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떠오른 우리 목소리
며칠 전 저녁, 남편은 저녁 근무를 나갔고 나와 수지 둘만 집에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함께 놀고 있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할 때는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 편이라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별일은 없고 그냥 전화했다고 했다.
지금 뭐 하고 있냐는 질문에 수지와 종이접기 놀이를 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남편이 수지를 바꿔 달라고 했다.
“수지야, 엄마랑 잘 놀고 있어?”
“응.”
“엄마랑 싸우지 말고 잘 놀고 있어~”
“응.”
“오늘 잘 자고, 내일 우리 여행 가자.”
“응.”
(이다음 날은 부산 여행을 가는 날이었다.)
“수지야, 우리 내일 만나.”
“응.”
수지는 아빠의 말에 계속 “응” 하고만 대답했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왜 그렇게 귀여운지,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나왔다.
통화를 끊고 나서 나와 수지는 종이접기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수지를 재우고 거실에 나와 핸드폰을 보니, 남편에게서 카톡이 와 있었다.
“아까 힘들었는데 너네 목소리 들으니까 힘이 났어.”
남편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전화한 게 아니었다.
뭔가 힘든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힘들 때 우리 생각이 났고, 우리 목소리를 들으니 힘이 났다는 그 말이 괜히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남편에게 힘이 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힘이 될 수 있는 존재라니. 남편 마음속에 우리가 얼마나 크고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남편에게 “힘이 났다니 다행이다! 힘들 땐 언제든지 전화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은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날 남편이 정확히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만으로도 육체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에 정신적으로도 분명 쉽지 않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나와 수지를 떠올리고, 우리 목소리가 힘이 됐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참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날 남편의 한마디는 나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내가 남편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기쁘고 감사했다.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 그 사실이 참 행복하게 느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