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나의 힘
아이와 둘이 있던 주말 아침이었다.
주말이니 우리 둘 다 늑장을 부리며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나는 잠은 깼지만 더 누워 있고 싶어서 침대에서 뭉그적 거렸고, 수지는 얼른 거실에 나가자고 나를 졸랐다.
그런 수지를 이길 수 없어서 더 누워있고 싶은 몸을 무겁게 일으켰다. 그런데 일어나는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내가 있는 방이 빙글빙글 돌았다. 순간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아' 소리를 내며 다시 누웠다.
지금 내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뭔가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지는 내가 다시 눕자 왜 그러냐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가 아파. 더 누워 있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엄마랑 같이 거실에 나가고 싶었던 수지는 내가 다시 누우니 속상해했다. "힝, 나가고 싶은데." 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래서 일단 수지 아침식사는 챙겨줘야겠다 싶어서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았다. 그때 마침 남편이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 왔다. 집에 온 남편은 밝은 목소리로 우리를 불렀다. 나는 힘든 목소리로 "오빠~" 하고 답했다.
방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남편은 방으로 들어왔고 내가 "오빠 나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방이 빙글빙글 돌아."라고 말했다. 남편은 어디 아프냐며, 내 품에 있던 수지를 데리고 거실로 나가면서 나에게 더 누워 있으라고 했다.
난 남편을 의지하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아, 이런 어지러움이라니. 왜 이렇게 어지러운 건지 생각하는데 속이 메스꺼운 느낌이 들었다. 그때 체했다는 것을 알았다. 전 날 저녁을 좀 불편하게 먹었는데 그게 체한 것 같았다. 그리고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남편은 거실에서 수지에게 "귀염둥이~"라고 다정하게 부르며 수지의 아침식사를 챙겨주었다.
그리고 "이제 큰 귀염둥이 보러 가야겠다" 하더니 나에게 왔다.
나는 아픈 와중에도 남편이 큰 귀염둥이라고 불러주는 게 듣기 좋아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온 남편은 나에게 체한 거 아니냐며, 내 손 여기저기를 누르면서 아프냐고 물어봤다.
남편이 손으로 누른 부위가 아파서 아프다고 하니 '체한 거 맞네' 하더니 알약으로 된 소화제와 물을 들고 왔다.
나는 남편이 준 약을 먹고 다시 누웠고, 남편은 나에게 쉬라고 말하고 수지가 있는 거실로 나갔다.
여전히 어지럽고 힘들었지만 남편이 있어서 걱정 없이 맘 편하게 아팠다. 남편이 없었다면 아파도 참으면서 수지를 챙겨주고 신경 쓰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텐데 남편 덕분에 편하게 쉬었다.
상태가 빨리 좋아지지 않아서 거의 오전 내내 누워 있었다. 남편도 밤새 야간근무 하고 피곤해서 잠도 자야 할 텐데 나 때문에 일찍 못 쉰다 싶어 미안했다.그래서 남편에게 "나 이제 일어날게, 오빠가 여기 와서 자."라고 말했다.
남편은 "아니야, 나 아직 잠 안 와.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더 오래 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남편에게 참 많이 고마웠다.
내가 한 번씩 몸이 안 좋거나 아플 때마다 남편이 정성과 진심으로 날 챙겨주는 걸 느낀다. 그 마음이 너무 세심하고 고마워서, 마음 구석구석 사랑으로 채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 덕분인지 아파도 금방 회복한다.
이번에도 남편 덕분에 실컷 쉬었고, 오전에 화장실 한번 다녀오고 체한 게 내려갔다. 어지럽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 이제 괜찮다고 말했다.
남편은 정말 괜찮냐며 죽을 사 오겠다고 했는데 나는 괜찮다고, 죽 안 사도 되니 남편에게 얼른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 그제야 남편은 침대에 가서 누웠다.
내가 아플 때 실컷 아프고, 실컷 쉴 수 있는 것이 다 남편 덕분이다. 다른 걱정 없이 내 몸생각만 하며 쉰 덕분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기의 피곤함보다, 아내가 아픈 것을 먼저 걱정해 주고 챙겨주는 남편은 내가 의지할 수 있는 큰 힘이다.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어서 정말 고맙고 행복하다. 내 마음에 항상 편안함이 있는 것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이 곁에 있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