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하는 산책과 독서
회사에 있을 때 특별한 일 없는 점심시간에는 책 한 권을 들고나가서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점심 산책과 벤치 독서는 나의 취미이자 루틴이 되었는데, 지금은 책 읽는 나만의 아지트 공간도 생겼다.
강변 옆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있는 벤치인데 조금 구석에 있기도 하고 산책로와 구분된 공간이라 지나다니는 사람도 잘 없다.
그리고 낮이어서 그런지 그 시간에는 놀이터에 아이들도 없다. 늘 그곳은 갈 때마다 아늑하고 조용해서 집중해서 책 읽기에 좋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놀이터 주변을 감싸고 있는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계절이 지나면서 색이 바뀐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려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습을 보면 황홀하기도 하다. 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나타내는 자연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책을 읽다가 내가 좋아하는 이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벤치 뒤편에 낙엽이 가득 떨어진 나무 밑에서 까치들이 먹이를 찾아 먹느라 부스럭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에도 부스럭 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그 공간은 까치의 발소리가 크게 들릴 만큼 한적하고 조용하다. 정말 책 읽고 휴식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그리고 벤치에서 책을 읽다 보니 하늘에 구름이 움직이면서 내가 앉아 있는 벤치가 어두워졌다가 또 구름이 물러가서 햇살이 드리워지면 밝아진다.이렇게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를 반복했다.
꼭 하늘 조명 아래에서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하늘이 잠시 어둡게 했다가 또 밝게 했다가 하며 나에게 조명을 비춰주는 것 같았다.
이 벤치는 내 사유공간은 아니지만 점심시간 동안은 내 맘대로 내 아지트로 정했다. 이곳은 이렇게 점심시간마다 내가 찾는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다.
점심시간 벤치 독서하는 시간에 꽤 많은 양의 책을 읽는다. 그 시간에 보통 30분에서 40분 정도 책을 읽으니 적은 시간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내 마음에 남는 문구들, 생각들, 지식들이 나의 정신과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점심 식사를 하고 배도 부르고, 마음의 양식도 가득 채우는 시간이다.
책을 읽다가 다시 사무실 복귀할 시간이 되면 강변 산책길을 걸으며 다시 회사로 들어간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내 얼굴을 정면으로 강타하는 세찬 바람 때문에 눈을 뜨고 앞을 제대로 보며 걷기가 힘들었다.
‘아, 오늘 바람이 너무 차갑구나’ 하며 시린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데 길바닥에 떨어져 있던 많은 나뭇잎들이 바람에 밀려 내가 있는 방향으로 마구 빠르게 밀려왔다.
한 번에 많은 나뭇잎이 굴러오니 나뭇잎이 데구루루 굴러오는 소리도 꽤 컸다. ‘와다다다다’ 하는 느낌으로 수많은 나뭇잎이 굴러오는데 그 모습이 꼭 100m 달리기하는 선수들 같았다.
빠르게 달려오는 나뭇잎을 보고 달리기 경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웃음이 나왔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 재미도 느끼고 평안도 느끼고 쉼도 누리며 알차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연과 가까이하면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 포근함과 평안함을 준다.
사무실에서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긴장됐던 마음이 이완되기도 하고, 바람 소리, 새소리, 그리고 맑은 공기가 나의 정신과 마음도 맑게 깨워주는 것 같다.
점심시간의 벤치 독서와 산책이 나의 하루 중 내 에너지를 가장 많이 충전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오롯이 나 혼자,
나로 존재하며
나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이 순간을 느끼고 체험한다.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 있는 나에게
집중할 때 내 마음이
잔잔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오후를 잘 보낼 힘을 얻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