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행복이란
난 아침에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고 나서 곧바로 출근한다. 수지는 유치원 가는 게 재밌는지 등원할 때마다 신나서 폴짝폴짝 뛰며 에너지가 넘친다. 밝은 수지를 보면 비타민 100개는 먹은 것 같은 힘이 난다.
유치원 버스를 타면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엔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준다. 이런 수지를 보며 웃지 않을 수 없다. 나도 함박웃음 지으며 힘차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웃으며 수지를 보내고 나면 내 얼굴에 미소가 여전히 남아있는 채로 출근을 한다.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는 동안 내 기분이 한결 더 좋아져 있는 것을 느낀다. 웃을 일이 없어도 웃는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 같다.
아침에 사랑스러운 아이가 나에게 남겨준 웃음이 나의 출근길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기분 좋게 출근해서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면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가 나무가 가득한 곳을 찾는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보고 나무도 보며 자연에 흠뻑 빠지는 시간을 가진다.
이 시간엔 조용히 풍경만 바라본다. 초여름의 풍경으로 가득한 요즘 새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이 떠 있는 것도 아름답고 초록빛이 더 진해진 나무들을 보면 그냥 조금 더 기분이 좋아진다.
사무실에 있다 보면 싱그러움에 물이 오른 이 풍경을 보지 못하는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일부러 자연을 더 보려고 애쓴다. 틈만 나면 창밖을 바라보고, 내 눈에 초여름의 풍경을 가득 담아본다.
자연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을 잔뜩 전해준다. 나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일까. 자연 안에 있는 내가 좋고 편안하다. 자연 속에 있을 때 느끼는 그 평안함, 충만함, 고요함을 사랑한다.
이 시간은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이렇게 비움과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나면 오전에 소진된 힘이 다시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힘으로 오후를 시작한다.
오후 4시엔 아이를 하원하러 간다. 어제는 너무 더워서 하원하고 수지와 카페에 가서 빙수를 먹었다. 우유빙수를 처음 맛본 수지는 한입 먹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맛있다고 했다. 작은 숟가락을 잡고 쉬지 않고 열심히 먹는데 정말 귀여웠다.
얼음도 처음 먹어본 수지는 오독오독 씹히는 얼음이 재밌는지 얼음을 씹을 때마다 내 귀에 대고 얼음 씹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얼음 ASMR을 해주는 수지가 무척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잠시 후 남편이 카페로 찾아왔다. 수지는 아빠품에 안겨 알콩달콩 장난을 치기도 하고 놀이도 하고, 카페 안을 이리저리 구경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내 앞에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했다.
해맑게 웃는 아이와 함께 있는 공간은 온통 핑크빛이 된다. 아이와 같이 있으면 내가 사랑 가득한 세상에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실체를 뚜렷하게 보는 것만 같다.
나에게 행복은 이런 것이다.
로또 당첨되는 것 같은
한방의 큰 행복이 아니라
일상 사이사이를 채우는 작은 행복들,
이런 소소한 행복들이 나를 살게 한다.
내가 가진 사소한 것들에 감사한다. 진정 날 기쁘게 하는 행복은 늘 내 곁에 있는 소소한 것들이라는 게 왠지 좋다. 나에게 진짜 중요하고 소중한 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를 매일 조금 더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