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살 아이와 처음 가본 어린이도서관

도서관과 친해진 시간

by 행복수집가

이번 토요일은 아이와 어린이도서관에 다녀왔다. 어린이도서관은 첫 방문이었다. 그래서 궁금함과 기대감을 가지고 갔다.


도서관 입구에는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모형이 있었다. 작은 사이즈의 모형이라 귀여웠다. 작고 귀여운 김시민 장군님에게 수지가 관심을 보이며 다가갔다. 얼굴을 여기저기 만지고, 수염도 만지며 까르르 웃었다. 한참을 그렇게 모형 앞에서 놀다가 드디어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도서관 내부는 아담한 편이었고, 뭔가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한 게 귀여웠다. 어쩜 아이들 관련된 곳은 이렇게 다 귀엽고 아기자기한지, 내 기분도 귀여워지는 것 같았다. 수지는 도서관 안에 들어서자마자 새로운 놀이공간을 만난 듯 좋아하며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바빴다.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간들이 귀여웠다. 수지는 키즈카페에 온 것 마냥 재밌게 구경하느라 발걸음이 빨랐다. 도서관을 몇 바퀴 돌고 나서야 수지는 책을 몇 권 집어 들었다.


수지는 책을 들고 읽고 싶은 자리에 앉았다. 내가 책을 읽어줬는데 몇 페이지 보다가 흥미가 안 생기는 책은 바로 ‘안 볼래’ 하고 다음책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을 땐 수지가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앉아 있었다. 책을 보는 수지가 참 귀여웠다. 처음엔 내가 책을 읽어주다가, 수지가 자기가 읽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책을 손에 잡고 그림을 보면서 상황을 유추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책을 보고 어쩌고 저쩌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수지가 너무 귀엽고 신기했다. 아이의 상상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 아이가 아는 단어로, 아이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를 듣는다. 마음이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아이가 들려주는 동화 이야기.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보다 수지는 도서관을 누비며 구경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도서관이 놀이터인 듯 노는 아이가 마냥 귀여웠다. 수지가 도서관을 재밌게 노는 곳이라 생각하면 앞으로 더 자주 오기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오면서 더 익숙해지고, 편해지고, 그리고 놀다가 관심이 생기면 책도 읽으며, 도서관과 익숙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도서관에 오니, 내가 어릴 적 책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났다. 폭풍의 언덕이나 돈키호테 같은 세계 명작들은 어릴 때 만화책으로 수십 번을 읽은 기억이 난다. 집에 명작만화와 위인전, 과학만화가 세트로 있었는데 그걸 매일 읽었다. 집에 있던 책 전부를 다 읽었고, 한번 다 읽은 책도 다시 여러 번 읽었다. 책 읽는 걸 참 좋아했다.


내가 어릴 때 집에 책장 한 면이 다 책들로 가득했다. 부모님에게서 책 좀 읽으라는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 부모님이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아도, 집에 책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이 있는 환경에 있었던 영향이 큰 것 같다.


나도 수지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책이 많은 공간에 있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될 것 같다.


친구처럼, 놀이처럼 책을 대하다 보면
책과 친해져서 어느 순간 책이
나의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수지는 오늘 도서관에 있는 내내 정말 즐거워했다. 키즈카페도 아니고 놀이터도 아닌데, 도서관에서 이렇게 재밌어하고 웃으며 도서관을 누비는 아이를 보니 아이는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자기만의 즐거움을 창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도서관과 첫 만남의 기억이 정말 좋았다. 앞으로는 아이와 도서관에 자주 와야겠다는 마음이 백번, 천 번 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와 함께 사전투표 하고 오는 길에 만난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