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아이를 보는 행복
평소 아이 등원은 내가 출근할 때 하는 편인데, 아빠가 아침에 있는 날에 아이는 일부러 늦게 가려고 늑장을 부린다. 이 날도 수지는 아침에 아빠가 있는 걸 알고 아빠와 간다며 나에게 먼저 가라고 했다.
등원준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양치하고 세수하는 것이다. 막상 양치와 세수는 1분 만에 끝나는 것 같은데 양치를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 바로 양치를 잘해줄 때는 너무 고마운데, 안 하려고 미루고 미루는 아이를 보면 출근시간이 다가오는 나는 급해진다.
그래도 이 날은 아빠가 아침에 있으니 수지 옷 입히고 머리만 묶어주고 씻는 건 남편에게 맡기고 출근했다.
출근해서 사무실 자리에 앉으니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한테 뭐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는데, 수지와 잠시 통화도 했다.
“엄마 늑대소리가 들려요”
뜬금없이 웬 늑대인가 했는데, 남편이 말해주길 윗집에서 공사한다고 큰 소리가 났는데 수지가 그 소리를 듣고 늑대소리 라고 하며 무서워해서 빨리 등원했다고 한다.
수지는 여유를 더 부리다가 등원할 생각이었으나, 윗집에서 들린 늑대소리에 놀라서 서둘러 등원한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어린이집에서 본 인형극과 동화책에서 늑대가 무섭게 나오는 걸 보고 나서는, 이제 무슨 소리만 들리면 늑대소리 아니냐며 무서워한다. 그래도 이 무서운 늑대 소리 덕분에 수지가 일찍 등원도 하게 되니 늑대가 고맙기도 하다.
지금 이렇게 순수한 아이를 보면, 아이가 자라면서 이 순수도 조금씩 옅어져 갈 것이 조금 아쉽다. 순수한 아이가 하는 말을 들으면 내 안에 동심이 살아나고 나도 순수한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아이가 자극시켜 주는 순수함이 내 마음을 정화시킨다.
늑대소리가 무서워서 일찍 등원한 수지의 이야기가 이 날 나의 하루 시작에 기분 좋은 힘이 되었다. 날 웃게 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그냥 힘이 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말하는 아이를 보면 그저 행복하다.
나를 순수로 물들여주는 아이가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