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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l 08. 2024

남편 옆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나

남편 옆에서 행복한 내 모습이 좋다  

하루는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일찍 먹고 시간이 많이 남았다. 원래는 잠시라도 산책을 나가는데 이 날은 밖이 너무 뜨겁고 습해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쨍하고 선명한 여름 풍경을 창문을 통해서 바라봤다. 그렇게 잠시 풍경을 즐기다가 오늘 남편이 쉬는 날이라 집에 있을 텐데 뭐 하나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


남편은 국밥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며 방금 내 회사 앞을 지났다고 했다. 나는 도시락 먹고 밖이 너무 더워서 못 나가고 사무실에 있다고 얘기를 했는데 남편이


“그럼 빙수 먹으러 갈까?”라고 물어봤다.


내가 며칠 전에 빙수가 먹고 싶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한 말 같았다. 이 생각을 하던 찰나 남편이 “둥이 빙수 먹고 싶어 했잖아”라고 말했다.


내가 어디 가고 싶다, 먹고 싶다, 하고 싶다고 지나가듯 말하는 것도 놓치지 않고 기억해 주는 남편에게 가끔, 아니 자주 놀라고 감동받는다. 내가 말하고 나서 정작 나는 잊어버린 것들도 남편이 기억해 줘서 속으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날도 내 말을 기억해 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남편의 빙수 제안에 나는 좋다고 했다. 그리고 거의 집 앞에 도착했던 남편은 나를 데리러 온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늘에 잘 숨어있어”


이 말이 참 다정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데리러 오는 시간이 그래도 조금 몇 분은 걸리니 내가 기다리는 동안 그늘에 숨어있으라고 하는 남편. 그냥 ‘기다려, 갈게’라고 할 수 도 있는데  ‘그늘에 잘 숨어있어’라는 말은 조금 더 사랑을 듬뿍 담은 다정한 말 같았다.


남편의 그 말을 듣고 회사 1층으로 내려가는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옅은 미소가 내 얼굴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편의 사소한 다정함이 내 마음의 작은 틈도 따스하게 채워준다.


남편 말대로 난 그늘에서 잘 기다렸고 반갑게 만났다. 나는 남편을 만나자마자 수다쟁이가 됐다. 카페에 빙수를 먹으러 가는 그 짧은 길에도 오늘 어땠고 저땠고 하며 신나게 수다를 늘어놓는다. 몇 시간 전에 집에서 봐놓고 꼭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갑고 짧은 몇 시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는 나를 보니 조금 우습기도 하다.


그리고 남편과 같이 있는 걸
참 편안해하고 좋아하는 나를 보며
이런 내 모습이 좋아서 행복하기도 했다.



 

카페에 도착해서 빙수를 시키고 자리에 앉자마자 갑자기 직장인들이 몰려왔다. 남편과 나는 우리 조금만 늦었어도 못 먹을 수도 있었겠다며 우리는 운이 좋다고 키득키득 웃었다.


창밖으로 여름의 짙은 초록 풍경이 잘 보이는 자리에 남편과 나란히 같이 앉아 맛있게 빙수를 먹었다. 내 입에 사르르 녹는 망고 빙수는 더위를 식혀주고, 남편과 함께 나눈 대화는 그 순간을 달콤하게 만들어 주었다.


시원한 카페에서 시원한 빙수를 먹고, 시원한 차를 타고 회사 앞에 내려 시원한 사무실에 들어왔다. 이 날 점심시간에 너무 더워서 못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편 덕분에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시원하게 점심시간을 보냈다.


남편과 함께 보낸 50분 정도의 점심시간으로 이 날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기에 충분했다. 


남편과 같이 있으면  ‘참 좋다’는 느낌으로 내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게 좋다. 사소한 다정함을 지닌, 나와 대화할 때 늘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는 남편이 참 좋다. 그리고 이런 남편 옆에서 행복해하고 있는 내 모습이 정말 좋다. 우리 부부 지금처럼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로 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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