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행복한 나눔
나에겐 친한 사촌동생이 한 명 있다. 이 동생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살았는데, 얼마 전 결혼을 하면서 남편 직장이 있는 울진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돌이 아직 안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본투비 서울 아가씨가 갑자기 생소한 작은 지역에 가서 살며,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아이를 키우며 지내는 게 조금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천성이 밝고 순수해서, 싫은 내색 하지 않고 남편 사랑받으면서 알콩달콩 잘 지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조금은 안도하기도 했지만 한 번씩 연락할 때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으면 가끔씩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다고 얘기를 했다. 어찌 외로움이 없으리.
아이가 태어나고 한참 신생아를 키우며 나의 모든 패턴이 뒤바뀌고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다 보면, 내가 어느 지역에 살고 어떤 환경에 있는지와 상관없이 외로움은 찾아온다.
그래도 이 상황에서 나를 사랑해 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또한 잊지 않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잊지 않으면 외로움이 왔다가도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점점 나아진다.
동생과 가끔 연락할 때 난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마음을 얘기해 주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 몸이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가까이 있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동생이 인스타 스토리에 ‘아기옷 나눔 해주실 분?’ 하고 올라왔다. 이걸 보고 내가 바로 저요! 하고 답장을 했다.
안 그래도 집에 안 입는 수지 옷이 넘쳐서 정리를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아이 옷 나눔을 원하는 동생에게 주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서 마음먹은 날 바로 옷을 정리했다. 나도 안 입는 옷을 정리해서 동생에게 줄 옷도 챙겼다.
지금 안 입지만 새것 같은 옷들, 몇 번 안 입은 옷들, 한 번도 안 입었는데 앞으로도 안 입을 것 같은 옷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동생에게 내 옷 중에 안 입는 거 챙겨서 너에게 줄까 하는데 혹시 중고 옷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고 했더니, 동생이 자기는 다 괜찮다고 했다. 예전에도 몇 번 옷이나 신발을 준 적이 있었는데, 동생이 잘 입어줬었다.
나에겐 불필요하지만 동생에겐 필요한 게 될 수도 있으니,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이 가는 게 가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옷과 내 옷을 정리하고 짐을 싸니 큰 박스 하나, 작은 박스 하나 이렇게 두 박스가 나왔다. 꽤 많이 나왔다.
아이 옷보다 동생에게 줄 옷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늘 숙제처럼 마음 한구석에 있던 옷정리를 이번 기회에 하게 돼서 마음이 가벼웠다.
옷 택배는 보낸 지 하루 만에 동생에게 도착했다. 내 돈 들여 택배를 보내는데,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걸 받고 동생이 좋아해 주길, 필요한 게 많이 들어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간절함과 기쁜 마음으로 보냈다.
택배를 받은 동생에게서 잘 받았다며,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 동생에게 줄 가방도 하나 넣었었는데, 자기에게는 없던 밝은 색 가방이라며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준 아이 옷 중에 노란색 티셔츠를 아이에게 입혀서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노란색 옷이 자기 아이에게 잘 어울린다며 좋아했다. 좋아하는 동생을 보니 다행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좋아하는 모습에 내가 더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동생이 내가 손글씨 연습하는 것을 알고, 자기 남편도 글씨 잘 쓰고 싶어서 손글씨 연습을 해서 지금은 글씨가 정말 이쁘다며 캘리그래피도 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캘리 선물해 준다며 사진이랑 넣고 싶은 문구 알려주면 만들어준다고 했다.
내가 옷을 나눔 해준 게 고마워서 동생이 뭐라도 선물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고른 사진과 내가 요즘 폰 배경화면에 항상 해두고 있던 문구를 보냈다. 보내자마자 바로 해주겠다고 답이 왔고, 저녁에 동생 남편이 직접 캘리를 쓰고 있는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완전히 컴퓨터 글씨 같은데, 이걸 직접 쓴다고? 하며 정말 놀랐다. 동생의 남편은 캘리 실력자였다!
그리고 잠시 후 완성된 캘리그래피가 도착했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너무 이뻤다. 글자 위치와 색깔을 다르게 해서 시안도 세 개나 보내주었다.
캘리 선물은 처음 받아본 건데, 다른 선물을 받을 때와는 뭔가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정성과 시간을 들인 진심 어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감동스러웠다.
동생에게 너무 이쁘다고, 너무 좋다고, 정말 고맙다고 남편분께 꼭 전해달라고 했다. 동생은 자기가 더 고맙다며 내가 좋아하니 너무 좋다고 했다.
최근에 받은 선물 중 가장 기분 좋게 받은 선물인 것 같다.
요즘은 고마움의 답례로 모바일쿠폰을 많이 보낸다. 가장 간편하기도 하고, 상대의 취향에 맞춰서 보낼 수 있는 종류가 다양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줄 때 모바일쿠폰을 자주 보냈다. 이렇게 쿠폰을 주고받는 게 익숙한 요즘에, 캘리그래피 선물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상대를 위해서 직접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캘리그래피가 준 기쁨은
모바일금액권의 선물과는 너무나 다른
행복으로 나에게 닿았다.
자기 아이에게 입힐 옷을 새로 사지 않고, 중고로 받을 생각으로 메시지를 올린 동생, 그걸 내가 덥석 잡았고, 나에겐 지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정리하며 이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주자는 마음으로 정리한 물건이 잘 전달되었다. 그리고 마음이 담긴 이쁜 캘리그래피를 선물 받았다.
이 주고받음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한동안 내 폰 배경화면은 이 캘리그리피가 오래도록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