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만나는 다채롭고 재밌는 세상
만 3살인 수지는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지구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지구다! 우리가 지구에 살고 이찌~”라고 말한다. 수지가 지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아주 단순하다.
지난번 대구 기상과학관에 갔을 때 큰 지구본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나와 남편이 이쁘다고 감탄하며 "수지야 이게 지구야. 우리가 여기 지구에 살고 있는 거야."라고 스치듯 말했다. 그때 수지는 지구에는 별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런데 며칠 뒤 티브이에서 우연히 지구영상을 보게 됐는데, 수지가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지~”라고 말했다. 순간 놀라서, "수지가 지구를 알아?"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기상과학관에서 알려준 걸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구를 알게된 수지에게 지구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어서 어느 날 하루는 지구 영상을 틀어서 수지와 같이 봤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지구 영상을 보는데 정말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내가 우리 집 거실에서 티브이로 이 지구를 볼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감사했다. 수지도 지구영상에 집중하며 흥미롭게 봤다.
영상을 보던 수지는 "우리 집이 지구에 있는 거야?"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래서 "응! 우리 집도 지구에 있는 거야. 신기하지? 수지야, 지구 보니까 어때?"라고 하니, "이쁘다"라고 말했다.
지구를 보며 이쁘다고 하는 아이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4년이 돼 가는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이 신비로운 지구를 보면서 이쁘다는 말을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아이와 지구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왠지 감격적이기도 했다.
수지가 지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알 순 없지만, 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이 지구 안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아름답게 상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면 그것에 대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상상하며 아이의 세상이 더 다채로워지는 것 같다.
아이는 이것저것 궁금해하며 물어보는 것이 많은데, 그럴 때 '이걸 설명해도 수지가 알아듣겠어?' 하는 생각이 잠시 들 때도 있다. 그럴 땐 바로 그 생각을 접어두고 아이가 물어보는 것에 나름 잘 대답해 주려고 노력한다. 아이라서 모르겠지 하고 대충 말하지 않고, 내가 아는 대로 알려준다.
수지가 지금 궁금해하는 것들은 크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만, 지금 이 시기의 수지가 자기만의 해석으로 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정답을 알기 전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상하고 받아들이는 세상이 훨씬 더 재밌고 즐거울 것 같다.
수지는 구름을 보고 "솜사탕 같아, 가서 먹어보고 싶다"라고 말을 하며 솜사탕을 떼어먹는 시늉도 하고, 나뭇가지에 나뭇잎이 다 떨어진 걸 보고 “나무가 랜덤(?) 머리 됐네!”라고 말한다. 아직도 수지가 말하는 랜덤머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수지만 아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나뭇잎이 없는 나뭇가지는 수지 용어로 랜덤머리다.
이렇게 아이는 자기만의 시선으로 이 세상을 재밌게 바라본다. 자유롭게 상상하며 그 어떤 틀에도 갇혀 있지 않다. 이런 자유로운 아이의 사고를 틀에 가두고 싶진 않다.
마음껏 상상하는 아이를 옆에서 보며
아이가 만든 상상의 세계에서
나도 해맑게 뛰어다닌다.
아이의 생각을 따라가면
생각지 못한 웃음선물을
항상 가득 받는다.
아마 기상과학관에 가지 않았다면 아직도 수지는 지구가 뭔지 모를 수도 있다. 나도 기상과학관에서 지구본을 보고 나서야 수지에게 지구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늘 보고 알던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박물관이나 과학관 같은 곳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 가야 부모도 평소에 잘 안 하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아이에게 하게 된다. 아이와 같이 다니다 보면 부모인 나도 좀 더 호기심을 가지고 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제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된 수지는 이전에는 멋모르고 그냥 맛으로 먹었던 지구젤리도 “우리가 지구에 살고 이찌! 이거 지구지?”라고 한마디 하며 지구젤리를 먹는다.
새로운 걸 알게 되면 재밌어하며 계속 이야기하는 아이가 귀여워서 또 다른 새로운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하나하나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게 행복하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나도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