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언젠간 내 품을 떠나는 날을 생각하는 부모마음

애틋하고 소중한 마음

by 행복수집가

세종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동생이 오늘 본가에 왔다고 하여, 수지를 데리고 친정에 다녀왔다. 세종으로 간 이후에는 아무래도 자주 보기가 힘든데, 동생이 진주로 온다고 하면 얼굴 보려고 일부러 친정에 간다.


진주에 와도 지인들 만나느라 바쁜 동생은 시간이 잘 맞아야 볼 수 있는데, 다행히 오늘은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올해부터 새로운 곳에서 일하게 된 동생의 안부와 근황이 항상 궁금했다. 가끔 카톡으로 연락은 하지만, 그래도 직접 얼굴 마주하고 얘기해야 마음이 편안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늘 만나서 얘기하는 날을 기다렸다.


수지도 삼촌을 참 좋아하는데, 오늘 삼촌 보러 간다는 말에 수지도 너무 좋아하며 삼촌 보고 싶다고, 삼촌 보면 안아줄 거라고 했다. 수지는 외갓집에 도착해서 삼촌을 보고 반가워하며 수줍게 안아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온 식구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동생을 보고 나도 너무 반가웠다. 얼굴이 밝아 보였다. 그리고 거실에 모여 앉아 동생에게 새로 하는 일은 어떤지, 어떤 업무를 하는 건지부터 시작해서 밥은 잘 챙겨 먹는지, 바쁜 일상에도 늘 운동을 빼놓지 않고 하던 동생이라 운동은 요즘 어떻게 하는지 등 소소하게 궁금한 것도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가까이 있지 않으니, 더 궁금하고 얘기가 듣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마음은 늘 가까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혼자 하는 타지 생활이 외롭지 않을까 하여. 그래도 얘기를 나눠보니 다행히 동생은 잘 지내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지가 자기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삼촌과 놀고 싶다고 삼촌을 데려가서 수지는 한참을 방 안에서 삼촌과 둘이 놀았다. 삼촌은 수지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고, 이 더운 날 이불속에 숨어서 숨바꼭질을 한다며 삼촌도 이불에 숨으라고 하니 삼촌은 그저 웃으며 같이 이불속에 숨어준다.


나는 동생이 더울까 봐 “수지야 다른데 숨자” 고 하니 바로 울듯한 표정으로 울먹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하지 말라고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런 수지를 보고 삼촌은 말없이 웃으며 이불속에 같이 숨어주었고 난 계속 술래를 하며 이불을 걷어올리고 “찾았다!” 하며 놀았다.


그 놀이를 수지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수십 번을 계속했다. 그리고 옆에 함께하는 동생도 조카를 그저 귀여워하며 놀아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모처럼 본가에 와서 가만히 쉬는 게 더 편하긴 했을 텐데, 그래도 삼촌 너무 좋다고 같이 놀자는 조카를 위해 기꺼이 놀아주는 삼촌은 정말 최고였다.


평소에 항상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의 삼촌인데 수지와 같이 있으니 아이처럼 웃고 아이처럼 얘기하는 모습에 괜히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내 동생의 아이 같은 모습을 보는데 행복했다. 그리고 그 옆에 해맑은 내 아이라니, 이 조합은 정말 사랑 그 자체였다.


이렇게 한참 놀다가 수지는 할아버지와 삼촌과 같이 아이스크림 사러 편의점에 갔다. 그 시간에 난 잠시 친정엄마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동생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 “00 이가 결혼하면 자주 못 올 테니까.”라고. 그 말을 듣고 순간 머리에 뭘 맞은 듯 띵한 느낌이 들었다.


난 그저 내 동생을 동생으로 보다 보니, 한 번씩 본가 오면 반갑고 좋기만 했다. 내 동생이 언젠가 결혼하면 자주 못 온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의 눈으로 보는 아들은 언젠간 결혼하면 아예 독립하게 되고,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본가에 오고, 시간이 날 때 올 수 있는데 결혼을 하고 자기 가정이 생기면 정말 명절에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엄마는 이 생각을 하고 계셨다.


아무래도 딸인 나는 친정이 가깝기도 하고, 친정이다 보니 편하게 자주 오게 되는데, 아들은 결혼하면 조금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세종에 살기도 하고, 아마 자주 오기는 힘들어지겠지. 그 생각을 하니 지금 이렇게 동생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와닿았다.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닌데 벌써 그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리고 부모인 엄마 마음은 언제나 자식이 품에서 떠날 날을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자식은 언젠간 부모 품을 떠나고 자기의 길을 간다. 독립하는 순간이 온다. 붙잡고 싶어도, 곁에 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보내줘야 하는 시기가 온다.


직장을 다니며 타지에 가서 사는 것도 독립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속처는 부모인 것 같은 아들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자신이 가장이 돼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되고, 부모의 영역에서 좀 더 확실히 벗어나게 된다.


우리 부모님은 언젠가 올 그 순간을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가끔 본가에 아들이 올 때마다 어떤 맛있는 걸 해줄까 하고 오래전부터 생각한다. 엄마가 아들을 사랑하는 표현을 가장 정성스럽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엄마의 집밥이지 않을까. 엄마는 내가 가끔 친정에 가면 남동생 얘기를 항상 했는데, 다음에 아들이 집에 오면 이거 해줘야지, 저거 해줘야지 하며 자주 말씀하셨다.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도 00 이가 오면 소고기 해줄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오늘 점심은 소고기였다. 동생이 본가에 왔다가 다시 세종으로 가면 아들이 돌아간 그 순간부터 다시 오는 날까지 맛있는 밥을 뭘 해줄지 생각하며, 그 생각만으로 행복해하시는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자녀들에게 어떤 맛있는 걸 해줄까 하며 이런저런 메뉴에 대해서 얘기하실 때 정말 행복해 보인다. 뭘 해줘도 다 맛있는 엄마밥인데, 엄마가 행복해하며 만든 음식이라 엄마의 밥을 먹으면 마음도 행복으로 배부르다.


아들이 내 곁에 항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엄마는 아들과 같이 있는 순간이 더 소중하고 행복하다. 부모는 자식이 온전히 잘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내 아이가 잘 커서, 부모가 없이도 자기의 길을 잘 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부모는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 부모님은 우리 삼 남매를 충분히 잘 키우셨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잘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이 부모님 덕이다.


오늘 이런 마음을 느낀 친정에서의 시간이 더 특별하고 애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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