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손녀
내 삶은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명확하게 나뉜다. 내가 엄마가 된 것은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자,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영향은 나만 받은 것이 아니라, 생애 첫 손녀가 생긴 우리 부모님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되었다. 특히 아이의 외할아버지인 나의 친정아빠는 원래도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셔서, 남의 아이도 자기 손자처럼 이뻐하셨던 분이다.
이렇게 남의 아이도 이뻐한 아빠에게 친손녀가 생기니, 할아버지의 사랑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다랗다. 손녀가 태어나고, 할아버지의 삶의 활력은 오직 손녀가 되었고, 늘 손녀 영상을 보며 웃고 행복해한다.
본가에 살고 있는 내 여동생은 아빠가 수지 영상을 하도 틀어놔서 집에 꼭 수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수지가 나에게도 비타민 같은 존재지만, 할아버지에게도 그 어떤 영양제와도 비교할 수 없는 너무나 확실한 비타민이다.
할아버지는 수지에겐 절대 ‘NO’가 없다. 모든 것이 ‘YES’ 다. 한치의 주저함이나 망설임도 없이 아이가 말하는 건 다 해주려고 하신다.
그리고 수지가 외갓집에 놀러 간 날엔, 언제나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시고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신다. 아이 엄마인 나도 쉬지 않고 계속 같이 놀면 기가 빨리고 지치기도 하는데, 할아버지는 수지와 노는 내내 지치는 기색 없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놀아주신다.
오늘도 수지와 같이 친정에 다녀왔는데, 베란다에서 물놀이를 하는 손녀를 쭈그려 앉아 같이 놀아주시고 챙겨주시며, 아빠의 이마에선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힘들지 않다며 괜찮다고 아이가 물놀이를 그만하는 순간까지 계속 더운 베란다에 계셨다. 내가 아빠 좀 들어와서 쉬라고, 내가 수지랑 놀겠다고 해도, 꿈쩍하지 않고 괜찮다며 끝까지 놀아주셨다.
그리고 수지가 할아버지 차 타고 산책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 할아버지가 차를 새로 샀는데, 저번에 그 차를 수지와 같이 타고 케이크를 사러 간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수지에게 좋았는지 할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할아버지 차 타고 싶다고 여러 번 얘기를 했다.
수지는 오늘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할아버지 차 타고 싶다고 해서, 방금 일 마치고 집에 온 할아버지였는데 수지의 한마디에 “그래 가자” 하고 바로 나가려고 하셨다.
내가 아빠 힘드실까 봐 “수지야 차 타지 말고, 걸어서 산책 가자. 엄마랑 같이 갈까?”라고 하니 수지가 나에게 “엄마는 집에 있어. 나 할아버지랑 차 타고 산책할 거야.”라고 너무 똑 부러지게 말했다.
너무 당차고 야무지게 말해서 뭐라고 말리거나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 알겠어” 하고 일어서려던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할아버지와 손잡고 가는 수지에게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손녀는 밖에서 둘만의 즐거운 데이트 시간을 가졌다.
수지가 엄마 없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어딜 간 적은 처음이었다. 아직 친하지 않거나, 마음의 문을 다 열지 못한 사람에게는 항상 경계하고 엄마아빠 없이 낯선 사람과 절대 같이 있지 않으려고 하는 수지다.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수지가 나 없이 할아버지와 둘이 나갔다는 것은 할아버지를 100% 신뢰하고, 마음을 다 열었다는 명확한 표현이다.
할아버지는 수지가 태어났을 때부터 정말 많이 이뻐해 주셨다. 모든 할아버지가 손주를 보고 이뻐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내 아빠는 이뻐하는 정도가 남다르다고 느껴질 정도로 참 많이 이뻐하셨다.
수지가 할아버지를 보고 울어도, 할아버지 저리 가라고 말해도, 할아버지보다 이모가 더 좋아, 할아버지는 밖에 있어 이런 말들을 해도 항상 할아버지는 웃는 모습으로 아이에게 온 마음 다해 사랑을 주고 이뻐해 주셨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해서 이뻐하거나 미워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이뻐해 주셨다.
그렇게 정성으로 손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그 마음이 믿음과 사랑으로 자라나 지금 수지는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사랑은 닫힌 문도 열게 하고, 얼어있던 마음도 녹게 한다. 최선을 다해 살게 하고, 사랑하는 상대를 소중히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의 것을 내놓는다. 사랑을 지키는 것이 삶에 큰 의미가 되며, 또 내가 살아갈 힘이 된다.
할아버지와 수지가 같이 손잡고 나가는 그 모습에 뭉클했다. 우리 수지 정말 많이 컸다는 생각도 들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아빠에게 너무 고맙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그 여러 가지 마음은 나에게 행복으로 다가왔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사랑받으며
이쁘게 자라고 있는 내 아이를 보는 행복,
그리고 이 아이로 인해
티 없이 맑은 웃음을 짓는
내 가족을 보는 행복, 모든 것이 행복이다.
손녀에 대한 사랑은 아무 조건 없이 무한한 사랑이구나 하는 걸 가까이서 보며 실감한다. 내가 아빠에게서 사랑받음을 느꼈던 것보다, 내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의 사랑이 더 크게 와닿기도 한다.
아빠도, 나도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게 돼서 그런 걸까. 넘치는 사랑을 피부로 느끼고, 체감한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가 사랑으로 돈독해지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사랑으로 가까워지는 모습이 나에게 큰 행복이다. 오래오래 이 행복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