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놀아도 괜찮다
나는 아이 하원을 아파트 후문에서 한다. 그때 버스에서 함께 내리는 아이들이 세 명 있는데 수지보다 한 살 많은 언니, 오빠들이다.
아이들은 하원 후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놀이터에서 놀다 간다. 그 세명의 아이들은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그런지, 놀이터에 가면 셋이 똘똘 뭉쳐 잘 논다.
수지도 함께 끼여 놀고 싶어 하지만, 워낙 세명의 관계가 단단해서 그 무리에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수지가 언니, 오빠들 주위를 맴돌아도 아이들은 노는 데에 정신이 팔려 수지를 잘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그 모습을 한동안 지켜봤다. 아이들이 수지를 일부러 외면하는 건 아니다. 같은 유치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오래 알고 지낸 아이들끼리 이미 충분히 친하다 보니, 새로운 인물인 수지에게까지 시선이 닿지 않을 뿐이다.
한동안 수지는 “언니, 오빠가 나랑은 안 놀아줘” 하며 섭섭해했다.
“가서 같이 놀고 싶다고 말해볼까?”라고 내가 묻자, 수지는 부끄럽다며 대신 말해달라고 했다.
내가 말하면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얘기를 해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수지도 같이 놀고 싶대.” 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지만, 아이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이들은 수지와 놀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재미있어 보였고, 나는 더 말을 보태지 않았다.
그리고 수지에게 말했다.
“언니, 오빠들이 지금은 수지랑 안 놀고 싶은가 봐. 이미 많이 친해서 그럴 수도 있어. 괜찮아. 엄마랑 놀자.”
억지로 끼워 넣는다고 좋은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꼭 같이 놀아야만 즐거운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어떤 날은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와도 금세 친해진다. 그런데 매일 마주쳐도 가까워지지 않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고, 그 다름은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놓아두기로 했다. 같이 놀면 노는 대로, 혼자 놀면 노는 대로.
수지가 혼자 놀아도 나는 괜찮았다. 수지는 혼자 놀다가도 나와 눈을 맞추며 웃고, 간식을 가져가고, 나에게 와서 무언가를 쫑알거리다 다시 뛰어가서 논다.
나는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수지를 바라본다. 수지는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엄마가 지켜보고 있고, 반응해 주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걸 수지는 안다.
그 믿음 안에서 수지는 편안하게 놀았다. 마음은 엄마의 울타리 안에 있으니 자유로웠다.
어느 날부터 수지는 더 이상 “안 놀아줘”라며 속상해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 방식대로 잘 놀고 있었다. 꼭 어떤 무리에 속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걸 아이도 알아가는 것 같다.
놀이터에서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함께 노는 법, 양보하는 법, 다투었다가 화해하는 법. 그리고 나와 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까지.
모두가 나와 놀아야 할 의무는 없다. 아무리 어린아이여도 각자의 생각과 취향이 있다. 모두와 잘 어울리는 아이도 있고, 혼자가 편한 아이도 있다. 낯선 아이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도 있고, 금세 친구가 되는 아이도 있다.
그 속에서 수지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어제도 언니, 오빠들이 놀아주지 않아 수지는 혼자 놀았다. 그런데 얼굴에 그늘은 없었다. 그저 해맑았다.
수지는 그네 울타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나를 불렀다.
내가 웃자 수지도 따라 웃었다.
혼자 놀든, 같이 놀든 수지가 웃으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