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내가 되어가는 과정
주말엔 아이와 둘이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와 밖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실내활동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오늘 수지와 주로 한 활동은 티니핑 그림 색칠하기였다. 점심 먹고 시작해서 거의 한 시간 반동안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색칠만 했다. 색칠놀이를 하면서 수지가 오랫동안 하나에만 집중하는 시간도 많이 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새삼 놀라기도 했다.
수지는 알록달록한 색이 좋다며 눈에 띄는 빨강, 주황색을 많이 칠했다. 손가락에 힘을 주고 꾹꾹 눌러서 색칠하는 수지가 정말 귀여웠다.
가끔 어린이집에서 색칠한 그림을 들고 와서 나에게 선물이라며 보여주곤 했는데, 수지가 어린이집에서 색칠활동을 할 때도, 지금 내가 보는 모습으로 색칠하고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색칠에 집중한 아이를 더 오래 눈에 담았다.
나도 아이 옆에서 같이 색칠을 하고 있었는데, 수지가 내가 색칠한 걸 보더니 “엄마는 알록달록 안 하잖아, 안 이뻐”라고 말했다.
수지는 얼굴, 머리, 옷 구분 없이 자기가 칠하고 싶은 색깔을 막 칠했다. 그런데 나는 머리는 머리대로, 얼굴은 얼굴대로, 옷은 옷대로 구분해서 색칠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색이 단조로워졌다.
이런 내 그림을 본 수지는 자기처럼 알록달록하게 색칠하라고 했다.
그 순간 ‘아 내가 이거 색칠하는 거 하나에도 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그림을 색칠할 때 머리는 이 색으로 하고, 얼굴은 이걸로 하는 등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관념이 있었다.
아이는 그런 나의 관념을 깨뜨렸다. 어떻게 색칠하라고 정해진 법은 없다. 그리고 아이와 색칠하는 것은 견본을 보고 따라 색칠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는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색칠했다.
그래서 나도 아이처럼 머리 몸 얼굴 옷 구분하지 않고 그냥 손 가는 대로 색칠했다. 이 그림으로 상을 받는 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닌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그에 맞출 필요가 전혀 없었다.
사고가 자유롭고 순수한 아이와
있다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관념 속에
잡혀 있는지 알게 된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어떤 관념에도 매여있지 않고, 어떤 틀에 매여있지 않은 아이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은 훨씬 더 다채롭고 아름답다.
우리는 컵을 보면 그냥 컵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는 컵을 보고 배를 생각하기도 하고, 컵 속에 담긴 물을 보며 바다를 생각하기도 한다. 아이의 시선은 이렇게 다양하고, 생각의 문은 모든 것에 열려있다.
이런 아이와 함께하며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운다. 아이가 가진 그 순수함과 열린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수지와 색칠놀이를 하는 동안 내 방식으로 색칠하는 걸 멈추고 수지가 색칠하는 것처럼 칠했다.
“수지야 엄마 색칠한 거 봐바, 이건 알록달록하지? 이쁘지?”
“(고개를 끄덕이며) 응, 알록달록 이쁘다.”
아이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수지 옆에 앉아 자리를 안 뜨고 같이 색칠을 해서인지, 수지는 이날 따라 더 오래 색칠놀이를 했다. 한참 색칠을 하던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색칠하니까 기분이 좋다"
아이의 이 말이 내 마음도 이쁜 색으로 칠해주었다. 우리는 기분 좋게 오래도록 색칠놀이를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관념의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내가 되는 경험을 한다. 아이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주는 것 같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나도 엄마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성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