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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ug 10. 2024

다정한 아빠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

아이를 키우며 쌓여가는 행복한 순간들   

남편이 아이를 하원시키는 날이었다.

난 회사에 있었는데 아이 하원시간쯤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지가 립스틱 사탕을 사러 가자고 하는데 그거 어디 파는 거야?”


이 날 아침에 수지가 나중에 유치원 마치면 립스틱 사탕 사달라고 했는데 그게 빈말이 아니었나 보다.  


수지가 찾는 립스틱 사탕은 모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다 파는 게 아닌 조금 희귀한(?) 아이템이다.


내가 있는 지역에서 이 사탕을 본 곳은 남편 직장 안에 있는 편의점뿐이었다.


예전에 남편 직장에 수지랑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편의점에 들렀다가 립스틱 사탕을 우연히 발견하고산적이 있다. 수지는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그 사탕은 오빠 회사 편의점에 있어.”라고 말했다.

남편은 그럼 거기로 가야겠다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뜬금없이 립스틱 사탕을 찾는 딸을 위해 쉬는 날에 굳이 회사 편의점에 가는 아빠라니.

사탕 자체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딸이 먹고 싶어 하는 사탕은 특별하다.

그래서 딸이 원하는 사탕을 구하러 쉬는 날 회사 편의점에 가는 것도 남편에겐 귀찮지 않다.

당연히 가야 한다는 듯 가는 남편이 조금 귀여웠다.


아빠가 딸을 참 사랑하는구나 싶다.

아이의 작은 말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고 그냥 모른 척 흘려보내지도 않는다.




이 날 퇴근하고 집에 가니 수지가 나를 반겼다. 수지는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수지야 오늘 립스틱 사탕 먹었어?”


“응 먹었어!”


이렇게 말하는 수지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수지 하원하고 한 시간 반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는 남편은 파김치가 되어 소파에 축 늘어져 있었다.

매우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이 와중에 “수지 사탕 먹고 입술이 빨개져서 더 이뻐”라고 말하며 히히 웃는 남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지는 축 늘어진 아빠와 반대로 아주 쌩쌩하고 활기가 넘쳤다.

기분 좋은 수지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사탕 먹고 반질반질 빛이 나는 입술처럼 수지의 웃는 얼굴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딸을 너무 사랑하는 아빠가 딸이 먹고 싶다는 사탕을 사러 쉬는 날 회사 편의점까지 가는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는 일상이 좋다. 아이를 키우며 매일 새롭게 생기는 소소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좋다.


평범한 일상이 식빵이라면 아이가 만들어주는 귀여운 에피소드는 달콤한 잼 같다.

아이는 일상을 조금 더 귀엽고 달콤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일상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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