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서 누리는 온전한 휴식
주말 오후에 아이가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해서 유모차에 태우고 놀이터까지 걸어갔다. 놀이터에 도착해서 보니 수지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이 날 오전에 오감 체험 활동하러 갔다가 물놀이를 해서인지 피곤했나 보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지 않고 유모차에서 잠시 낮잠을 자게 두었다.
그리고 나도 놀이터 근처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았다. 벤치 앞에는 분수대가 있었고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과 파란 하늘에 커다란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이 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이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어서 핸드폰도 내려놓고 이 풍경에만 집중했다.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있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하게 행복했다. 하늘의 구름, 꽃, 나무, 풀 그 어느 것 하나 가만히 있는 것이 없고 모두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 살아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라고 표시를 내는 것 같기도 했다.
잠깐 다른 데를 봤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조금 전까지 이쪽에 있었던 구름이 저쪽으로 옮겨 간 것도 보고,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계속 흔들리는 꽃잎과 나뭇잎은 생동감이 넘쳤다. 핸드폰에 내 시선과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내 눈앞에 있는 자연에 집중하는 동안 내가 온전히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나’에 대한 감각을 느꼈다.
한참 이렇게 자연에서 쉼을 누리다가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우리 식구는 공원에 나들이를 갔다.
오랜만에 초전공원을 갔는데 공원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초여름의 풍경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숲 속에 있으면 자연이 주는 기운을 한 껏 받는 것 같다. 졸려하던 수지도 나무가 가득한 공원에 도착해서는 눈을 번쩍 뜨며 즐겁게 뛰어다녔다.
공원에는 모래 놀이터가 있었다. 남편은 자기가 수지와 놀아 줄 테니 나는 좀 쉬라고 해서 공원에서도 휴식시간을 얻었다. 놀이터 근처 벤치에 앉아서 잠시 책을 읽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배경음악 같았다. 아이들의 웃는 소리는 힐링이었다. 그리고 눈을 들면 보이는 초록빛의 푸른 자연이 내 마음까지 싱그럽게 해 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에서 책만 읽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벤치에서 일어나 공원 산책을 했다. 나무들 사이를 걷고 싶었다.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며 걷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면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멈춰 서서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만끽했다. 그리고 사진 속에 풍경을 담기도 하고, 내 눈 속에도 가득 담았다.
내가 보는 모든 풍경이 선물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게 벅찬 행복으로 다가왔다.
눈만 들면 아름다운 선물이 가득한데,
이 선물을 매일 충만하게 누리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원래도 자연을 좋아해서 자주 하늘을 보고, 나무와 꽃을 보는데 쉬는 날엔 이 자연을 더 오래 음미하고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책을 하는 동안 자연이 주는 충만함, 기쁨, 행복, 에너지 이 모든 것들이 내 안에 그대로 흡수되고 있었다. 행복감이 마음에 가득 차는 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순간이 이런 순간이구나’ 하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이런 순간을 나에게 자주 선물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어떤 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내 눈앞에 있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
이것만으로 내 영혼이 충만해지는 것 같았다.
일상을 보내다 잠깐 시간이 생기면 그 짧은 시간에도 핸드폰을 열어 내 정신에 자극을 주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핸드폰을 내려놓고 틈만 나면 자연을 봐야겠다.
가만히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정신이 휴식하고 내면이 충만함으로 가득 찬다. 자연 속에서 근원에 더 가까워진 내 영혼이 평안해하는 이 온전한 휴식을 자주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