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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Mar 03. 2024

20년지기 친구와 아기 엄마가 되어 처음 만난 날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우정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친구를 만났다. 2018년 내 결혼식에서 본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였다. 친구는 서울에 살고, 난 진주에 살고 있어 잘 볼 수 없었는데 친구가 이번에 출산을 하게 되면서 친정인 진주에 있게 되었다.


거의 6년 만에 만나는 거라 괜히 설레고 떨리기도 했다. 우리는 오늘 만남에 서로의 딸도 데리고 나왔다. 나는 수지를 데려갔고 친구는 7개월 된 딸을 데리고 왔다.


우리가 어느새 아기 엄마가 돼서 딸을 데리고 만나는 날이 오다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는 마음에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에 수지에게 오늘 아기 보러 간다고 얘기해 주었다.


“수지야 오늘 엄마 친구 보러 가는데 거기 아기도 같이 올 거야. 수지가 잘 놀아줄 수 있어?” “응!”


수지는 아기를 많이 보고 싶어했다.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아기 보러 언제 가냐고 얼마나 많이 물었는지 모른다. 요즘 수지는 집에서 아기 인형을 데리고 다니며 열심히 챙기는데, 실제 어린 아기를 보면 어떨지 궁금했다.


드디어 약속 시간이 되어 친구를 만나기로 한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안에 익숙한 모습의 친구가 아기 띠를 하고 서 있었다.


정말 반가웠다! 6년 만에 만나는 친구, 그것도 아기 엄마가 되어 만나는 건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이상하지 않고, 어제 본 것 같은 익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이 감정이 반갑고 소중했다. 오랜만에 봐도, 여전히 익숙하고 편안한 인연이 있다는 게감사하다는 것을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느낀다.




우린 오랜만에 만나도 호들갑 떨지 않고 아주 편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서로의 아기를 보며 귀여워했다. 늘 사진으로만 보던 서로의 아이를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사진보다 더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서로 감탄했다.


친구의 아기는 이제 7개월이라 낯을 가리기 시작해서 나를 보고 많이 울었다. 나와 수지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낯설어서 입을 삐죽거리며 ‘엥엥’ 하고 우는게 왜이리 귀여운지, 우는 아기를 보면서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수지는 나름 5살 언니라고 우는 아기를 달래주려고 애를 썼다. 선물로 사간 장난감을 꺼내서 흔들어 주며 아기와 눈을 마주치는 수지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수지는 아직 나에게 아기 같은데 자기보다 더 어린 아기를 챙겨주고 달래주는 모습을 보니 새삼 언니스러운 모습에 기특하고 뭉클했다.


수지는 오늘 아기를 만나면 같이 놀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는 상상을 하고 갔는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우는 아기 곁에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수지가 혹시나 실망하지 않도록 잘 설명해주었다.


‘아기가 아직 너무 어려서, 처음 보는 사람이 무서워서 우는거야’ 라고 하니 수지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한지.




아기는 좀처럼 울음을 멈추지 않아서, 결국 아기 아빠가 데려갔고 그때서야 나와 친구는 못다 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편하게 나눌 수 있었다.


친구와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고민도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시기에 맞는 할 이야기들이 새로 생기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더 늘어났다는 것도 왠지 반가웠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수지가 우리의 대화에 들어왔다. 그때부턴 수지가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수지는 들고 온 인형으로 병원놀이를 혼자서 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에게는 간호사 역할을 주고, 내 친구에겐  환자 역할을 주었다.


그렇게 병원놀이가 시작되었다. 수지는 내 친구에게 주사를 여러 번 놔줬다. 친구는 수지의 놀이를 잘 받아주며 반응을 잘해주었는데, 수지의 까르르 거리는 웃음이 그칠 줄 몰랐다.


작은 카페 안이 수지의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혹시나 아이의 웃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손님들께 방해되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다른 분들이 웃는 수지를 보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셨다.


수지가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이제 놀이 그만하자고 끊기가 미안한 정도였다. 수지는 처음 만난 이모와 웃음이 넘치는 병원놀이를 실컷 하고,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친구가 대화하는 시간을 수지가 잘 기다려줄지, 지루해하지 않을지 조금 걱정했었는데 역시 우리 수지는 나의 걱정을 항상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잘 기다려주고, 잘 놀아준 수지가 정말 고맙고 이뻤다.


오늘도 내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반했다.




친구와 2시간 정도 만나고 헤어졌다. 짧은 2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반가움, 행복, 감동,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 시간 속에 우리의 아이들이 함께여서 더 행복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우정을 이어온 친구와의 시간에 어느새 우리의 아이들이 들어왔다. 


친구와 나는 서로 사는 지역도 다르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많은 것이 이전과 달라졌다. 이 변화하는 삶 속에서 변하지 않는 우정을 이어가며 이제 서로의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는 날도 왔다.


많은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은 우정이 있으니,
그 마음 안에서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낀다.
같이 세월을 보내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왠지 든든하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해져서 더없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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