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손녀의 신발을 씻어주는 친정아빠의 마음

작은것도 살피고 챙기는 사랑

by 행복수집가

오늘은 아이와 오후에 친정을 다녀왔다. 아이와 집에서 별일 없이 조금 심심하게 보내고 있었는데, 마침 친정 아빠가 수지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오늘 친정에 가겠다고 했다.


친정 아빠는 일 마치고 우리 집에 들러서 우리를 태워 간다고 하셨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수지를 기다린 할아버지는 수지를 보자마자 두 팔 벌리고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그 마음이 다 느껴졌다.


그리고 친정집에 도착하니, 친정 엄마가 공주 왔냐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이를 볼 때마다 환하게 웃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면 나도 행복해진다.


수지는 외갓집에 자주 가다 보니 이제 자기 집인처럼 편하게 지낸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다 알아서 자기가 놀 거리를 다 찾아내고 정말 잘 논다.


먼지떨이로 청소 놀이를 하기도 하고, 할머니 화장대에 가서 화장품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핑크퐁 밴드를 찾아서 식구들에게 다 붙여주기도 한다.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방 구경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찾아서 논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할아버지와 몸으로 노는 것이다.




수지가 밀봉 클립을 가지고 할아버지에게 나눠준다고 할아버지 앞에 던지니, 할아버지가 재밌게 리액션을 하며 그 밀봉 클립을 받아주셨다. 할아버지의 반응이 너무 재밌는 수지는 그 밀봉 클립을 몇 번이고 여러 번 계속 할아버지 주변에 던지면서 공놀이하듯이 놀았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같이 놀아주는 할아버지가 상호작용을 잘 해주며 놀아주니 오랫동안 재밌게 논다.


그 놀이를 하며 수지는 할아버지와 한참을 놀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아이와 놀기만 해도 지칠 수있는데, 할아버지는 지치는 기색 없이 정말 밝은 표정으로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셨다. 아이와 같이 놀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충만하게 행복해 보였다.


내 아이와 온몸으로, 온 마음을 다해 놀아주는 나의 아빠가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수지의 신발에 때가 타서 조금 지저분했는데 아빠가 그걸 보더니 물티슈로 열심히 때를 닦아주셨다. 수지가 오늘 신고 간 신발은 내가 이거 씻어야지 하고 놔뒀는데 아직까지 못 씻고 있던 신발이다. 하필 수지는 그 신발을 제일 좋아해서 더러워도 매일 신는다.


오늘 친정에도 그 신발을 신고 갔더니 신발 더러운 걸 못 보는 할아버지가 열심히 아이 신발을 닦아주셨다.


그런데 물티슈로는 도저히 안되겠던지, 어느새 화장실에 수지 신발을 가지고 들어가서 솔로 깨끗하게 씻어주고 계셨다. 내가 아빠에게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라고 했더니 아빠가 신발이 더러우면 안 된다며 겉에만 씻으니 젖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다.


그런 아빠를 보며 ‘정말 사랑이구나’ 싶기도 하고, 내가 제때 아이 신발을 씻지 못한 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랬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보니 아빠가 어느새 내 운동화도 들고 가서 씻고 계셨다. 내 운동화에도 때가 좀 묻어있었는데, 아직 씻을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빠가 내 운동화에 묻은 때도 못 보시고 씻어주셨다.


내가 “내 신발까지 안 해도 되는데~”라고 말하니 신발 더러우면 안 된다고 하시며 아이 신발에 이어 내 것까지 씻어주셨다. 고맙고 죄송했다.




신발을 씻어주는 아빠를 보며 신체 중 가장 아래에 있어서 잘 눈에 띄지 않는 발에 신는 신발을 이렇게 신경 쓰고 챙기는 게, 아빠가 삶을 살아온 태도이자 방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자신을 챙기고 돌보는 마음.
아빠는 그런 마음으로 삶을 사셨다.


그래서 항상 자기 정돈이 깔끔하신 분이다. 비싸거나 화려한 옷은 입지 않으시는데도 늘 깔끔하게 입고 차도 항상 깨끗하고, 아빠가 쓰는 물건들도 항상 정돈되어 있다.


아빠는 남동생이 군에 있을 때 휴가 나와서 집에 오면 아빠가 항상 군화를 깨끗하게 닦아주었다고 했다. 엄마가 우리 집 신발 담당은 아빠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신발을 씻어주는 건 아빠가 가족을 향한 사랑의 표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뭉클하고 감사했다.


그 누가 크게 관심 두지 않는 신발에 애정을 가지고 살펴주는 아빠의 마음. 내가 이렇게 너를 챙겼다고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세심한 부분까지 살펴주는 아빠에게 새삼 고마웠다.


이제 아빠가 씻어주신 신발을 볼 때마다 작은 것도 정성스레 챙기고 살피는 그 마음이 떠오를 것 같다.


오늘 친정집에 갈 때는 나와 수지 둘 다 때가 묻은 신발을 신고 갔는데, 집으로 돌아올 때는 때가 벗겨진 깨끗한 신발을 신고 왔다.


깨끗해진 신발과 함께 사랑과 감사도 가득 담아 왔다.


매거진의 이전글할아버지가 손녀를 향한 내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