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손녀의 우정
설 명절 마지막날 오후에 친정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그날 남편은 근무하는 날이어서 퇴근하고 바로 오기로 했고, 나는 수지를 데리고 오후에 먼저 친정에 가 있었다.
친정에 가면 친정 아빠가 늘 수지와 온몸으로 잘 놀아주신다. 그 덕분에 친정에 있는 동안 나는 잠시 아이에 대한 신경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있는다. 아이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할아버지와도 친구처럼 논다.
할아버지가 수지의 시선에서 같이 바라보고, 수지의 말에 같이 맞장구 쳐주며 수지가 하자는 대로 놀아주니 수지와 친정 아빠가 노는 걸 보면 꼭 친한 친구와 노는 것 같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놀며 웃는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운다. 그럴 때마다 행복한 공기로 가득해지는 것 같다.
나는 수지가 노는 동안 잠시 글을 쓰기도 하고, 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러는 동안 수지가 할아버지와 방에서 한참 안 나오길래 뭐 하나 하고 봤더니 할아버지는 방바닥에 누워 있었고, 수지는 엎드려서 방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아빠에게 "뭐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아빠는 "지금 수영하는데 내가 물에 빠져서 수지가 구해주는 놀이"라고 했다. 놀이 주제도 정말 귀여웠다.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언제나 새로운 놀이를 창조해서 하는 아이와, 그 놀이에 맞춰서 온몸을 던지는 할아버지의 모습. 이 조합은 정말 사랑이다. 그렇게 수지는 물에 빠진 할아버지를 구해주고, 할아버지는 또다시 물에 빠지기를 반복했다.
모든 식구가 수지를 많이 이뻐하고 잘 놀아주는데, 할아버지는 조금 더 특별하다. 아이 앞에서 혀 짧은 귀여운 발음도 내고, 아이를 안고 그네를 태워주기도 하고, 수지가 하라면 하라는 대로 모든 걸 다 받아주고 놀아주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를 수지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할아버지와 손녀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친정아빠가 있어서 나도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는 게 더 즐겁고 마음이 편하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갈 때마다 좋은 친정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손녀를 향한 사랑이 넘쳐흐르는 친정은 더 편안하고 포근하다.
친정을 다녀오면 사랑을 가득 받아
행복으로 충전된다.
사랑이 가득한 곳에 늘 행복이 있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내가 어떤 모습이든 늘 변함없이 사랑으로 품어주는 친정이 있어 항상 마음이 든든하다.
부모님이 내 곁에 이렇게 계셔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자주 느낀다. 내 아이와 할아버지가 행복하게 웃으며 노는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