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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l 15. 2024

내가 나로 살기위한 나만의 시간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나를 챙기는 시간  

오후에 외출 2시간 쓰고 점심시간부터 연달아 3시간 동안 나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워킹맘으로 살면서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이 줄었고, 그로 인해 혼자 시간이 너무 소중해져서 가끔 평일에 나 혼자 누리는 자유시간을 갖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낸다. 자주는 못 가져도 한 번씩 이런 시간을 가지면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충전이 되는 걸 느낀다.


나에게 자유시간을 주기로 한 저번주 평일날에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들고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 이제 새로운 카페를 찾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고 익숙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기분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곳에 가는 게 좋기도 하지만, 나만의 편안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면서 익숙한 아지트 같은 공간에 가는 게 좋다. 다행히 그런 카페를 만났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 날이면 그 카페가 생각나서 가게 된다.


점심시간에 갔는데 아직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이라 그런지 카페는 조용하고 한적했다. 나는 혼자 책 읽기 좋은 곳에 자리 잡고 말차크림라떼와 휘낭시에, 스콘을 시켰다.  


이 날 이 카페에서 만든 말차라떼는 처음 먹어봤는데 한 입 먹자마자 눈이 번쩍 뜨이며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떴다! 정말 맛있었다. 내가 여태껏 먹어본 말차라떼 중에 가장 맛있었다. 그리고 같이 먹은 스콘과 휘낭시에도 확실히 다른 카페와는 차별화된 맛이었다. 다른 데서 먹은 스콘은 포크로 조금만 건드려도 다 부스러져서 조금 불편했는데 여기 스콘은 아주 부드러운데 부스러지지 않고 먹기 좋은 조각으로 잘렸다.


내가 먹은 스콘과 초코휘낭시에는 그리 달지 않으면서도 뭔가 담백하고 아주 맛있었다. 초코가 그리 달지 않은데 맛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런 맛은 어떻게 내는 걸까. 직접 맛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맛이었다.


이 카페는 분위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포인트는 음료와 디저트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다 보니 인테리어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것에 사장님의 손길이 직접 닿지 않은 게 없고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한 마음을 쓴 게 느껴진다.


디저트도 공장에서 찍어오는 게 아닌 손수 만들고, 스콘에 찍어먹는 잼마저도 시중에 파는 잼이 아닌 수제 잼이었다. 이런 건 먹으면 바로 안다. “직접 만들었구나!” 하고.


정성이 더해진 디저트와 음료가 맛있기까지 하니 더 바랄 것 없이 참 좋았다. 이런 디저트와 음료는 나를 행복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꼭 나를 위해 준비한 것 같아 먹으면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카페에서 나를 위해 만든 것 같은 정성스러운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며 정말 행복했다. 일부러 내 자유시간을 더 충분히 가지려고 회사에서 점심도 안 먹고 바로 달려온 거라 배가 고팠는데 맛있는 디저트와 말차라떼로 허기짐을 만족스럽게 채우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날 챙겨간 책은 클레어 키건 작가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소설이었다.


이 책은 사두고 며칠 동안 놔두다가 이 카페에서 처음 펼쳐봤는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다 보니 금세 몰입하게 되었다. 읽을수록 빠져들었고 머릿속으로 소설의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으로 읽었다. 읽다가 잠시 멈추게 되는 문장을 만나면 다시 읽어보고 메모장에 텍스트스캔으로 저장하면서 읽어갔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푹 빠져 읽었다. 푹 빠져 읽다 보니 한 시간 반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얇은 소설이어서 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안 걸리기도 했지만 한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은 게 정말 오랜만이라 왠지 기분이 좋았다.


무언가에 몰입한 시간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제대로
 나의 것으로 누리고 있구나
하는 느낌은 날 충만하게 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은 읽고 나서 마음에 묵직하고 은은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사소한 것들이 우리 삶에 중요한 많은 것들을 지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실 모든 것은 사소한 것들로 지켜지고 있는데 그 사소한 것을 외면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나 혼자만 편하면 나와 관련된 모든 게 편하다는 생각에, 알면서도 모른 채 지나가는 사소한 것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커져가는 아픔도 있다는 것. 아무리 힘들고 아픈 상황에서도 나를 위하고 지켜봐 주는 사소한 애정이 있다면 충분히 충만한 마음으로 삶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일랜드 세탁소에서, 수도원에서 고통당한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을 애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이렇게 얇은 책에 무겁지 않고 담담하게 전하면서 읽는 이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과 여운을 주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다. 이 소설은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푹 빠져서 책을 다 읽은 후, 들어진 생각을 묵상하고 음미하면서 마저 남은 스콘을 다 먹고 카페를 나왔다.




나를 위한 3시간이 나를 기쁘게 하기에 충분했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은 것뿐인데 이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날 기쁘게 하는 것은 무언가 대단한 게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생각한다. 날 위해 시간을 내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느끼며,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내 마음이 좋은 것으로 채워지는 것.


이것으로 행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안다는 게 참 좋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내 취향을 내가 파악하고, 내가 좋아하는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를 위한 선물들을 만난다. 내가 나답게 산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그리고 날 좋게 하는 게 뭔지 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에 대해 많이 알수록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한평생 나로 살아도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다. 내가 나라서 당연히 나를 아는 게 아니다. 나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면 보물 찾기에서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다. 보물 찾기에서 여기저기에 숨겨져 있는 보물이 적힌 쪽지를 찾아다니는 기분으로 사는 건 참 설레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날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내 주변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있고 난 살아가면서 이 보물들을 발견한다.


사는 동안 이 보물을 부지런히 찾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미 찾은 보물은 소중히 간직하고 그로 인해 오는 행복을 충분히 누리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것들도 10년 후에 나는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발견 못한 보물을 10년 후에 발견할 수도 있다. 이걸 생각하면 10년 후에 내가 어떤 모습일지 조금 기대가 된다.




해야 할 의무로 가득 찬 일상에서
 내가 나로 살기 위한
나만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하고 싶은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좋아하는 걸 누릴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은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든 챙기려고 한다.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시간은 없다.

 

나를 알아가는 삶의 여정이 행복하다.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두고 사는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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