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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n 12. 2023

빈틈 엄마가 좋은 엄마다

나의 빈틈을 내 남편과 아이가 사랑으로 채워준다.


빈틈을 허용하고 결점을 수용하고

지저분함을 놔두고

실수를 용납하고

잘못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아이는 빈틈투성이다.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아이가

어떻게 견고한 틀이 있겠는가.

현명한 엄마는 아이의 빈틈을 즐긴다.


빈틈 엄마들은 종종 걱정한다.

다른 엄마들은 똑부러지게 잘하는데

자기는 아는 것도 없고

재주도 없다고 걱정한다.

에고 난 왜 이 모양일까 하고 자책도 한다.


빈틈 엄마들이여, 살짝 자책하고

툴툴 털고 헤헤 웃자.

빈틈 엄마가 좋은 엄마다.

엄마의 그 빈틈으로

사랑하는 아이가 들어온다.

엄마의 빈틈을 아이가 채워줄 것이다.


빈틈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

엄마가 살려준 자발성으로

자기들의 빈틈을 멋지게

채워가면서 살것이다.


"엄마심리수업" 중



나는 빈틈이 많은 엄마다. 그리고 수지는 나의 빈틈을 가득 채워준다.


내가 뭘 찾고 있으면 수지가 “엄마 왜?”한다. 그러면 내가 “수지야 엄마 이거 못찾겠어 어디 갔지?” 하면 수지가 찾아온다. 그러면 난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지는 항상 내가 찾는 것을 같이 찾아준다.


그리고 내가 뭐 하다가 어디 부딪혀서 “아야” 하면 수지가 “엄마 왜?” 한다. 그러면 내가 “수지야 엄마 여기 부딪혀서 아야 했어” 라고 하면 수지가 “수지가 연고발라줄게, 밴드붙여줄게 호호~(불어주며) 이제 안아파” 라고 해준다.


내가 설거지 하다가 힘들어서 “수지야 엄마 설거지 너무 많아, 엄마 설거지 안하고 싶어 힝" 하면 수지가 “엄마 수지가 설거지 멋진거 사줄게!” 라고 한다.


정말 매순간 감동이다.


엄마 거기 가면 아야해,부딪혀, 여기와 라고 하고 내가 뛰어가면 엄마 넘어져, 조심해 라고 하며 날 챙겨주는 아기다. 아기 눈에 나의 빈틈이 보이나보다. 그런데 그 빈틈을 부족함으로 보는게 아니라, 아기의 사랑으로 다 채워준다.


그리고 나도 나의 빈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면에서 완벽할 수 없음을 알기에 완벽하지 못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잘 없다.


나는 요리에 정말 소질이 없다. 레시피를 보고 따라해봐도 딱히 맛있지 않고 실패한적이 많은데, 입맛이 까다로운편인 남편을 두고 살면서도, 내가 요리 못하는것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는 않고 어찌어찌 매끼를 챙겨먹고 있긴 하다.


내 남편은 요리를 못하는 아내를 그대로 그냥 인정하고, 나도 요리를 잘 못하는 나 자신을 인정한다. 그리고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요리를 하고, 때때로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거나, 밀키트를 사거나 한다. 이렇게 먹어도, 남편은 "둥아 잘먹을게~" 하고 맛있게 먹어준다.


남편은 다른 요리 잘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딱히 요리에 소질없는 내가 직장도 다니고 육아도 하는데, 요리를 더 잘하려고 애쓰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사먹어도 된다고 말해준다.  


물론 요리도 연습하고 노력해서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간단한것부터 보고 따라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요리를 못하는 엄마다보니, 수지 반찬도 매번 다른 메뉴로 다양하게 잘차려주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서는 너무 부족한데, 그래도 우리 아이 밥한번 굶긴적 없고, 오늘은 어떤거 주지 하고 매일 고민하고, 내가 잘못하는 특별한 메뉴는 반찬가게에서 사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노력은 하고 있다.


내가 해주는 반찬보다 어린이집에서 주는게 더 맛있고 종류도 다양하겠지만, 그래도 수지는 엄마가 주는 밥을 잘 먹어준다. 정말 고맙다.


난 어떤면에선 철저하고 꼼꼼하나, 어떤면에선 아주 덜렁이다. 손이 서툴고 잘 부딪히기도 한다.


그런데 내 남편과, 내 아이가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준다. 그리고 나도 나의 허점을 보이는게 그리 부끄럽지 않다. 그냥 나는 이런 모습도 있어 하고 나도 나를 받아들인다. 그래도 고쳐야 할점이나,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은 성찰하고 반성하고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어쨌든 중요한건,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다. 나의 부족함까지 끌어안는다. 그리고 내가 이런 내모습을 문제삼지 않으니, 내 아이의 모습도 내 눈엔 부족한게 없어 보인다. 못하고, 잘하고 이런걸 판단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다 고유한 특성이 있고성향이 있는거라, 틀렸다 옳다 할 수 있는건 아닌것 같다.


그냥 내 아이의 있는 모습, 성향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부족할게 없다. 그저 사랑스럽고 너무 귀엽다.  


'엄마심리수업' 책을 보다가, 빈틈엄마가 좋다는 말이 내게 참 위안이 되고 괜히 힘이 나고 웃음이 난다. 가끔요리 잘하는 엄마들을 보면 주춤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괜찮다!


내가 못하는 것은 꾸준히 노력해서 더 발전해가면 된다. 다른사람과 비교하지말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며 나에게 집중하고 노력하면 점점 더 나아질것이다.


그리고 나의 빈틈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는 내 남편과 아이가 있어서 힘이난다. 빈틈엄마, 빈틈아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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