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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n 20. 2024

아이가 엄마아빠 사진을 찍어주는 의미

아이가 담아준 행복한 순간

6월 14일은 아이의 생일이었다. 수지의 4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우리 가족은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에 도착해서 처음 간 곳은 국립수산과학관이었다. 과학관은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구경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만져보고 구경하고 체험하느라 신난 수지를 보니 ‘오길 잘했구나’ 하는 마음에 흐뭇했다.


과학관 내부를 다 구경하고 밖의 전망대로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파란 바다가 펼쳐졌다. 굉장히 아름다웠다. 나와 남편은 계속 감탄하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과학관 앞에는 바다 옆으로 산책로가 있었는데 이 길은 해동용궁사와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걸어서 용궁사까지 가보기로 했다.


조금 걷다가 힘들어진 수지는 안아달라고 했고 나와 남편이 아이를 번갈아 가며 업고 걸었다. 아이를 업고 걸어도 옆에 보이는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에 빠져 걷다 보니 힘들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 그저 감사하고 행복했다.


내가 바다를 보며 걷다가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이 바다를 본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행복하다.”


남편도 그렇다고 했다. 아름다운 바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걷다 보니 말로만 듣던 용궁사가 보였다. 내가 지금껏 본 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높은 돌탑이 쌓여있는 용궁사는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했다.


용궁사 가까이 갈수록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외국인들이 많은 국내 관광지에 온 건 오랜만이라 조금 들뜨기도 했다. 이 들뜸의 기분이 좋았다. 조금 더 신나고, 조금 더 업됐다.


사람들은 용궁사 전체가 다 보이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 가족도 사진을 찍으려고 자리 잡았다. 처음엔 우리 세 식구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바다를 배경으로도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를 하는데 수지가 “내가 엄마 아빠 사진 찍어줄게”라고 했다.


지금까지 수지가 우리 사진을 찍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내가 수지 사진을 찍었고 어딜 가든 사진 찍는 건 내 역할이었다. 그런데 수지가 엄마 아빠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니 이런 적이 처음이라 조금 낯설기도 하면서 그 말이 반갑기도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준다는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나는 웃으며 “그래 수지가 엄마 아빠 사진 찍어줘” 하고 핸드폰을 손에 쥐어주었다. 그동안 집에서 엄마 아빠 핸드폰으로 집안 가구들을 몇 번 찍어본 적이 있는 수지는 카메라 화면에 나오는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수지에게 “수지야 이 동그라미 누르면 돼”라고 하니 “응”이라고 말하며 자기 얼굴만 한 핸드폰을 작은 두 손으로 꼭 쥐고 사진 찍어줄 포즈를 취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엄마 아빠 사진 찍어준다는 수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이좋게 붙어 섰다.


엄마 아빠 웃어~ 아빠 안 웃었네. 웃어”  


이 말에 웃음이 빵 터졌고 수지가 찍은 사진에는 우리 부부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겼다.


수지가 찍은 사진을 봤다. 생각보다 잘 찍어서 깜짝 놀랐다. 비록 아빠 얼굴은 반이 날아갔지만 웃고 있는 아빠의 입은 찍혔다. 그리고 귀여운 수지를 보며 계속 웃음이 나오던 내 모습은 사진에 그대로 다 나왔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수지의 시선에서 바라본 엄마 아빠가 이런 모습인가’ 싶었다. 사진 속에 우리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 수지가 찍어주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는지 몰랐을 것 같다. 행복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준 수지에게 몹시 고마웠다.




이후에도 여행 중에 수지는 우리 부부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수지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남편과 찍은 다정한 사진을 남겼다. 셀카로 찍는 것과 남이 찍어주는 사진은 느낌이 다른데 수지가 우리 부부 사진을 사랑스럽게 담아주었다.


비록 사진 속에 우리는 가분수에, 안 그래도 작은 내 키가 더 땅딸막하게 나왔지만 그래도 수지가 찍어준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사진을 찍어주는 수지를 보며 행복해 보이는 엄마 아빠를 사진에 담고 싶어 한 것 같아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뭉클하기도 했다.


내가 항상 수지 사진을 찍을 때 ‘너무 귀여워, 너무 이뻐!’라고 하며 늘 기쁨에 겨워 찍었는데 수지도 자기가 보는 이쁜 순간을,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사진에 담으며 행복했을 것 같다.


아이가 담아준 행복한 순간 덕분에 이번 여행은 조금 더 특별히 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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