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것에 행복하고 같은 마음이 흐르는 부부.
어제는 남편이 나 퇴근시간에 맞춰서 아이와 같이 날 데리러 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고깃집에 가서 외식을 했다. 보통 저녁은 집에서 자주 먹었는데, 어제는 그전 날 아이 생일도 있었고, 남편도 며칠 동안 야간근무 하느라 고생도 하고, 고기 안 먹은 지도 오래된 것 같아, 회사 옆 삼겹살 집에 갔다.
걸어가면서 남편에게 나 브런치 글 조회수가 8천이 넘었다고 정말 신기하다고, 이제 오빠가 수지 낳을 때 펑펑 운 거 8천 명이 넘게 알아버렸다고 웃으며 말하니, 살짝 어이없게 웃으며 자기에게 저작권 있다고 내놓으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나중에 맛있는 거 많이 사준다고 하며 웃으며 지나갔다.
남편이 야간근무를 가는 날은 집에서 밤 11시 20분쯤 나가는데, 그 시간에 나는 항상 글을 쓰고 있다. 며칠 전엔 남편이 밤에 출근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내 어깨를 주물러 주며, "열심히 하네 행복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내가 행복해하니, 남편도 행복해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날 응원해 준다. 남편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는 게 참 즐겁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남편의 응원은 내 마음에 힘을 가득 실어준다.
어제저녁에도 우리 식구 같이 삼겹살을 먹으며, 행복하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오랜만에 삼겹살 먹는 것도 너무 좋았고, 수지가 아주 어렸을 땐 이런 고깃집에 와서 먹을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수지가 많이 커서 고깃집에 와서 셋이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이를 낳고 보니, 식당에 가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한 것임을 느낀다.
이 마음도 아이가 없었다면 몰랐을 마음이다. 이제 세 식구 어딜 가든 같이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같이 잘 먹어주는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삼겹살 집에서 고기 먹는 게 무슨 특별함인가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소소한 일상에도 의미를 부여하면 큰 행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아니다. 매일 무사히 아무 탈없이 보내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이것이 얼마나 큰 감사고, 행복인가. 이걸 항상 의식한다.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
남편도 어제 같이 고기를 먹으며 이런 말을 했다. 이전에 아이가 너무 어릴 땐 고기가 먹고 싶어도 아이를 데리고 고깃집에 가기가 힘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같이 삼겹살 집에서 고기 먹는 날이 오니 좋다고 했다. 남편이 어떤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행복해하는지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항상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행복을 자주 얘기한다.
나도 삼겹살을 먹으며 계속 "와 맛있다. 맛있다! 너무 좋아, 오빠 나 지금 행복해!"라고 말하니 남편이 "좋아?" 하고 말하며 열심히 고기를 구워준다. 남편은 내가 좋다고 하면, 내가 좋아해서 좋다고 한다. 따뜻한 마음이 많이 느껴진다.
우리가 같은 것에 행복해하고,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마음이 같이 흐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감사해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낀다.
고기를 먹으면서, 고깃집 배경 속에 있는 수지도 너무 귀엽고, 남편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시간 속에 지금에 대한 감사와 우리가 함께 맞이할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이어 나갔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우리의 앞날에 대해 상상하며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지금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는 마음에서 다가올 날에 대한 행복도 기다릴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이 모여 미래가 되므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지금 행복한 하루하루가 모여 내 삶이 된다.
그리고 이 순간이 좋으면 '아 좋다! 행복하다!' 하고 말해보자. 그럼 정말 신기하게, 더 좋아지고 더 행복해진다. 나에게 좋은 일이 더 생기고, 좋은 마음이 더 커진다. 입 밖으로 나간 말은 힘이 있다. 어떤 것으로든 나에게 되돌려준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좋은 말들을 많이 해보자. 그러면 그 말들이 다 나에게 돌아와, 좋은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