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웃음소리로 채운 놀이터
지난 주말, 우리 세 식구는 거제 식물원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는데, 아이가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했다.
조금 피곤하기도 했고 졸음도 몰려왔지만, 오후 시간이 아직 넉넉하게 남아 있었고 무엇보다 수지의 말을 쉽게 외면할 수 없어서 우리는 다시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수지는 처음엔 혼자 그네를 타더니 금세 재미가 없어졌는지 우리에게 얼음땡 놀이를 하자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 있고 싶었지만, 함께 놀고 싶어 하는 수지를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우리 부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얼음땡 놀이를 하며 놀이터를 뛰기 시작했다.
처음 술래는 남편이었다.
수지는 술래인 아빠가 가까이 오면 “얼음!” 하고 외치며 제자리에 멈췄다. 어디서 배웠는지, ‘얼음’을 할 때면 손을 엑스자로 만들어 가슴 위에 살포시 올려두었다.
내가 달려가 ‘땡’을 해주면 수지는 세상에서 가장 신난 표정으로 해맑게 웃으며 다시 놀이터를 뛰어다녔다.
술래는 늘 수지만 쫓아다녔고, 수지만 ‘얼음’을 했다.
술래가 아닌 사람은 수지에게 가서 ‘땡’을 해주는 단순한 루틴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 부부는 일부러 수지만 집중적으로 쫓아다녔고, 수지는 도망치며 무척 즐거워했다.
아무도 없던 고요한 놀이터는 어느새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처음엔 피곤해서 더는 못 뛰겠다고 느꼈는데, 뛰다 보니 신기하게도 힘이 났다.
오히려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았고, 나름 운동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상쾌해졌다.
남편도 뛰는 내내 웃고 있었고,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수지는 뛰어다닐수록 표정이 점점 더 밝아졌다. 해맑게 웃는 수지의 얼굴을 보니 조금 전까지 무겁게 내려앉아 있던 피로가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세 식구가 함께 얼음땡을 하며 뛰어다니던 그 순간이 행복으로 다가왔다.
‘지금 이 순간, 참 좋다.’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체력이 되는 한, 수지와 자주 이렇게 뛰어다니며 놀고 싶다.
마음과 달리 몸은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지만, 오히려 수지와 함께 놀면서 체력은 더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세 식구가 웃고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던 놀이터의 시간, 그 순간 티 없이 맑게 웃고 있던 우리 가족의 모습이
행복한 장면으로 마음에 남았다.
이 날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며 이런 장면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선물 같은 기억들이 매일 차곡차곡 쌓여간다.
떠올리면 웃음이 나는 추억이 많다는 것, 그런 추억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이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