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나로 느낀 아이의 성장

아이의 레벨업을 지켜보는 시간

by 행복수집가

내 아이는 집 밖에서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집 안에서 노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지난 주말에는 집 밖에 나가지도 않고 하루 종일 집에서만 놀았다.


“놀이터 갈까? 산책 갈까? 마트 갈까?”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아니, 안 갈 거야.”


수지에게도 집에서 편하게 쉬며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집순이 성향이 분명한 수지는 집에서도 참 잘 논다.


편하고 익숙한 집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팝잇 게임기를 꺼냈다.
예전에 사두었던 건데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더니,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찾아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수지가 다섯 살쯤 되었을 때 샀던 것 같다. 그때보다 두 살 더 자란 지금, 이 게임도 훨씬 능숙하게 한다.


팝잇에 불빛이 들어오는 부분을 손으로 누르기만 하면 되는 게임인데, 나름 레벨이 있어서 한 단계씩 올라갈수록 점점 어려워진다. 예전에는 3단계쯤 가면 틀리고 어려워하던 아이가 이제는 10단계도 거뜬히 넘긴다.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수지가 소리쳤다.

“엄마! 지금 일레븐이야! 투엘브야!”

(이 게임기는 영어로 레벨을 말해준다.)


수지는 그렇게 레벨 업하는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며 세상 편안한 자세로 게임을 했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진짜 아기가 아니라 어린이구나.’


아이의 성장은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느껴진다.

그래도 여전히 귀엽다. 엎드린 채 민첩한 손놀림으로 팝잇을 꾹꾹 누르며 열심히 게임하는 모습이 내 눈에는 귀엽고도 신기하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어떤 규칙을 이해하고 익혀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수지가 내 뱃속에서 나오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의 모습을 기록하고, 관찰하고, 지켜봐 왔다. 그래서인지 아이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늘 놀랍고 새롭다.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아이의 성장은 더 깊이 와닿는다.
아이는 아주 작은 부분부터 눈에 띄는 변화까지, 날마다 자라고 있다.


씨앗 하나를 심으면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며 커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것만 봐도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는데, 내 아이가 한 인간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신비로움을 넘어 경이롭다.


게임 하나 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까지 하는 내가 조금 주책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게임을 잘하는 내 아이의 모습조차 처음 보는 것이라 그저 신기하고 기특하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많은 모습들은 대부분 처음 보는 장면들이다. 그리고 그 ‘처음’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늘 놀라고, 기뻐한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은 나에게 새로운 활기를 준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 곁에서 엄마로, 한 사람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우리는 함께 자라고 있다.


우리 같이 무럭무럭 잘 커보자. 문득 그런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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