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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ug 04. 2024

부산 여행에서 만난 잊지못할 장면들

부산 여행이 나에게 남긴 것

이번에 아이 방학을 맞아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진주에서 부산 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는데 막상 부산에 도착하고 부산 안에서 이동하는게 차가 더 많이 막히고 시간이 오래걸렸다. 차막힘이라고는 없는 소도시에 살다가 광역시로 가니 제일 먼저 피부로 와 닿는게 복잡한 도로와 복잡한 차들이었다.


도로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게 조금 적응이 안되고 불편하면서도, 도로위 정체를 경험하니 ‘아 우리가 부산에 진짜 왔구나. 이게 광역시 스케일이구나.‘ 하며 나름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부산에 오니 교통정체도 겪는구나 하면서.


그런데 오는길에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바로 오는 바람에 거의 2시간 동안 꼼짝도 못하고 차안에만 앉아 있었다. 나는 엉덩이가 아프고 좀이 쑤셨다. 그래서 “아, 궁뎅이가 너무 아프다. 오래 앉아 있어서.” 라고 하니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그래도 조금 참아.”


이 말에 웃음이 터졌다.


어른이고 엄마인 내가 오래 앉아 있어서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니 카시트에 앉아있던 5살 아이가 나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다독이며 말한다. 이 상황이 뭔가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분명히 수지도 힘들었을텐데 힘든 내색 안하고 의젓하게 앉아서 갔다. 그리고 힘들다는 엄마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다독여주기까지 한다. 수지의 말에 조금 더 참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남편은 운전하느라 많이 예민하고 피곤했을텐데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초행길이라 네비에만 의지해서 가야 하다보니 더 신경 쓰였을 것이다. 그리고 듣던대로 부산의 운전자분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경을 바짝 세우고 운전 했을텐데 불평 하지 않고 묵묵히 운전해서 가는 남편을 보며 참 고맙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끼워주기를 해주지 않는 차들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고, 주차하러 들어갔다가 만차라서 나와야 하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도 여러번 생겼는데 그래도 짜증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원래 구경 하려고 했던 곳에 복잡한 길을 뚫고 갔는데 운영을 안한다고해서 그냥 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도 남편은 불평하지 않았다. 수지도 떼쓰지도 않고 짜증 한번 안내고 엄마 아빠가 가는대로 잘 따라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남편과 아이 모두에게 참 고마웠다.


우리는 서로를 신경쓰고 배려했다. 나도 남편을 신경 쓰고 남편도 나와 수지를 신경 썼다. 그리고 수지도 엄마 아빠를 신경썼다. 자기 기분대로 그냥 말하지 않고 서로 배려하고 챙기는 마음을 우선으로 하니 불평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기분좋게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혹여라도 내 말에 상대의 기분이 상할까봐 의식하고 조심했다. 이건 배려였다. 배려하는 마음은 다정한 말을 하게 하고 다정한 말은 좀 더 넓은 마음을 갖게 한다.




우리는 부산국립과학관에 가서 수지와 즐거운 구경을 하고 해가 그리 뜨겁지 않을 시간인 6시쯤에 해운대 바닷가에 갔다. 수지는 바다 수영은 아직 무서워해서 못하지만 대신 모래놀이를 무척 좋아한다. 우리는 모래놀이 도구를 챙겨 갔고 수지는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 모래놀이를 시작했다.


수지는 모래놀이에 집중하고 나와 남편은 바닷물에 발을 담궜다. 차가운 바닷물이 발에 닿자 하루동안의 피로가 다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뜨끈한 물로만 피로가 풀어지는 줄 알았는데 시원한 바닷물로도 피로가 풀어지는구나 싶었다.


하루종일 운전하느라 피곤했을 남편이 바다를 보는것만으로도 힐링된다며 좋아했다. 좋아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는 데 참 행복했다.


해운대 바다는 온통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외국인들도 많았고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해운대는 1년 내내 휴양지같은 느낌이다. 올때마다 관광객들로 북적여서 이곳에 오면 여행지에 온 게 실감이 난다.


각자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틈속에서 나도 한명의 여행객으로 그 순간을 더 즐기게 되었다. 내가 완전한 여행자가 된 기분은 일상에서 벗어난 느낌을 확실히 들게 한다. 그냥 이 곳에 있다는 것 자체로 설레고 즐거웠다. 이게 여행의 맛이지.   


설렘이 가득하고 에너지 넘치는 이 여행지에서 웃고 있는 내 가족들을 보는게 더 없이 행복했다.


푸르고 청량한 해운대 바다와 화려한 빌딩숲의 조화는 하루종일 봐도 질리지 않을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난 해운대 풍경을 참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 풍경을 이번 여행 3일동안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애틋하고 소중한 마음이 들었다. 기한이 정해져 있다 생각하니 이 시간동안 실컷 잘 누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여행 둘째날엔 우리 식구 모두 잘 자고 좋은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 식사는 호텔 조식을 먹지 않고 전날 사둔 빵을 먹었다. 셋이서 오븟하게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하는 시간이 좋았다.


집에서는 아침 식사를 다같이 한 자리에서 한 적이 없다. 남편은 아침에 출근하고 없거나, 저녁근무 하고 와서 아침에 자고 있거나, 아니면 야간 근무가서 아침에 퇴근하기 때문에 아침에 세식구가 같이 식사를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여행을 오니 아침 식사도 한자리에서 같이 할 수 있었다. 이것도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난 후 우리는 호텔 앞 카페에 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를 넋놓고 바라봤다. 무척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그 앞에서 다른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 날 아침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 풍경에 빠져서 그 순간을 깊이 음미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을 다시 또 언제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더 집중해서 오래 보게 되었다. 무엇이든 기한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을 가서 마주한 풍경 또한 그랬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니 지금 볼 수 있을 때 마음껏, 온 마음 다해 보자하며 한참을 계속 바라봤다.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국립해양박물관에 갔다. 해양박물관은 규모도 컸고 아쿠아리움도 있었다. 아이와 같이 가서 체험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다. 즐겁게 구경을 다하고나서 마지막에는 기념품샵에 들렀다.


남편이 수지에게 뭔가 사주고 싶다고 했다. 기념품샵에서 수지는 바로 핑크색 펭귄 인형 하나를 골랐다. 보자마자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나보다. 수지는 펭귄 인형을 너무 좋아하며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니 수지가 이 인형을 볼 때마다 이번 부산여행이 생각나겠구나 싶었다. 이 말을 남편에게 하니 그래서 기념품 하나 사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가 이 여행을 기억할만한 무언가를 하나 선물해 주고 싶었다는 마음이 참 소중했다.


어떤 기억들은 평소에 잘 떠올리지 않다가, 관련된 물건을 보고 마음 깊숙한 곳에 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현재 나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살다보니 지나간 기억들을 굳이 떠올리는 것에 내 시간이나 마음을 잘 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당시의 기억이 담긴 물건에는 그때의 추억이 담겨 담겨있어서 그 물건을 보면서 우리는 잊은줄 알았던 순간을 다시 기억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마그넷, 엽서, 키링 같은 이런 소소한 것들을 사오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물건들이 그 여행의 기억을 담은 저장장치가 되어 그날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다.


아이에게 사준 인형도 그런 의미가 되었다.




해양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휴식시간이 필요했다. 우리의 여행은 하루종일 촘촘한 일정으로 관광지를 다니는게 아니었다. 관광은 하루에 한군데만 해도 괜찮았다. 쉬고 싶으면 쉬고 아무것도 안하고 싶으면 안해도 되는 그런 여행이었다.


그래서 여행 일정에 느슨하게 빈틈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그 빈틈에는 어떤게 들어와도 다 괜찮았다. 바다만 실컷 봐도 되고, 카페만 가도 되고, 잠을 자도 되고 그냥 숙소근처 산책만 해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았다.


이 날 오후의 빈틈엔 호텔에서 낮잠도 자고 휴식을 가졌다. 오전에 박물관 구경하고나서 웨이팅을 오래 기다리고 점심을 먹고나니 진이 빠진 상태였는데 낮잠을 자고 휴식을 하고 나니 다시 충전됐다.


여행중에도 틈틈이 잘 쉬면서 충전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힘을 내서 남은 일정을 잘 보낼 수 있다.


우리가족은 충전된 컨디션으로 느지막이 해운대 바닷가로 걸어갔다. 수지의 모래놀이를 위해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모래놀이었다. 모래놀이를 좋아하는 수지가 하고싶은만큼 실컷 모래놀이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수지는 둘째날에도 모래놀이를 즐겁게 했다. 바닷가에서 쪼그리고 앉아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의 모습은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가 바닷물에 발 담그러 가면 수지가 “엄마 파이팅!” 하고 응원도 해주었다.


수지의 응원을 받으며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온 몸으로 전해지는 시원함을 만끽했다.발만 담궜을 뿐인데 온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여름 태양은 뜨겁지만 여름 바다는 참 시원했다.


해운대 바닷가의 풍경과 분위기는 청량한 에너지로 가득한 여름 그 자체였다. 해운대는 그 어느 계절보다 여름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해운대 풍경을 바라보며 ‘이번 여름 여행 부산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눈부시게 찬란한 노을을 만났다. 진한 노을빛이 내가 걷던 거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이 도시가 나에게 아름다운 풍경 실컷 보고 가라고 좋은 선물을 가득 안겨 주는것 같았다. 노을 진 도시의 풍경이 이렇게나 아름다울줄 몰랐다. 이 풍경은 그대로 내 마음에 들어와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았다.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지에서 내가 무언가를 한 것보단 여행에서 만난 인상적인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정말 좋았던 여행은
아름다운 장면들을 자주 마주한 여행이다.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한 것보다 여행에서 본 길거리 풍경, 그 날의 하늘, 우연히 지나다가 보게 된 생각지 못한 무지개나 노을. 이런 장면들이 그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번 부산여행에서도 잊지못할 아름다운 장면들을 많이 만났다. 저 멀리 끝없이 넓게 펼쳐진 푸른빛의 바다, 강렬한 햇빛을 받은 바다위로 반짝이던 윤슬, 아름다운 바다 위에 멋있게 서있던 광안대교, 해운대를 가득 채운 여행자들의 행복한 모습, 내가 걷던 거리를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물들이던 노을, 그리고 해맑게 웃으며 모래놀이 하던 내 아이와 바다를 보며 행복해하던 남편의 얼굴. 이런 아름다운 장면들이 떠오른다.


머릿속 필름을 돌리면 선명하게 보이는 이 장면들은 여행을 마치고 온 지금도 여전히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 날 느낀 행복함이 은은한 향기처럼 마음에 남았다. 시간이 지나도 은은하게 오래가는 향기같은 느낌이다.


이번 여행으로 내 인생책에 행복한 한페이지가 더 추가 된 것 같다. 찬란한 여름날 가족들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행복한 추억을 큰 선물로 받은 이번 여행이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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