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했던 하루가 잘한 일이 되는 순간
어제저녁, 우리 세 식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 소파 앞에 모여 앉았다. 잠들기 전까지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다.
그때 수지가 색색깔의 동그란 스티커를 들고 오더니 나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 잘한 거 뭐 있어? 내가 칭찬 스티커 줄게.”
수지는 스스로 칭찬할 일을 말해보라며 스티커를 나눠주겠다고 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엄마는 수지 우동도 만들어주고, 아빠 불고기도 만들어주고, 설거지도 했어. 엄마 잘했지?”
내 말을 들은 수지는 “응, 잘했네!” 하며 스티커 두 개를 내 손에 붙여주었다.
그리고 이번엔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도 오늘 잘한 거 말해봐.”
남편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는 오늘 수지 데리러 가고, 수지랑 같이 스케이트 놀이도 했어.”
그러자 수지는 아빠에게도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처음엔 수지가 말해보라 해서 별생각 없이 이야기했는데, 말을 하고 보니 내가 오늘 잘한 일을 스스로 떠올리게 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스스로에게 칭찬할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긍정 회로에 불이 켜지는 것 같았다.
나는 수지에게도 오늘 잘한 일을 말해보라고 했다. 수지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말했다.
“수지는 오늘 유치원 간 것만으로도 대단해. 그거 잘한 거야!”
수지는 내 말을 듣고 미소를 짓더니,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나 오늘 유치원에서 밥 엄청 잘 먹었어. 회색이 다 보일 정도로 먹었어.”
수지가 말한 ‘회색’은 식판 바닥을 뜻했다. 식판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하게 다 먹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우리 부부는 "수지 너무 잘했네!"라고 크게 칭찬해 주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각자 스스로를 칭찬할 일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칭찬하며 뿌듯함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칭찬이라고 하면 보통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도 분명 칭찬이었다. 오히려 타인에게서 듣는 것보다 더 기분 좋고 뿌듯하게 느껴졌다.
이날을 계기로 앞으로도 ‘셀프 칭찬’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에 가족이 함께 모여 “우리 오늘 잘한 게 뭐 있지?” 하고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아마 밥을 잘 먹은 일, 유치원에 간 일, 신나게 놀았던 일, 식사를 준비한 일, 집안일을 한 일처럼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반복하던 일들이 하나둘 떠오를 것이다.
‘오늘 뭘 잘했지?’ 하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런 일들은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가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의식하고 바라보니 우리가 매일 해내는 일들이 사실은 ‘잘한 일’이고, 우리의 노력과 정성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사실 우리의 삶은 이런 반복되는 일상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을 성실하게 해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하루와, 삶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와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도 스스로 자신이 잘한 일을 떠올리면서 자존감이 건강하고 단단하게 자라지 않을까.
그리고 나 역시 내가 잘한 일을 떠올리며 나 자신을 많이 칭찬해 주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어른이 되고 싶다. 나 자신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타인에게도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것이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나아가는 작은 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