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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pr 24. 2024

일상이 귀여운 5살 아이의 아침 등원기  

매일 애틋하고 행복한 아침 등원  

요즘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전한 봄날씨라 이제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우리 수지도 아침 등원할 때 얇은 원피스 하나 입고, 그 위에 가디건을 가볍게 걸치고 간다.


오늘 수지는 요정 같은 느낌이 드는 원피스를 입고 신나게 등원했다. 원피스를 좋아하고, 양갈래 땋은 머리를 좋아하는 다섯 살 꼬마공주는 이제 신발도 취향을 따지며 꽃구두만 신는다. 평소 아침에 등원할 땐 바쁘다 보니 내가 신발을 서둘러 신겨 줬는데, 꽃구두는 내 도움 없이 본인이 스스로 신으려고 한다.


구두를 신는 수지의 손놀림이 야무지다. 자기가 좋아하는 구두는 꼭 자기 손으로 신고 싶나 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 이제 유치원 가방도 자기가 멜 거라며, 나에게 달라고 한다. 원래는 내가 버스 타는 데까지 들어줬는데 좀 더 유치원생처럼 보이고 싶은 건지 자기가 멘다고 한다. 수지 몸보다 더 큰 가방도 잘 메고 있는 걸 보면 귀여워서 참을 수 없다. 그런 수지를 보며 내 입에서는 ‘귀여워’ 란 말이 떠날 새가 없다.


아파트 밖을 나오면 벚꽃은 다 떨어졌지만 나무는 더 진한 초록이 되어 싱그럽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화단 곳곳에 알록달록 이쁘게 피어있는 꽃들이 아침마다 우릴 반겨준다. 이렇게 아침에 도착한 선물 같은 풍경을 아이와 같이 보며 나서는 등원길은 늘 기분이 좋다.


이쁜 아이와 이쁜 풍경을 보며 감탄하며 가는 길에 오늘 하루치의 행복이 충전되는 것 같다.




유치원 버스가 도착하면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아이들을 반겨주신다. 아이들은 “공수, 자세, 사랑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데 수지는 유치원 입학 후 한 달 동안 인사 하는 게 부끄럽다며 내 뒤로 숨었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4월이 되자, 이제 좀 편해졌는지 인사를 잘한다. 인사를 잘하다 못해 고개가 땅에 닿을 정도로 한다. 거의 절을 하는 수준으로 꾸-우-벅 인사를 하는 수지를 볼 때마다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선생님께 인사하고 나면 엄마에게도 인사를 한다. 평소에 수지에게서 이렇게 인사받을 일이 전혀 없는데, 아침 버스 탈 때마다 수지에게 절 같은 인사를 받는다. 그 인사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아이구 고마워 수지야” 하는 말이 나온다. 너무 공손하게 인사해서 나도 맞절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렇게 인사 세리머니를 하고, 아이는 신난 발걸음으로 버스를 탄다.


자리를 잡고 앉은 수지는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나를 보고 계속 손을 흔든다.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아이의 시선은 나에게만 머문다. 그리고 나도 우리 수지만 본다. 우리는 그렇게 눈을 계속 맞추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그 인사엔 “오늘 하루도 즐겁게 잘 보내고 나중에 반갑게 만나”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신호가 바뀌고 버스가 천천히 출발하면 수지는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끝까지 본다. 나도 그런 수지를 끝까지 보며 손 흔들며 인사해 준다.


이 장면만 보면 꼭 어디 멀리 유학이라도 보내는 것 같은데, 실제는 집에서 차로 7분이면 가는 거리에 있는 유치원에 가는 것이다. 그래도 엄마아빠와 몇 시간 떨어져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유치원의 질서와 규칙을 지키며 단체 생활을 하는 아이가 늘 고맙고 대견해서 매일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낸다. 그러다 보니 아침마다 애틋하다.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도 나를 쳐다보며 인사해 주는 아이를 보면 내가 넘치게 사랑받는 느낌이다. 오늘도 이 사랑을 가득 받으며, 행복한 아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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