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충분히 함께 보내는 시간
지금은 아이 유치원 겨울방학이다.
방학은 총 2주인데, 첫째 주는 가정보육을 하고 둘째 주는 유치원 돌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방학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수지는 지금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치원에서는 정해진 규칙 속에서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도 조금 지쳤던 것 같다. 친구들과 노는 건 너무 좋아하지만 어떤 활동은 힘들다고 말하기도 하고,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어린 수지에게도 휴식과 멈춤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 이 방학은 수지에게 '잠깐 멈춤'의 시간, 그리고 다시 충전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방학의 가장 큰 장점은 아침에 자고 싶은 만큼 늘어지게 잘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출근을 해야 해서 평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지만, 수지는 아직 쿨쿨 자고 있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왠지 모르게 마음 편하고 좋다.
평소 유치원에 가는 날이면 자고 있는 수지를 깨울 때마다 마음 한편이 늘 불편했다. 조금 더 자게 해주고 싶고, 깨우는 게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학이 되니 이제는 자고 싶을 때까지 그냥 두면 된다. 그 덕분에 내 마음도 훨씬 편안해졌다.
내가 한참 출근 준비를 하고 있으면 수지가 느지막이 눈을 뜬다. 바로 일어나지 않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조금 더 뒹굴며 혼자 꼼지락거리며 노는 모습이 참 귀엽다. 그러다 배가 고프다며 일어나고, 그제야 나는 수지의 아침을 챙겨준다.
이번 방학 동안은 나와 남편이 시간을 내어 수지를 번갈아 돌보고 있다. 남편이 수지를 보는 날에는 내가 수지의 아침을 챙겨주고, 여유롭게 식사하는 수지를 바라보며 출근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집을 나서는 날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방학 기간이었던 지난 주말엔 수지와 나 단둘이 집에 있었다. 평소 주말이면 야외로 자주 나갔지만, 그날은 그냥 집에 머물렀다. 수지도 밖에 나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날씨도 너무 추워 집에 있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지는 집에서도 정말 잘 놀았다. 시간이 넉넉하니 그동안 잘 꺼내지 않던 장난감도 꺼내고, 나와 게임도 함께 했다. 젠가도 하고, 메모리 카드 맞추기 놀이도 했다.
수지가 가장 좋아하는 유치원 놀이를 할 때는 수지가 선생님 역할을 맡아 동화책을 읽어주고, 유치원에서 하는 활동 놀이를 나와 함께 하기도 했다.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리고, 만들고 싶은 게 떠오르면 가위로 이리저리 자르고 붙이며 뭔가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놀다 보니 집에서도 시간이 참 잘 흘러갔다. 그것도 아주 알차게.
우리는 집에서 숨바꼭질도 했다. 수지가 술래를 하고 내가 숨었는데, 우리 집에 숨을 곳이 꽤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수지는 숨바꼭질에 푹 빠져 있었고, 나를 찾을 때마다 해맑게 까르르 웃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행복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까지 덩달아 신이 났다.
'방학 때 집에서 뭐 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집에 있어 보니 아이와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았다. 우리는 집에서도 빈틈없이, 충분히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나는 출근을 하고 수지는 유치원에 가느라, 우리가 제대로 함께하는 시간은 오후 4시 반 이후뿐이었다. 하원 후의 저녁 시간은 늘 빠르게 지나갔다. 수지는 밤 9시 전에 잠들기 때문에, 하루에 함께하는 시간은 따져보면 고작 5시간 남짓이었다.
그런데 방학이 되니 수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그래서 참 좋다.
하루 종일 육아를 하면 지치기도 하지만, 즐거워하는 수지를 보고 있으면 그런 피로도 금세 잊힌다. 놀이를 스스로 주도해 가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하다. 무엇보다 평소에는 잘 몰랐던 수지의 새로운 모습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다.
아이의 방학은, 평소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부모에게도 참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이 소중한 시간 동안, 수지와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이 함께하는 시간을 행복하게, 잘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