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둘이 보낸 저녁
이번 주는 4일 내내 남편이 저녁 근무라, 저녁마다 나와 수지 둘만 집에 있었다.
그동안 저녁도 둘이서 먹었는데, 어제 메뉴는 닭강정이었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렀다가 닭강정을 보고는 너무 먹고 싶은 마음에 사 왔다.
수지에게는 카레밥과 다른 반찬들을 챙겨주고, 혹시 닭강정이 매울까 봐 조금만 덜어주었는데 수지는 물을 연신 마시면서도 닭강정을 어찌나 잘 먹는지 결국 두 번이나 더 리필해 주었다.
수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같이 먹는 나도 덩달아 더 즐거워졌다. 함께 맛있는 걸 먹는 기쁨이 분명히 있다.
저녁을 잘 먹고 뒷정리를 마친 뒤, 거실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 수지 옆에 앉아 빨래를 갰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그저 평범한 저녁 풍경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수지가 없었다면, 나는 혼자 저녁을 먹고 혼자 집안일을 하고 있었겠지. 조금은 외로웠겠다.’
육아를 시작한 뒤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좀처럼 갖기 어렵다. 그래서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반갑고 참 좋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역시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것이다.
함께 자고, 먹고, 놀고, 하루를 나란히 보내는 일이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는 아이 없는 일상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가 내 삶을 더 풍요롭고 환하게 만든다.
함께여서 좋은 마음과, 혼자라서 좋은 마음. 그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산다. 그리고 그 두 시간 모두가 참 귀하다.
어제는 특히 ‘아이와 함께라서 참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옆에 나란히 앉아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도, 내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혼자 잘 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도, 소꿉놀이를 하며 쫑알쫑알 이야기를 쏟아내는 얼굴도 모두 사랑스러웠다.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는 자각, 그 자체가 곧 행복이었다.
남편이 저녁 근무를 가고 집에 없을 때, 내가 혼자였다면 몸은 조금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집 안은 조금 적막했을 것이다.
수지와 함께 있으니 집 안은 빈틈없이 따뜻해진다. 사랑스러운 온기로 가득 차서, 외로움은 발도 들일 틈이 없다.
아이와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수지가 잠든 뒤 찾아오는 나만의 시간은 더 깊고 더 고요하게 다가온다.
아이와 함께하는 기쁨,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감사.
그 모든 것을 동시에 품고 사는 지금을 나는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 매 순간의 소중함을, 오늘도 마음 깊이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