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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l 29. 2024

5살 아이의 재난안전 체험기

성장한 아이를 발견한 시간

날이 좋았던 주말엔 아이와 함께 경남 안전체험관에 갔다. 체험관은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멀리서만 바라보다가 가까이서 실제로 보니 훨씬 근사하고 좋았다.


소방서에 간다고 알고 온 수지는 입구에서 폴리와 앰버를 보자 들어가기도 전에 신나서 콩콩 뛰며 좋아했다. 체험관 안에도 곳곳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로보카 폴리 캐릭터의 조형물이 많았고 체험 수업 들어가기 전에 여기저기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즐겁게 기다렸다.


안전체험은 총 5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이날 재난안전체험을 예약했다. 재난안전체험에서는 지진체험, 붕괴, 풍수해 체험을 했다.


체험 안내를 해주시는 소방관님의 설명을 듣는 시간이 실제 체험하는 시간보다 더 길었는데 체험하는 아이들 중에 제일 막내였던 수지도 얌전히 앉아서 설명을 진지하게 듣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5살이 되고 유치원도 다니다 보니 앉아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집중력도 확실히 더 좋아진 것 같다.


1. 지진체험


첫 번째는 지진체험이었다. 아이와 보호자 1명이 같이 들어가서 체험을 하는 거라 내가 같이 수지와 지진체험을 하러 들어갔다.


식탁의자에 앉아 있다가 지진이 오면 식탁 밑에 들어가서 식탁 다리를 잡고 있어야 했는데 지진의 진동이 오자마자 수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르게 식탁 밑에 들어가서 식탁 다리를 잡았다. 몸이 작아 숨기에 더 빠른 건진 몰라도 나보다 훨씬 빨랐다.


그리고 여진이 잠시 멈추었을 때는 배운 대로 얼른 문을 열고 가스 밸브를 잠그고 전기차단기를 내렸다.  수지는 사명감을 가지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진지하고 적극적이었다. 옆에서 수지를 보며 얼마나 기특한지 뿌듯함에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약진에 이어 강진 체험을 했다. 실제로 강진은 겪어본 적이 없었는데 강진 체험은 정말 심하게 흔들려서 어지러울 정도였다. 실제 강진도 이것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구나 싶었다.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체험할 수 있는 이 경험이 굉장히 유익하고 의미 있었다.


그리고 다음 체험으로 이동하는 길에도 여전히 지진의 위험을 그대로 느끼며 갈 수 있어서 더 생생했다. 체험장 하나하나 굉장히 세심하게 신경 쓴 게 느껴졌다.


2. 붕괴 시 대처방법 배우기


다음은 붕괴 시 대처 요령에 대해서 배웠다. 바깥에 지정된 옥외 대피소에서 지진이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대피하고 지진 시 붕괴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피할 때 건물에서 최대한 떨어져 걸어야 한다는 것 등 자세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건물이 붕괴되는 영상도 봤는데 그 영상을 보니 ‘내가 지금 저 건물 안에 있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사실 평소엔 나에게 이런 재난이 닥칠 거라는 생각은 일부러 피하기도 하는데, 이런 체험을 하게 되니 나에게 적용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이런 일이 닥치면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며 이미지 트레이닝 하듯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것 또한 재난체험을 통해 얻은 좋은 점이었다.


어떤일이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남일처럼 여기지 않고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된다. 영상매체나 회사에서도 이런 안전 교육에 대해 배우긴 하지만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에 와서 배우니 느낌이 확연히 달랐고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이 되었다.


3. 태풍체험


이다음 순서는 태풍체험이었다. 실제 태풍과 같은 풍속의 바람을 체험하는 체험관 안에 들어가서 가드를 잡고 천천히 걷는 체험이었다. 이 체험은 남편이 수지와 같이 들어갔다.


강한 바람이라 바람 소리가 세서 아이들이 놀랄까 봐 아이들을 위한 귀마개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배려도 참 좋았다. 그리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체험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머리카락이 세차게 휘날렸다.


수지는 강한 바람이 재밌는지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손은 가드를 꼭 잡고 배운 대로 천천히 움직였다. 적극적으로 체험에 참여하는 수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바람의 강도는 더 세졌다. 바람이 세질수록 수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퍼졌다.


실제 태풍 상황이라면 웃음이 나오진 않겠지만 수지는 이 체험을 굉장히 즐기고 있었다. 강한 바람이 무서웠을 수도 있는데 아빠와 함께해서 그런지 웃으며 즐겁게 참여했다. 참 기특했다.


4. 풍수해 체험


태풍 체험도 무사히 잘 마치고 다음엔 풍수해 체험으로 비가 많이 와서 버스가 물에 잠겼을 경우 탈출하는 법에 대해서 배웠다.


이 체험은 버스에 보호자 없이 아이들만 들어가서 했다. 수지가 언니 오빠들 뒤를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벨트도 혼자서 했다. 유치원 버스를 타고 다니며 스스로 벨트를 하고 푸는 연습이 잘 되어 있었다. 매일 등 하원할 때 보는 모습이지만 체험에 와서도 혼자서 벨트를 잘하는 걸 보니 ‘우리 수지 정말 많이 컸구나’ 하는 걸 느끼며 괜히 뭉클했다.


야무지게 벨트를 하고 앉은 수지는 버스 창문 화면으로 보이는 풍경을 잠시 보다가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차오르자 소방관님이 “이제 벨트를 푸세요” 하고 지령을 주셨다. 이 소리에 수지가 눈을 반짝이며 벨트를 풀고 해머를 손에 들고 창문 구석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차에서 탈출 시 해머로 창문 구석을 두드려야 잘 깨진다고 한다. 열심히 창문을 두드리는 수지의 얼굴엔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했다. 그리고 드디어 창문이 깨지고 창문 밖으로 탈출했다.


창문 밖으로 한 명 한 명 탈출할 때도 수지는 진지했고 무사히 아빠 품에 안겨서 탈출에 무사히 성공했다. 하고 나서 큰일 하나 해낸 듯 뿌듯한 표정을 짓고 좋아하는 수지를 보며 나도 정말 기쁘고 뿌듯했다. 이 체험이 수지에게 ‘작은 성취감’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아이를 위해서 온 체험이었는데
막상 같이 해보니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5살이라 아직 어린 수지가 이런 체험을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조금 큰 아이들은 시시하게 느껴지는지 대충 하기도 했는데 어린 수지는 모든 체험에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참여했다. 이걸 보며 오히려 어린 수지가 와서 하기에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 와서 새로운 체험을 해보니 내 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며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있고  아이가 좀 더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복했고 감격스러웠다.


체험을 다 마치고 나서는 수지 이름이 적인 수료증도 받았다. 수료증을 주는 건 몰랐는데 생각지 못한 수료증을 받으니 갑자기 선물을 받은 듯 매우 기쁘고 뿌듯했다.




이 체험을 훌륭하게 잘 배운 우리 수지가 수료증을 들고 웃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행복이 가득 펴졌다. 정말 대견하고 기특해서 체험에 잘 참여한 수지를 많이 칭찬해 줬다. 수료증을 받은 건 수지인데 내가 왜 이렇게 뿌듯하고 행복하던지.


재난안전체험을 하는 동안 성장한 아이를 보는 감격이 내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이와 같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성장한 내 아이를 발견하고,
성취감을 얻는 아이를 보는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내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이 행복은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이다. 부모가 되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이 감정. 부모가 되고 이 선물 같은 감사의 마음을 매일 느낀다. 부모가 돼서 받은 특혜 같다. 이런 감사와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이 행복을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오늘 같은 성취감만 있진 않을 것이다. 크고 작은 좌절감도 느끼고 패배감도 느끼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도 아이 옆에서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아이를 안아주며 곁에 있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힘들 때도 함께, 좋을 때도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라서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고, 자식을 키우는 최종 목표는 독립이라고 한다. 아이도 나중엔 스스로 혼자 다 하는 어른이 될 것이고, 자기 인생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때가 오더라도 유년기에 부모와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 슬플 때나 힘들 때나 곁에 늘 든든하게 있어준 가족들,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마음이 가득 쌓이면 앞으로 건강하게 잘 독립할 수 있는 단단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의 성장을 보며 나도 같이 성장하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나도 날마다 조금씩 새로워지는 것 같다. 이 삶이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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