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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아이의 첫 뮤지컬 관람

잊지못할 좋은 추억

by 행복수집가

이번 주말엔 아이와 어린이 뮤지컬 ‘프린세스스쿨’을 보러 갔다.


수지도 처음 보는 뮤지컬이고, 나도 아이와 같이 처음 보는 뮤지컬이라 더 설레고 기대되었다. 그리고 수지의 친한 친구 담이도 같이 가서 수지는 더 즐거워했다.


뮤지컬은 11시 시작이었는데, 우리는 40분 더 일찍 도착했다. 공연 시작 전에 아이들이 공연 장소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미리 여유롭게 갔다.


예술회관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으리으리한 공연장을 보고 "우와!" 하며 흥분했다. 기분 좋은 아이들은 날아다니듯 뛰어다녔다. 콩콩 뛰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엄마들 마음은 너무 흐뭇하고 행복했다.


공주님들이 나오는 공연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도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공주처럼 왔다. 예술회관 앞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깜찍한 공주님이 성 앞을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우리 공주님들 정말 귀여웠다.


뮤지컬을 보러 온 다른 아이들도 온통 공주들뿐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드레스코드를 공주로 맞춘듯 했다. 역시 여자아이들이구나 하는 생각에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남자아이라곤 누나 따라온 남동생 한 명 있었고, 모두 공주님을 보러 온 작은 공주님들이었다.


신난 우리 아이들은 대기하는 로비에서도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공연장은 행복한 느낌이었다.




10시 30분이 되니 공연장 입장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큰 공연장에 들어가 보는 게 처음인 아이들은 신기해하는 듯했다. 그리고 나도 이런 공연장이 정말 오랜만이라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뮤지컬 시작 전까지 거의 30분 동안 아이들은 자리에 잘 앉아서 기다려주었다.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이라 그런지 얌전하게 앉아서 둘이 꽁냥 거리며 대화하기도 하고, 같이 셀카도 찍으며 잘 기다렸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게 힘들 수도 있는데 짜증 한 번 안 내고 잘 기다려준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기특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된다는 종이 울리고, 무대가 어두워졌다. 어두워지자, 수지는 무서워하며 내 품에 안겼다. 그런 수지를 꼭 안아주었고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주님들은 무대에서 나온 게 아니라 관객석 뒤에서 내려왔다. 아이들에게 인사해 주고 손도 잡아주는 공주님들은 아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공주님들의 밝은 인사로 시작된 무대는 공연 끝날 때까지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뮤지컬 내용은 천방지축으로 각각 다른 공주님들이 공주학교에서 바른 예절과 행동을 배우며 달라지는 내용이었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재밌게 잘 전달해 주시는 배우님들의 연기와 대사, 노래 덕분에 공연 내내 집중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어린이뮤지컬이었지만 어른인 나도 재밌게 봤다. 배우님들의 노래를 들으며 귀호강도 제대로 했다.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시는지, 나도 흠뻑 빠져서 봤다.


작은 규모의 어린이뮤지컬이라 연출이나 무대가 화려하지는 않았는데, 배우님들의 노래와 대사로 채워지는 무대는 전혀 빈틈이 없었다.

사진촬영 가능한 시간에 찍었습니다


수지가 어떤 눈으로 공연을 보고 있는지 흘깃흘깃 봤는데, 한껏 집중한 아이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집중하면 나타나는 수지의 표정이 있다. 그 표정으로 공연을 잘 보고 있는 아이를 보니 뿌듯하고 행복했다.


수지는 공연을 보며 박수도 잘 치고, 대답도 잘했다. 암전이 되는 순간에는 무섭다면 내 품에 얼굴을 묻었지만, 그래도 무섭다고 울거나 소리치지 않고 다시 막이 바뀌면 고개를 들고 잘 봤다.


뮤지컬 중간에 공주님들이 관객들과 퀴즈를 맞히며 잠시 소통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때 수지도 ‘저요!’ 하고 손을 들기도 하고, 대답도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평소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수지라 유치원 버스 탈 때 선생님한테 인사하는 것도 부끄러워서 아직 인사도 잘 못한다.


그런데 뮤지컬을 보며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흥미를 가지는 아이를 보니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이뻤다. 이 공연이 ‘수지 안에 있는 내적 흥을 자연스럽게 꺼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이 다 끝나고 수지에게 재밌었냐고 물어보니 재밌었다고 했다. 자기는 백설공주가 제일 좋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뮤지컬에서 공주님들이 한 말이나 행동을 말해주기도 했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수지와 같이 문화생활도 자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너무 좋았고
힐링된 시간이었다.
예술이 주는 긍정적 힘과 행복함을
오랜만에 현장에서 만끽했다.




뮤지컬이 끝나고 나서는 공주님들과 포토타임을 가졌다. 사진 찍는 줄이 길었는데 거의 제일 뒷줄에 있던 우리 아이들은 힘들다는 내색 없이 즐겁게 잘 기다려주었다.


드디어 수지 차례가 돼서 5명의 공주님들 사이에 앉았다. 작은 공주님 수지는 공주님들 사이에서 조금 낯설어하기도 하고 부끄러워했지만 공주님들이 “브이 해볼까~” 하며 수지에게 관심을 주니, 웃음이 터진 수지는 공주님들과 이쁘게 웃는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추억이 되었다.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될 이 사진은 인화해서 집에 걸어두려고 한다.


수지가 처음 본 큰 예술회관, 크고 넓은 공연장, 늘 영상이나 책에서만 보던 공주님들과의 만남, 춤을 추고 노래하는 뮤지컬이 주는 밝은 에너지를 받은 아이가 보고 느낀 이 모든 경험이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앞으로의 날들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수지의 5살 인생 첫 뮤지컬 관람, 정말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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