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치유하는 소울푸드, 친정엄마의 탕국

내가 힘들 때마다 나에게 찾아온 엄마의 국

by 행복수집가

토요일 오전엔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갔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잠을 깨우는 수지 때문에 하루를 일찍 시작했고, 수지와 아침에 한참 실컷 논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아직도 이른 시간. 남편은 저녁근무를 하고 와서 자고 있어서, 어디 가자고 깨울 수도 없고, 나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내가 오전에 일찍 엄마에게 연락해서 우리 가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엄마가 흔쾌히 오라고 하셨다. 갑작스럽게 연락한 건데도 반갑게 오라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수지가 좋아하는 이모도 출근 전이라 집에 있다고 하여 얼른 가보기로 했다. 어디 마땅히 갈 데가 없을 때 아이 데리고 가까운 친정에 갈 수 있어 좋다.

난 운전을 못해서 수지랑 둘이 친정을 갈 때는 항상 택시를 타는데, 수지가 택시 타는 걸 즐긴다. 늘 외갓집 갈 땐 택시를 타다 보니, 이런 재미로도 외갓집 가는 걸 좋아하는듯한 수지다. ​친정에 가는 동안 바깥에 보이는 풍경을 보며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그리고 수지를 너무 반갑게 맞이해 주는 우리 엄마. 우리 식구들은 수지를 보면 다들 텐션이 높아진다. “우리 공주 왔어요!” 하며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신다. 출근준비 하던 이모도 방에서 나와 수지를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다들 수지가 온 것만으로 밝게 웃으며 즐거워한다. 우리 수지는 어딜 가든 이렇게 환영을 받는다. 아이의 존재가 모두를 기쁘게 한다. 이런 것을 볼 때 우리 모두의 존재는 기쁨을 위해 이 세상에 온 것 같다. 아이를 통해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된다.


​이렇게 반가운 환영식을 받고, 수지는 이모와도 놀고, 외갓집이 익숙한 수지는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다 알아서 놀거리를 찾는다. 늘 빼놓지 않고 하는 할머니 화장대에서 하는 화장놀이. 할머니 화장품을 이것저것 만져보고, 할머니 화장대에는 선쿠션이 있는데 선쿠션의 패드를 작은 손에 끼우고 거울 보며 “이뻐져라~” 하면서 톡톡 두드리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머리띠도 써보고, 나에게도 씌워준다. 그렇게 한참 화장놀이를 하고, 외갓집엔 인형도 많아서 인형놀이도 한다. 수지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곳곳에 있다. 그 물건을 찾아서 놀이하고, 나와 역할놀이도 한다.


​그리고 우리 왔다고, 엄마는 점심거리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셨다. 엄마는 점심에 탕국을 만들어주셨다. 수지도 먹기 좋고, 나도 좋아하는 탕국. 우리 엄마는 제사가 많은 집에 시집을 와서 일 년에 10번 정도를 제사를 지내셨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 제사를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어려서, 제삿날에 맛있는 음식 먹는 게 그저 좋고 사촌들 와서 같이 노는 게 재밌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돼서 그때를 생각해 보니 엄마가 혼자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제사를 지내진 않는다. 그리고 제사 때마다 엄마가 해주신 탕국이 정말 맛있었다. 엄마의 탕국은 모든 친척이 다 좋아했다. 엄마의 탕국맛은 엄마밖에 내지 못한다. 다른 데 가서 탕국도 여러 번 먹어봤지만 엄마가 해주신 탕국이 가장 맛있다.


​오늘 점심에 엄마가 탕국을 끓여주셨는데, 그 탕국을 보자마자 마음이 좋아지고 따뜻해진다. 어릴 때부터 정말 맛있게 먹은 엄마의 시그니처 메뉴. 국물을 한입 먹는데 역시 너무 맛있다. 우리 수지도 잘 먹었다.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으면 그냥 입에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맛은 물론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엄마밥을 먹으면 행복감이 든다. 엄마의 밥은 그런 것 같다. ​결혼하고 나니 이런 마음을 더 느낀다. 이전에도 늘 먹었던 엄마의 밥인데, 예전보다 지금 내가 받아들이는 마음이 더 크고 진하다. 엄마가 해주는 밥은 나에게 소울푸드다. 특히 탕국이 더 그렇다.


​엄마는 탕국 남은 걸 반찬통에 넣어주시며 가져가서 먹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 날 저녁에도 탕국에 밥이랑 같이 먹었는데, 하루의 고단함이 다 씻겨 내려가는듯한 마음이 든다. 엄마의 탕국을 한 숟갈 먹을 때마다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이다. 입으로만 맛있게 먹은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맛있게 먹었다.


​역시 나의 소울푸드, 우리 엄마의 탕국이다.

결혼 후 엄마가 해주신 국은 나에게 항상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수지가 내 뱃속에 찾아오기 전에 첫 번째 아기가 잠시 왔다가, 화학적 유산이 된 적이 있다. 화학적 유산은 워낙 흔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임테기로 뚜렷한 두줄을 확인하고 아이가 왔다며 기뻐하고, 병원에서 확인해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정출혈이 생겨 다급한 마음에 병원을 가보니, 유산이 된 것이었다.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 뱃속에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제 내가 혼자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있구나 하는 생각에 행복했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린 아이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그날 병원에서 화학적 유산이라는 확정을 받고 화장실에서 엄마에게 전화하다 울컥해서 눈물이 많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마는 날 위로하시며, 더 건강한 아이가 오려고 그런 거라고 하셨다. 울음이 터진 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 엄마도 울음을 참으시는 듯했다. 그리고 그날 엄마가 미역국을 가득 끓여 오셨다. 그 미역국이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사랑과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엄마가 끓여주는 국은 내 영혼을 치유한다. 결혼하고 나서도 외로운 때가 있고, 힘든 때가 있다. 그럴 때 신기하게 엄마의 국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런 시기마다 엄마가 신기하게 국을 가져다주셨다.


​오늘도 엄마가 딸을 위해 만든 정성 가득한 국을 먹으며, 내 마음을 사랑의 온기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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