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용량초과 아이 사진 앨범 만들기

앨범 만들길 잘했다

by 행복수집가

이번에 핸드폰에 가득 쌓인 아이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을 만들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사진을 찍었고, 사진이 넘쳐난다. 아이가 크는 만큼 사진이 차지하는 용량도 커졌다.


그래서 사진을 저장하려고 아이폰 용량도 가장 큰 걸로 사고, 아이클라우드 용량도 추가하여 매달 결제 하고 있다.


이 모든 비용은 오로지 사진 저장을 위함이다.




그런데 폰이나 클라우드에 저장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정리가 완벽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사진은 쌓여가는데, 정리가 잘 안 돼서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어디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곳에 가서 사진을 찍으면 여행지명과 날짜를 주제로 사진첩에 폴더를 구분하여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아이의 일상 사진들은 아이의 성장 기록을 하는 인스타 비공개 계정에 올려서 나름 정리를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아이 사진을 연도별로 나누고 인화해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진을 가장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인화 사진을 앨범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인화사진은 불태워 없애지 않는 이상, 색이 바래더라도 100년은 더 가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컴퓨터 성능이 아무리 좋고 핸드폰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기계는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 고장 나거나, 갑자기 하드가 날아가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문제가 생기는 순간 나의 소중한 추억도 날아간다 생각하니 아찔하다.




일단 23년도 아이 어린이집 활동사진으로 앨범 만드는 것부터 스타트를 끊었다. 수지는 이번에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을 가게 되는데, 어린이집 활동사진이 1000장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접착식 앨범을 알아보니, 사진 200매 정도 들어가는 분량이 최대 용량인 것 같아서, 사진은 200장으로 추렸다.


모든 사진이 다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전부 다 인화해서 갖고 싶지만 그건 욕심인 것 같다. 모든 사진을 다 저장하지 않아도, 그 순간 그 시기의 내 아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장수가 많지 않아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

앨범과 사진을 다 준비했고, 드디어 어제저녁에 앨범에 사진 붙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이가 잠든 후 고요한 거실에서 스탠드 조명만 켜두고 앨범 만들기에 집중했다. 늘 폰으로 아이 사진을 매일 보는데, 폰화면으로 보는 사진과 내 손으로 만지면서 보는 사진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내용은 같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른 것처럼. 폰 사진과 인화사진은 달랐다.


인화지속에 수지는 더 선명하고 또렷했다. 아이가 바로 내 앞에서 웃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장 한 장 붙일 때마다 이 소중한 순간을 내 마음에 하나하나 저장하는 것 같았다. 사진을 앨범에만 저장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 추억상자에도 정성스럽게 넣어두는 느낌이었다.


사진 속 해맑은 아이 얼굴을 보는데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우리 수지 정말 잘 지냈구나, 정말 즐거웠구나.’

사진을 붙이면서 행복했다.




그리고 문득 친정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도 내가 갓난아기일 때부터 초등학생 때까지의 사진을 다 찍어서 앨범으로 만들어 놓으셨다. 그래서 어릴 적에 내 앨범을 책 보듯이 자주 꺼내봤던 기억이 난다.


보고 또 봐도 재밌고, 사진 속의 그때가 난 기억이 안 나는데도 그냥 보면 기분이 좋았다.


내가 어릴 때는 핸드폰도 없었고, 수동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필름을 인화해야 했었는데 부모님이 우리 3남매 사진을 자주 찍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추억은 지금도 여전히 앨범 속에 저장되어 있다.

내가 내 아이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엄마도 내 사진을 찍을 때 이런 마음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사랑스럽고 이뻐서 이 순간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쉽고, 잊고 싶지 않아서 사진으로 남겨두는 마음. 그리고 찍은 사진을 보며 사랑을 음미하는 마음.


내가 결혼하던 날, 엄마는 내 어릴 적 사진만 따로 모아서 새로 앨범을 만들어서 주셨다. 엄마의 기억 속에는 내기 어릴 적의 모든 순간이 다 있을 텐데, 딸의 어릴 적을 다 기억하는 엄마가 사진을 정리하며 결혼하는 딸에게 주는 마음은 어땠을까.


내가 지금은 그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왠지 코끝이 찡하고 애틋한 마음이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앨범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수지 앨범이 완성되었다. 다 만들고 보니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다.


앨범 만들길 잘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을 만들 것이다. 나중엔 거실의 한 벽면이 앨범으로 가득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주 멋있는 인테리어가 될 것 같다.


내가 꾸준히 만들게 될 앨범은 ‘내 삶을 정성스럽게,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하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앨범을 가끔 꺼내볼 때 그때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웃음 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이 앨범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너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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