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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n 17. 2024

김신지 작가 '제철행복' 북토크 후기

'나의행복'을 챙긴 북토크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김신지 작가님이 진주문고에서 북토크를 하셔서 다녀왔다. 작가님의 책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처음 읽고 팬이 돼서 작가님이 쓰신 다른 책들도 연달아 다 읽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님이 진주에 와서 북토크를 해주신다니 정말 기뻤다. 작가님이 전국을 다니며 북토크를 하는 걸 보고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내가 사는 진주 근처에라도 오시면 가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진주에서 북토크를 한다는 소식을 보며 내 간절함이 닿은 것 같아 신기했다.



북토크는 진주문고 2층 여서재에서 진행됐다. 작가님이 무대 앞으로 나오시는데 사진으로 자주 봬서 그런지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본 작가님은 동그랗고 초롱초롱한 눈이 귀여우셨고 평안하고 온화한 느낌이 드는 작가님의 글과 꼭 닮은 이미지였다.  


그리고 작가님이 “안녕하세요 김신지입니다.” 하고 인사하실 때 목소리가 너무 이뻐서 깜짝 놀랐다. 낭독을 하셔도 정말 좋을 것 같은 이쁜 목소리였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은 목소리도 좋은 걸까. 다음에 밀리의 서재에서 작가님의 목소리로 녹음한 오디오북이 나와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은 조곤조곤 차분하게 말씀을 잘하셨다. 말을 하실 때도 책에 나오는 이쁜 단어와 문장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님은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시다가 ‘몹시 좋아하신답니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데 이 말이 너무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몹시’라는 말은 글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제 말로 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글을 쓰는 작가님이라 그런지 어휘력이 풍부하신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떤 참석자 한 분이 작가님의 글 표현력이 너무 좋은데 어떻게 그런 표현을 생각하시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건 나도 궁금했다. 김신지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내용도 분명히 좋은데 문장 표현이 너무 좋고 비유도 정말 좋아서 ‘어떻게 이런 말을 생각하셨지?’ 하며 줄을 그어놓는 글들이 많다.


작가님의 글은 모양도 너무 이쁜데 맛까지 있는 진짜 이쁘고 맛있는 음식 같다. 그래서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쉽게 빠져드는 것 같다.  


작가님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전에 잡지사에서 일할 때 매력적인 글을 쓰는 연습이 많이 된 것 같다고 하셨다. 잡지 글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제목이나 내용을 매력적으로 적어야 해서 이것에 초점을 맞추고 글을 쓰다 보니 그때 많이 단련되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책을 훑어보며 내 마음을 낚아채는 제목을 수집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을 메모장 서랍을 만들어 저장해 두고 글을 잘 쓴 작가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장착이 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역시 많이 읽고 써보는 것이 글을 잘 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작가님은 자주 메모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한 번에 큰걸 하려고 하면 막막해서 시작하기 어려우니 작은 것부터 시작하신다고 하셨다. SNS에서 우연히 본 좋은 글이나 영상에 나온 말을 저장하기도 하고, 카페에서 옆에 앉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적어두기도 한다고 하셨다.


작가님은 일상에서 듣고 보는 모든 것들을 메모라는 작은 조각들로 모으고 계셨다. 그리고 이게 다 자기만의 레퍼런스가 되어 글을 쓰는 재료가 된다고 하셨다.


나도 수시로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주제별로 폴더를 만들어두고 자주 메모를 저장하고 있는데 이게 나의 레퍼런스를 모으는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든든해졌다. 통장에 돈이 쌓이면 마음이 든든한 것처럼 나의 메모장에 가득 쌓여가는 메모들을 보면 이게 나의 '글 자산'인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다.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나 지금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모은 이 재료들을 잘 반죽하고 요리해서 나만의 맛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님의 이번 신간인 ‘제철행복’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작가님은 이 책을 쓰면서 1년을 24 절기로 나누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24개의 계절을 보내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이 책에는 각 절기마다 하면 좋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떤 절기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는 게 좋은지 작가님만의 행복 리스트를 공유해준 것 같기도 하고 옛사람들이 각 절기에 즐긴 이야기들도 책에 가득한데 이 또한 책을 보는 재미 중에 하나다.


그리고 북토크 참석자들과 각 계절마다 꼭 하는 것들, 이 계절에 하면 좋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목소리에 행복이 묻어 있는 게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좋은 것이겠지.


비 오는 날 꼭 가는 식당이나, 나만 아는 노을 맛집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행복, 대나무 숲 그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시간, 꽃을 너무 좋아해서 사계절마다 꽃을 보러 다닌다는 이야기 등 각자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좋은 기운을 서로 나누는 느낌이었다.




북토크 마지막 시간에는 사진 촬영도 하고 사인도 받았다.


북토크 하는 동안에는 입도 뻥긋 못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사인받을 땐 용기 내서 말도 했다. 작가님께 진주에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작가님 책 다 너무 잘 읽었다고. 내 말에 작가님도 감사하다고 인사해 주셨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좋아하는 작가님과 가까이서 좋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북토크를 다녀오니 작가님이 더 좋아졌다. 내가 애정과 관심을 가지는 작가님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 책으로 전하는 좋은 마음, 그리고 저자와 독자가 서로 소통하며 얻는 좋은 기운이 참 좋았다.


내 시간을 행복으로 채운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당연히 행복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어렵게 찾은 방법은 두 가지. 오늘의 일과와 의무 사이에서 틈틈이 행복해지기, 그리고 앞날에 행복해질 시간을 미리 비워두기. 틈틈이 행복해지는 건 영양제 먹듯이 챙기면 된다. 날씨 좋은 날 점심시간에 10분이라도 산책을 하고, 늦은 퇴근길에 맛있는 요리를 포장하면서 오늘의 기쁨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행복해질 시간을 미리 비워두는 데는 약간의 성실함이 필요하다.

- 김신지 '제철행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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