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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pr 16. 2024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과 친구가 되었다

아이를 통해 알게된 좋은 인연

내 아이는 첫 돌이 되기 전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내가 복직을 앞두고 있어서 아이를 일찍 보낼 수밖에 없었다. 첫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는거라 그 당시 어디를 보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아파트 단지 내 가정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수지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해에 수지 반 담임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매우 밝고 다정하셨다. 아직 적응 중이라 조금 힘들어하는 수지를 잘 보살펴주시고, 수지가 누워서 편하게 낮잠을 못 자는 시기에는 낮잠 시간 내내 안아서 재워주셨다. 그리고 수지의 사진과 소식을 카톡으로도 자주 보내주셨다.


적응 중인 어린아이를 원에 보내고 애타게 기다릴 엄마 마음을 잘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선생님도 수지보다 한 살 더 많은 딸을 키우고 계셨다. 수지를 보니, 자기 딸과 성향이 비슷하다고 하시며 신경 써서 잘 챙겨주시는 걸 많이 느꼈다.


수지의 첫 선생님을 정말 잘 만나서 참 좋았다. 애정을 가지고 아이를 보살펴 주시는 그 다정함은 아이 알림장이나, 카톡이나, 하원 때 만나 잠시 나누는 대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해가 지나서 수지는 다른 반으로 가게 되고  담임선생님도 바꿨다. 반이 바꿔도 처음 담임이었던 선생님과는 종종 연락도 하고, 인스타 친구도 하게 돼서 소식을 보고 안부도 물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수지가 4살이 되던 해 좀 더 큰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면서 처음에 다닌 가정 어린이집과는 작별을 하게 되었다. 비록 그 어린이집은 이제 다니지 않지만, 그래도 선생님과의 연락은 계속 이어졌다.




내가 수지의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면, 수지의 성장하는 모습에 같이 기뻐해주시며 애정이 가득 담긴 메시지를 꼭 한 번씩 보내주셨다.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감사했다.


그렇게 해서 선생님으로 시작된 인연이 어느새 우정으로 발전했다. 선생님과 연락하는 게 나도 참 좋았고 대화를 나누면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도 나를 보면 언제나 밝아서 힐링된다고 하시며 좋은 말들을 아낌없이 해주셨다. 선생님과 나는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선생님과 둘이 밖에서 따로 만났다. 선생님이 다니던 어린이집이 올해 폐원을 하게 돼서 지금 쉬고 계신다. 그래서 지금 시간 여유 있을 때 보자고 말을 계속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 손을 잡고 정말 반가워했다. 선생님은 수지 유치원 입학선물이라며 손에 귀여운 선물도 들고 오셨다. 이 세심한 마음에 또 한 번 감사했다.


나도 선생님을 만나는 이 날이 참 기다려졌는데, 선생님도 이 날을 기다렸다고 하셨다. 우리는 이렇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한 대화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수지 어린이집 시절의 이야기, 그 당시 나는 다 알지 못했던 수지의 귀여운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듣게 되었다. 그랬던 수지가 이만큼 큰 게 또 신기하고 감격스러웠다. 선생님이 수지는 참 마음이 많이 가는 아이였다며 잊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도 수지 또래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육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이야기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매일 하루하루가 다른 아이를 보는 게 재밌고, 아이가 커가는 걸 보는 게 삶의 이유라고 하시며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도 같이 성장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격하게 공감했다. 나도 그런 마음이라고. 아이를 낳고 나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그냥 엄마가 되어서 이전과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사는
 내 삶 자체에도 큰 변화가 있었고
 한 단계 더 성장한걸 분명히 느낀다고.
 엄마로서도 성장하고, 나라는 인간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는 마음이 든다고.


이런 마음들에 대해서 나누며 우리는 서로 격려도 하고 위안도 얻으며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내내 마음이 힐링되고 참 편안하고 좋았다.


그리고 선생님은 가끔 길에서 나를 우연히 봤을 때, 아이 등원할 때도, 하원할 때도 아침저녁으로 항상 볼 때마다 내가 너무 밝고 화사하다며, 어떻게 지친 기색 없이 항상 그렇게 밝냐고 물어보셨다. 바로 앞에서 내 눈을 보시며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조금 쑥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의 그 말씀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지금 내 삶에 만족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이 또한 아이를 낳고 나에게 온 변화인데, 예전엔 내가 뭘 해야 좋은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잠깐의 자유시간이 생겨도 그 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내지 못하고 그냥 날려버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 나를 보며 내가 여태껏 나에 대해 잘 몰랐구나, 나에 대해 아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수동적으로 살아온 나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주도해서 내 시간을 쓰고 나를 알아가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에 집중하며 이것저것 나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고, 내가 무엇을 할 때 만족스러운지 알아가면서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허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5분이 주어져도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나의 내면을 채운다고.
이제야 내 인생을 내가 주도해서
사는 것 같다고.


그리고 나는 누가 돈을 안 줘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좋아서 평생 하고 싶은 걸 만났는데 그게 글쓰기라고. 글쓰기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가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할수록 내가 더 행복해진다고. 내 평생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걸 하나 찾은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글쓰기를 언제 어디서나 매일 할 수 있으니, 내 하루하루가 참 좋다는 말을 덧붙이며.




선생님이 가볍게 던진 질문에 대답하다 보니 내가 나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말을 하면서, 아 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알게 되기도 했다.


선생님은 이런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다. 다 듣고 나서는 "어머님 이 말을 하는 동안에도 얼굴에 '나 지금 너무 좋아요' 하는 게 느껴져요. 그 모습이 너무 이뻐 보여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시고 긍정적으로 받아주시는 선생님과 대화하니 이야기를 할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좋은 에너지가 가득 쌓이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내 안에 있는 좋은 이야기들을 꺼내주셨다. 좋은 사람과 좋은 대화를 나누는 이 시간이 참 좋았다. 나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우기도 하고 좋은 영향을 참 많이 받았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만남이 참 좋다.


지금 아이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을 다니지만, 어린이집에서 만난 선생님과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새롭게 알게 된 좋은 인연들이 있다. 참 소중하고 고마운 인연들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새로운 누군가를 사귀는 것에 많이 무뎌지고, 회사 사람들 아니면 새로 만나는 사람도 잘 없었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새롭게 알게 되는 인연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인연 중 '알게 돼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을 알게 된 게 큰 행운 같다.


서로의 아이가 커 가는 것도 보고, 엄마인 우리도 성장해 가는 것을 보고 격려하며, 좋은 인연으로 오래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아이 덕분에 얻는 선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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