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행복한 일은 항상 있다

내 곁에 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by 행복수집가

이번 주말엔 남편은 출근했고 나와 아이 둘만 집에 있었다. 토요일엔 수지 친구와 놀러 갈 계획이었으나 수지가 새벽에 열이 나서 약속은 취소하고 토요일 아침부터 병원에 갔다.


다행히 열이 다시 나진 않았고 수지는 일반 코감기였다. 콧물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컨디션은 좋았다. 병원 진료받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놀이터에서 놀았다. 이날은 별다른 일 없이 그냥 이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오전에 약국에 갈 일이 있어서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놀이터에서 놀았다.


놀이터에서 놀다 보니 오전 시간은 놀이터에서 다 보내게 되었다. 이번 주말은 아이 감기 때문에 어디 멀리 가지도 못하고 집 근처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평범하게 보내겠구나 싶었다.




놀이터에서 잘 놀고 점심 먹을 때가 돼서 집으로 들어왔다. 점심 먹고 나서 수지는 낮잠 시간이 되었는데 오늘은 유독 안 자려고 했다.


그래서 낮잠 재우는 건 포기하고 그냥 놀게 놔두었다. 수지는 거실에서 놀고 나는 쉬고 싶어서 수지에게 “엄마는 좀 잘게.”라고 말하고 누워 있었다.


수지는 거실에 혼자 나가더니 뭘 하고 노는 건지 뭐라 뭐라 말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뭘 만지고 꺼내는 소리도 들렸다. 수지가 혼자 있어도 잘 노는 것 같아서 난 별 걱정 안 하고 그 시간에 잠시 편하게 누워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고 수지가 나를 불렀다.


수지 : 엄마 엄마~

나 : 수지 왜?

수지 : 수지 무서워

나 : 왜 무서워?

수지 : 수지 거실에 혼자 있어서 무서워

나 : 그럼 엄마한테 와, 이리 와.

수지 : 엄마가 수지 옆에 오면 되지~


이 말에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그래서 침대와 하나 되어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서 거실에 나갔다.


거실에서 마주한 수지는 새우깡을 먹고 있었고 새우깡 만진 손으로 얼굴을 만져서 얼굴엔 여기저기 새우깡 가루가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수지 혼자 있어서 무서워떠? 엄마랑 집에 같이 있는데 왜 무서워~”라고 말하니 수지가 이 와중에 답을 또박또박 똑똑하게 이렇게 말했다.


“수지는 거실에 있고 엄마는 방에 있었잖아. 거실에 수지 혼자 있으니까 무서워떠”라고.


요즘 정말 한마디도 안 지고 똑똑하게 말하는 수지다. 이렇게 말하는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내가 막 웃으면서 “그래떠?” 하고 꼭 안아주며 얼굴에 묻은 새우깡 가루를 닦아 주었다.




그렇게 거실에 같이 있는데, 뭔가 너무 심심했다. 주말 동안 내내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막상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더 심심했다.


내가 심심해서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 너무 심심한데? 아 심심하다~”라고 하니 수지가 “엄마 심심해?” 하고 쳐다봤다.


그러다가 내가 요즘 기분전환이 필요하거나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할 때 듣는 노래가 번뜩 생각났다. 그 노래는 정국의 ‘Seven’이다. 요즘 이 노래에 완전 꽂혀서 자주 듣기도 하고 내 벨 소리마저 이걸로 바꿨다.


기분이 다운돼 있다가도 이 노래를 들으면 흥이 나고 신난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발을 까딱 거리고 몸을 흔들거린다.


마침 심심하던 참에 ‘Seven’ 노래가 생각나서 갑자기 노래를 틀고 아무렇게나 춤을 췄다.


수지도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노래를 틀고 “수지야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야!” 라고 하면서 막춤을 췄다. 난 춤을 정말 못 춘다. 아무렇게나 추는 것도 어떻게 춰야 할지 몰라서 삐걱거린다.


그런데 아이 앞에서는 눈치 볼 일도 없고 의식할 것도 없다 보니 그냥 내 맘대로 팔 흔들고 엉덩이 흔들고 다리 흔들면서 신나게 막 춤을 췄다. 그러니까 수지도 이런 나를 보고 깔깔거리고 웃으며 같이 춤을 췄다.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내 동작을 수지가 보고 따라 하기도 하고, 수지도 음악에 리듬을 타면서 자신만의 춤을 즐겼다.


수지가 춤을 같이 추니 나도 더 신났다. 우리 모녀는 노래를 무한 재생하며 한동안 신나게 춤을 췄다. 이 와중에 수지가 나보다 더 춤을 잘 추는 것 같았다.


그동안 수지가 아이돌 언니들 보면서 춤을 막 따라 하더니, 그동안 쌓은 연습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조그마한 아이가 엉덩이도 흔들고 게 다리 춤도 추는 게 예사롭지 않다.


그런 수지가 정말 못 견디게 귀여워서 난 춤을 추다 말고 소파에 앉아서 수지 춤 구경을 하며 한참을 웃었다.


춤의 시작은 나였으나, 어느새 수지가 더 열정적으로 추고 있었다. 너무 귀여워서 수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심심하다는 엄마를 위해 더 열심히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웃으니까 수지도 같이 웃고 내 앞에서 재롱부리듯이 춤을 춘다. 사랑스러움 한도 초과였다.




수지와 한참같이 춤을 추고 웃다 보니 어느새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 심심해~’ 하며 지루해하고 있었는데 아이와 춤을 추면서 웃다 보니 즐거워졌다.


이때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즐거운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다 보니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전까지 했던 심심하다는 생각이 날아가고 없었다.


그 순간엔 웃는 아이와 나만 있었다. 한낮에 우리 모녀는 이렇게 춤 파티의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남편이 퇴근하고 왔다. 내가 심심했다고 하니, 남편이 노을이라도 보러 가자고 했다. 노을 보기에 좋은 카페가 생각나서 늦은 오후 우리 세 식구는 카페 나들이를 갔다.


이 카페는 처음 갔을 때도 정말 이쁘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오랜만에 가도 여전히 좋았다. 앞에 막힌 것 없이 탁 트여 있어서 저 멀리 하늘도 잘 보인다.


오늘 해는 구름에 가려서 해지는 풍경을 잘 볼 순 없었지만, 그래도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 그 풍경 그대로 좋았다.


카페에 가서 수지도 좋아했고 나도 기분전환이 확실히 됐다. 이쁜 카페에서 아이가 고른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세 식구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 그냥 행복했다.


이런 시간이 일상에 설탕을 살짝 뿌려주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뭔가 별로 한 게 없다고 생각한 주말인데, 글을 쓰다 보니 이번 주말도 행복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잊지 못할 수지와의 대 환장 춤 파티, 그리고 잠시 해외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이쁜 카페에서의 추억이 행복으로 마음에 남았다.


이 행복한 기운으로 다시 시작되는 평일의 일상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매일 행복한 일은 항상 있다는 걸 또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