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을 오늘
이번 주까지 아이의 유치원이 방학이다.
방학 중에도 유치원 돌봄은 운영되어서 수지는 이틀 정도 돌봄 교실에 다녀왔다. 다만 방학 기간에는 차량 운행이 없어 부모가 직접 등하원을 해야 했다.
유치원과 집은 가까워 걸어서 가기에도 충분한 거리다.
그래서 수지의 이동수단인 킥보드를 타고 등하원을 했다.
며칠 전, 수지가 돌봄에 다녀오던 날도 킥보드를 타고 하원했다. 그런데 그날은 날씨가 몹시 추웠다. 하원하자마자 얼른 집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하필 그날 아침에 하원 후 뽑기 하러 가기로 약속을 해 두어서 바로 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
우리는 패딩을 목 끝까지 올리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추위를 뚫고 갈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정작 수지는 킥보드 위에 발만 올려놓고 있을 뿐, 킥보드 손잡이를 끌고 가는 건 온전히 내 몫이었다.
수지는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리는 게 아니라, 엄마가 끌고 가는 킥보드에 탑승해 있다. 그게 수지만의 킥보드 타는 방식이다.
덕분에 나는 수지의 킥보드를 밀며 마치 운동을 하는 기분으로 길을 걸었다. 차가운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한 손으로 킥보드를 끌고 가는 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수지가 흥얼거리며 부르는 노래 때문이었다.
직접 발로 밀고 가지 않으니 숨이 차지 않았고, 여유로웠던 수지는 킥보드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유치원 댄스 시간에 배웠다는 'QWER의 고민중독'이었다.
"쏟아지는 맘을 멈출 수가 없을까
너의 작은 인사 한마디에 요란해져서
네 맘의 비밀번호 눌러 열고 싶지만
너를 고민고민해도 좋은 걸 어쩌니~"
이 가사를 부르는 수지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났다. 얼굴을 아프게 때리던 차가운 바람도, 그 순간만큼은 부드럽게 느껴졌다. 수지의 노래는 내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수지가 여유롭게 노래를 부르며 내 옆에 있다는 게 그저 좋았다. 그리고 즐겁게 노래하는 수지 곁에 내가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다.
그날은 뽑기를 하러 가는 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수지의 노래를 듣기만 했다.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그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킥보드를 타고 하원하고, 뽑기를 하러 가는 그 평범한 순간이 참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언제나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이런 때인 것 같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좋은 순간들.
자주 누릴 수 있어서 더 감사한 행복들.
늘 내 곁에 가까이 있는, 기분 좋은 순간들.
나는 이런 순간에서 오는 행복을 언제나 기쁘게 받아들인다.
아이와 킥보드를 타고 하원하는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지나가는 시간 속 한 장면이라는 걸 알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나가는 시간 중 하나다. 오늘 같은 하루는 두 번 다시 똑같이 보낼 수 없다. 매일의 하루하루는 모두 유일하고 특별하다.
그걸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소중하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