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만 있어도 힘이 되는 존재
어제는 남편이 야간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해 낮 동안 잠을 잤다. 내가 수지를 하원시키고 집에 왔을 때도 남편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남편이 잘 때는 방에 들어가지도, 일부러 깨우지도 않는다. 푹 자고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그대로 두는 편이다.
보통은 내가 수지를 데리고 집에 와서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남편이 잠에서 깼다며 거실로 나왔었다. 그런데 어제는 많이 피곤했는지, 나와 수지가 저녁을 먹고 뒷정리까지 마칠 때까지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자고 있는 남편은 그대로 두고, 나와 수지는 거실에서 단둘이 시간을 보냈다. 요즘 색종이 접기에 푹 빠진 수지는 어제도 종이를 접으며 한참을 놀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참 후 남편이 방에서 나왔다. 느지막이 일어난 남편은 조금 늦은 저녁으로 라면을 먹을 거라고 했다. 남편이 라면을 끓여 식탁에 앉자, 수지는 색종이를 들고 아빠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아빠에게 아이스크림 모양을 접어 주겠다며 조용히 종이를 접기 시작했다. 남편은 식사를 하고, 수지는 그 옆에서 말없이 종이접기를 했다.
각자 할 일을 하면서도 함께 있는 그 모습이 괜히 더 귀엽게 느껴졌다. 아직 피곤이 다 가시지 않은 아빠 옆에서 수지는 귀여운 에너지를 한껏 내뿜고 있었다. 마치 수지의 에너지가 피곤에 지친 아빠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그 기운은 충분히 전해지는 듯했다.
수지는 아빠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일부러 더 함께 있어 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말없이 종이를 접는 수지와 말없이 식사를 하는 남편.
수지가 아빠 옆을 지켜 주고 있는 것 같아 그 모습이 유난히 사랑스러웠다.
남편은 수지를 옆에 두고 식사를 마친 뒤, 그날 밤에도 야간근무가 있어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아빠가 밥을 다 먹고 나서야 수지는 내 곁으로 돌아와 다시 종이접기를 이어갔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수지의 존재 자체에는 분명한 힘이 있다. 몸이 피곤할 때도, 기운이 바닥날 때도 수지가 옆에서 귀여운 에너지를 마구 내뿜으면 그 덕분에 조금 더 힘을 내게 된다.
아이는 부모의 기운을 가져간다고들 한다.
그 말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아이의 에너지는 늘 넘치기에 아이와 함께하려면 부모는 온 힘을 다 써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는 에너지만 가져가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스럽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끊임없이 건네준다는 것이다.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아이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그 힘으로 우리는 매일 육아를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우리 곁에 수지가 있어서 참 감사하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 아이가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