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늦어졌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3월 한 달은 하원하고 나면 바로 집으로 갔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하원하고 나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이 넘게 밖에서 놀다가 집에 왔었다. 그리고 그때는 실컷 놀아도 집에 가자고 하면 안 가려고 해서, 한참을 달래고 꼬셔서 겨우 데리고 왔었다. 어린이집에서는 낮잠을 자다 보니 오후에 체력 충전이 돼서 아이는 넘치는 에너지를 밖에서 노는 것에 쏟고 들어왔다.
그런데 유치원을 가면서부터는 낮잠을 안 자기도 하고, 갑자기 환경이 바꿔서 아이도 적응하는 게 피곤했는지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과자 하나 사서 곧바로 집으로 갔다. 놀이터 가잔 말도 안 하고 스스로 발걸음이 집으로 향했다. 사실 그래서 난 너무 편하고 좋았다.
그런데 이 생활이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한 달 만에 유치원생활에 완전히 적응이 된 건지, 4월부터는 하원하고 나면 바로 집으로 안 가고 놀다가 간다.
3월엔 집에 바로 가도 피곤한지 소파에 늘어져 있던 수지였는데, 이제는 낮잠을 안 자고 활발하게 놀아도 체력이 남는다. 아이는 어쩜 이렇게 갈수록 체력이 좋아지는 건지 신기하다.
아이의 늘어나는 체력만큼 부모도 같이 늘어나며 좋으련만, 어째 부모는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건지. 하원하고 수지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오기 시작하니, 나도 체력소모가 많아져서 초저녁부터 졸음이 쏟아진다.
그래도 아이와 같이 보내는 추억이 쌓이는 게 참 좋다. 지금은 꽃과 풀이 싱그러운 계절이라, 어딜 가도 길가에 꽃이 가득하다. 놀이터 가는 길에 노랗게 핀 민들레를 보고, 수지가 기뻐하며 “엄마 여기도 꽃이 있어!” 하고 좋아한다.
그리고 크기가 조금 큰 꽃을 보고서는 “이건 엄마 아빠 꽃이야” 하고, 조금 작은 꽃을 보면 “이건 수지 꽃이야.”라고 말한다. 꽃을 보면 늘 엄마아빠를 생각하는 우리 수지가 너무 사랑스럽고 이쁘다.
놀이터 가는 길에 아이와 같이 꽃구경하면서 마음이 더 이뻐지는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 체력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쁜 마음과 귀여운 행복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진다.
놀이터에 도착해서는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며 잘 놀다가 나무에 개미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무 앞에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개미를 관찰했다.
개미를 보던 수지는 “엄마 개미가 친구랑 꽈당하고 부딪혔어.”라고 말했다. 아마 개미 한 마리는 위로 가고 한 마리는 내려오다가 부딪힌 것처럼 보였나 보다. 그걸 보고 꽈당하고 부딪혔다고 말하는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수지는 개미를 구경하고, 나는 그런 수지를 바라보았다.
곤충이나 동물,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는 건
그 자체로 행복이다.
아이의 순수함에서 오는 행복이
내 마음에 꽃을 피운다.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게 내 몸은 조금 피곤할지라도 내 아이의 밝게 빛나는 순수함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앞으로 아이의 이런 순수하고 이쁜 모습을 더 집중해서 열심히 보고 싶어서 체력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