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당일치기 담양여행
이번 결혼 6주년 기념으로 담양여행을 다녀왔다. 담양은 처음 가봤는데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길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어딜 가나 초록초록하고 싱그러운 풍경이 가득했다.
1시간 반정도 차를 타고 도착한 담양에서 제일 먼저 간 곳은 죽녹원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수지는 콩콩 뛰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주차장에 한가운데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해서 다른 차가 오기 전에 얼른 사진을 찍었다. 새로운 곳에 여행 온 것이 아이에게도 큰 즐거움이 되는 것 같았다.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흐뭇하고 행복했다.
주차장에서 죽녹원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공원이 있었는데 공원 분수에서 물이 콸콸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속에 뛰어들어 온몸을 적셔가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수지는 여벌 옷이 없어서 물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손에 물이 닿은 것만으로도 “엄마 내 손에 물이 묻었어!” 하며 좋아했다.
즐거워하는 수지의 손을 잡고 죽녹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키가 큰 대나무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니 금방 시원해졌고 대나무 숲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수지는 대나무숲에는 처음 와봤는데 대나무를 보더니 “이거는 판다가 먹는 거야”라고 말했다. 판다가 대나무 잎을 즐겨 먹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내 아이가 너무 똑똑해 보여서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며 웃음 가득한 산책을 이어갔다.
수지는 지나가며 보이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졌다. 중간중간 벤치가 보일 때마다 앉아서 사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진 대나무 잎을 주워서 여러 가지 모양도 만들어본다.
'대나무만 가득한 이곳을 아이가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호기심 가득한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 생각은 다 사라졌다. 그 누구보다 대나무숲을 잘 즐기고 구경하는 아이를 보니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녹원은 산책길로도 참 좋았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어린이놀이터도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았다. 놀이터를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수지는 놀이터에서도 한참을 놀았다. 아이가 노는 동안엔 우리 부부는 놀이터 앞 정자에 앉아 잠시 쉬기도 했다.
대나무 푸른 숲에서 산책도 하고 휴식도 하고 놀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죽녹원을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쌍교숯불갈비’라는 맛집으로 향했다. 담양 맛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소문대로 맛집이었다. 갈비는 정말 맛있었고 밑반찬은 푸짐하고 신선했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담양에 왔고 죽녹원에서 한참 걷다 보니 배가 고팠는데 맛있는 점심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에너지 충전 후 우리는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어린이프로방스였다. 담양에는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는데 이 길 옆에 어린이 프로방스가 있었다. 메타세콰이아 거리 자체가 다 관광지라 나름 볼거리가 많았다. 메타세쿼이아 길도 걸어보고 싶었지만 조금 지친 수지를 업고 걸어야 해서 일단 우리의 목적지인 어린이프로방스로 서둘러 걸어갔다.
어린이 프로방스 입장료는 무료였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다리 아프다고 아빠 등에 업혀있던 수지는 어린이 프로방스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등에서 내렸다.
나무와 풀, 꽃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공원엔 연못이 있었고 군데군데 공룡들도 있었다. 작은 쥐라기공원 같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이 공원에 피크닉을 온 가족들이은 여기저기 돗자리를 펴고 다들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주로 아이들이 있는 가족단위로 많이 와있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 웃는 소리들로 가득 채워진 공원은 더 평화롭고 밝은 에너지로 넘쳤다. 이곳엔 어린이 놀이터도 있었고 집라인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분수도 있었다. 여긴 그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천국이었다.
수지도 공룡을 만져보고 여기저기 구경 하다가 어린이 놀이터를 발견하고 나서는 놀이터에서 내내 놀았다.
땡볕에서 노느라 땀이 흐르고 얼굴이 빨개져도, 더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노는 것에만 집중한 수지는 즐거워 보였다. 수지가 노는 동안 나는 공원을 더 구경했다. 내가 이 근처에 살았다면 매주 왔을 것만 같은 참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5시쯤 되어 어린이프로방스를 나왔다. 수지는 더 놀고 싶어 했지만 장시간 또 차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에 그때쯤엔 나서야 했다. 수지는 더 놀 거라며 울면서 나왔는데 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이 날 하루 많이 걷고 많이 놀았으니 피곤할 만도 하다.
곤히 잠이 든 수지를 보며 나도 마음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이날도 남편이 참 수고를 많이 해주었다. 내가 힘드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다. 힘드냐고 물어보면 늘 괜찮다고 한다. 사실은 힘들 텐데도 내색 안 하고 늘 최선을 다해주는 남편이 정말 고맙다.
우리의 결혼기념일에 뭘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담양 당일치기 여행으로 정했는데 좋은 추억을 만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도 우리 결혼기념일에는 항상 수지와 함께 할 것 같다. 결혼기념일마다 세 식구 여행을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곳에서 사랑하는 식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큰 선물이기에,
기념일마다 이 선물을
우리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으니까.
좋은 추억을 가득 담은 담양여행이 이번 6주년 결혼기념일의 선물이 되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