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대단한 우리 남편
이제 날이 점점 더워져서 에어컨을 틀어야 할 시기가 왔다. 에어컨을 틀기 전에 필수로 해야 할 일은 에어컨 청소. 작년 여름에 사용한 이후로 제자리에 묵묵히 있었던 에어컨은 1년 동안의 먼지가 가득 쌓였을 것이다.
우리 집 에어컨 청소는 남편이 한다. 담당으로 정한 건 아니지만 결혼생활 해보니 서로가 조금 더 잘하는 분야로 임무를 배정받은 듯하게 된다. 남편은 청소를 꼼꼼히 잘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에어컨 청소도 남편이 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기사님을 불러서 에어컨을 청소를 했는데 비용이 꽤 많이 들었다. 남편은 그 돈이면 고기를 몇 번이나 사 먹을 수 있다며 이번에는 자기가 한다고 했다.
난 그런 남편에게 귀찮지 않겠냐며, 기사님은 내부를 다 해체해서 하나하나 꼼꼼히 해주던데 돈이 들어도 기사님 불러서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니 남편이 자기도 다 해체해서 깨끗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기계를 해체하고 조립하는 것에 대해 무지한 나는 그게 너무 힘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수지랑 네가 깨끗한 바람을 쐬는 걸 생각하면 그게 좋아. 그래서 난 에어컨 청소 하는 거 안 힘들어. 좋아.”
이 다정하고 이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남편이었다. 무심한 듯 다정한 말을 훅 던지고 편안한 얼굴로 웃는 남편이라니. 이 남자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나라는 사람에겐 에어컨 청소가 너무 귀찮고 힘든 일이라 돈을 들여서라도 어떻게든 안 했을 텐데 남편은 나와 아이가 깨끗한 바람 쐬는 게 좋다며 기꺼이 자기가 한다는 사람이다. 그 마음이 너무 귀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평일 쉬는 날, 혼자서 거실과 안방에 있던 에어컨 청소를 다 했다. 무려 4시간이 걸렸다며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보니 에어컨은 해체가 되어 있었고 내부까지 깨끗하게 청소해서 기기들을 말리고 있었다.
에어컨을 열어보니 정말 더러웠다고 한다. 그 더러운 걸 눈으로 직접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도 더 열심히 청소를 했나 보다. 4시간 동안 땀 흘리며 청소하느라 고생했을 남편을 생각하니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웠다.
이 날 저녁 올해 처음으로 에어컨을 틀어보았다. 꿉꿉한 냄새 전혀 없이 깨끗하고 시원한 바람이 피부에 닿았다. 땡볕에서 3시간을 놀고 들어와 온몸이 열기로 가득했던 수지도 그제야 열이 식었다.
깨끗하게 청소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남편은 “봐봐, 냄새 안 나지?” 하며 뿌듯해했다. 나는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고 대단하다고, 정말 고생했다고 말했다. 고맙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정말 고맙고 대단하다 우리 남편.
이번 여름은 남편 덕분에 맘 편히 에어컨 바람을 시원하게 쐴 수 있을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휴일 날 스스로 일을 자처해서 한 남편.
자기 몸이 편한 것보다 가족들을 위하는 일을
기쁨으로 여기는 남편을 보며
‘진짜 사랑이구나’ 하는 걸 느낀다.
이렇게 좋은 사람 옆에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좋은 사람 곁에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나 또한 남편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오래도록 다정하게 곁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