봤다. 그리고 방송이 끝나고 심채경 박사님이 쓰신 책이 궁금하여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구입하여 읽었다.


박사님을 티브이에서 먼저 보고 책을 읽어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꼭 박사님이 내 옆에서 다정하게 말해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는 박사님의 가치관, 삶, 천문학에 대한 지식, 정보 이 모든 게 녹아있다. 간결하고 편안하면서 재밌기도 해서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겁게 읽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나도 모르게 마음에 차오른다. 아마 사람들은 적어도 살면서한 번쯤은 우주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가져봤을거다. 나도 그랬다.


우주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는 열정은 없었다.


특별한 관심을 가지면 우주 박물관이나, 천문대에 가보기도 하고 책도 읽어보겠지만, 또 그 정도의 관심은 없었다.


전문적으로 알기 위해 노력하기엔 조금 부담스럽고, 가볍게 보기엔 또 무엇부터 봐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데 심 박사님의 책에 내가 막연하게 궁금했던 우주와 달, 별, 행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의 세계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소행성의 암석 속에서도
다양한 유기물질과 물을 찾을 수 있다.
태양계 초기의 열기가 한풀 가라앉은 뒤,
이제는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지구에 태양계 곳곳에서 물과 유기물질이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바다가 생겨나고 그 속에서 생명이 잉태되었다.
별이 꽃밭을 날 다니며 수분하듯이,
혜성과 소행성, 그리고 작은 먼지 입자들이
지구에 생명을 가져온 것이다.


심 박사님은 처음부터 멋진 동기와 열정을 가지고 천문학자의 길에 들어선 게 아니라 아주 우연히 무엇에 이끌리듯이 천문학과에 들어가게 되셨다.


그리고 본인의 할 일을 묵묵히 하며 길을 걷다 보니 지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해 주는 천문학자가 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길을 가기 위해, 불안한 계약직이라는 부담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셨다.


매 순간 나에게 주어지는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그 모든 경험이 나를 더 넓은 길로 인도해 주고, 모든 경험은 절대 헛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 주리라는 것을.
누구에게나 각자 인생의 흐름이 있을 것이고
 나는 삶을 따라 흘러 다니며 살다 보니
지금 이러고 있다.


그리고 연구를 계속 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겪은 과학자 워킹맘의 고충과 여성 과학자가 받는 차별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이 내용을 그저 비판적으로 적었다기보다,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공감이 된다.


요즘은 사회 분위기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는 남녀 차별에 대한 인식이 있다는 것에 조금 쓰린 마음도 든다.


이 책은 전문적인 과학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상만 적어놓은 에세이도 아니다. 천문학과 천문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합쳐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천문학자의 에세이다.


다 읽고 나니 우리나라가 어떤 과학 연구 발전에 예산을 들이고 있는지, 우리의 세금으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박사님의 책을 읽다보면 많은 국민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관심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말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마음이 전해지고 과학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우리나라도 이제 달 탐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국민들에게 감사한다.
한국형 달 탐사선이 얻은 관측자료를
전 세계와 나눌 차례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성과는
우리나라가 혼자서만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님을 생각한다.
서로의 연구를 공유하고 참조해가며 쌓아온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지구상의 전 인류에게
우리 관측자료를 내어놓을 그날을 기다린다.


이제 달을 보면 예사로 보지 않고 자세히 보게 된다. 원래 달 보는 건 좋아했는데,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달을 보면 내가 이 책에서 본 내용들이 떠오른다. 내가 보고 있는 밤하늘, 별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내가 이 우주 안에 있다는 것이 뭔가 마음에 평안함을 준다.


출처 : 나무위키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내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하면서 내 삶을 사랑하며 살다 보면 내 인생이라는 우주에서 빛나는 별들을 많이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까.
손에 무엇 하나 쥔 게 없어도
콧노래가 흘러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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