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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l 23. 2024

해외 휴양지 같았던 물놀이터

'내가 바로 여름이야!'

평일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가 쨍하게 떴던 지난 주말에 우리 가족은 동네 물놀이터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사전 예약은 이미 마감돼서 현장접수를 했는데 다행히 들어갈 수 있었다.


남편은 아이와 같이 물놀이터를 몇 번 가봤는데 나도 같이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물놀이터를 직접 보니 훨씬 좋았고 너무나 청량하고 밝은 분위기였다. 워터파크 축소판이었다. 어쩜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 감탄하며 들어갔다.  

  

물놀이터 안에는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물놀이터 입장은 인원수 제한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그리 복잡하지 않고 놀기에 딱 좋았다.


물놀이터 주변으로는 그늘막이 있어서 우리는 그곳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세 식구가 같이 물에 들어갔다. 수지는 양손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발을 물에 담갔다. 다리에 닿는 물이 시원했다. 머리 위로는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데 몸은 금세 시원해졌다.


수지는 물속에 몸을 담그진 않고 발만 담그고 계속 걸어 다니기만 했다. 다른 아이들은 물에 첨벙 뛰어들어 온몸을 물로 적시고 물놀이를 하며 난리가 났는데 그 난리통이 속에서도 수지는 차분히 걸어 다녔다. 혼자 조심조심 걸어 다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남편이 수지는 물놀이터 오면 항상 이렇게 논다고 말했다. 한참 걸어 다니며 물에 발만 담근다고 했다. 이게 내 아이의 물놀이 스타일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온몸으로 신나게 놀지 않아도, 수지는 나름 자기만의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수지는 어쩜 이렇게 소녀스럽게 놀까 하며 귀여워죽겠다는 표정으로 아이를 보며 내내 웃기만 했다. 우리도 수지 손을 잡고 수지가 가는 대로 걸어 다녔다.

장난친다고 수지 몸에 물을 튀기면 “하지 마~!” 하며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놀이를 왔지만 몸이 물에 젖는 건 싫은 수지다. 수지의 하지 말라는 말에 우리 부부는 움찔했고 더 이상 장난치지 않았다. 그저 수지가 하는 물놀이 스타일을 존중했다.




한참 물산책을 하던 수지가 물가에 앉아서 발을 물에 담그고 첨벙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도 수지 옆에 앉아서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았다. 그렇게 앉아 있던 수지는 잠시 후 몸을 엎드려서 물장구치듯 발을 물에 첨벙거렸다.


물에 들어가서 수영은 못하지만 물가에 상체는 내놓고, 하체는 물에 담그고 첨벙거리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계속 웃음만 나왔다. 그 귀여운 뒷모습에 남편과 나는 녹아내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 우리 수지는 자기만의 귀여운 물놀이를 즐겼다. 수지 옆에서 우리 부부도 발에 물을 담그고 물놀이터에서 느껴지는 밝은 에너지를 한껏 느끼며 이 여름이 너무 좋은 것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맑개 개인 하늘은 ‘내가 바로 여름하늘이야’라고 소리치듯 선명했고 청량한 여름 색감이 뚜렷했다. 꼭 해외 휴양지 같은 느낌이었다.


'진짜 여름이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여름만이 주는 이 활기찬 기운과 에너지가 너무 좋다. 이 날 물놀이터에 있으면서 오늘이 주말이 아니라 꼭 여름휴가 온 것 같다고 남편과 이야기했다. 참 좋았다.


물놀이 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어 정해진 시간 안에 나와야 하는데, 나갈 때쯤 되니 수지가 아빠 손을 잡고 물속에 몸을 담그고 아빠 손에 이끌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즐거워했다. 갈 때가 돼서야 물에 몸을 담갔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잘 즐겼다. 해맑게 웃으며 아빠 손을 잡고 물 위를 둥둥 떠다니던 수지의 미소가 여름 하늘보다 더 청량했다.


이번엔 아무 도구 없이 그냥 왔는데 다음번엔 튜브도 챙겨 와야겠다. 그리고 수지와 좀 더 즐겁게 놀고 싶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실컷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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