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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ug 29. 2024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선물이다

남편의 생일날

8월 28일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그래서 이 날 아이 유치원 하원하고 같이 카페에 가서 조각 케이크 두 개를 샀다.

우리 식구들이 케이크를 잘 먹지 않아서 큰 케이크를 사면 버리는 게 절반 이상이라,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조각케이크 두 개가 딱이었다.


남편 생일 전날에 수지에게 '내일 아빠 생일이니까 생일 케이크 사서 축하해 주자'라고 하니 수지가 자기 생일 축하할 거라고 했다. 수지는 자기 생일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생일에도 항상 자기가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 남의 생일도 자기 생일인 것 마냥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아이는 생일 축하하는 그 분위기 자체를 매우 좋아한다. 이런 아이 덕분에 생일 축하할 일이 생기면 더 즐거워졌다.


생일 촛불 끄는 것도 주인공 대신 수지가 촛불을 끈다.

이 날 아빠의 생일에도 수지가 촛불을 끄고선 좋아했다. 아이가 신나서 박수 쳐주고 촛불을 불어주면 더 축하받는 기분이다.


남편은 생일 전날에도 야간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했고, 생일 당일도 야간근무를 가야 했다.

그래서 낮에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나와 수지가 케이크를 사고 집에 도착해서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김에 바로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다.

별건 없다. 조각 케이크 두 개와 고깔모자.

이 와중에 생일 고깔모자는 수지가 썼다.

우리의 생일파티준비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준비를 끝내고 초에 불을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수지는 얼른 촛불이 끄고 싶어 노래를 부르는 둥 마는 둥 하며 촛불에만 집중했다.

이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드디어 노래가 끝나고 수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후후~' 하고 촛불을 껐다.

나도 남편에게 “오빠 생일 축하해~!”라고 큰 소리로 축하해 주었다.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수지야 아빠 안아줘” 하고 수지를 덥석 안았다.수지는 아빠에게 안겼다. 남편은 수지를 안고서 더 환하게 웃었다.


남편에게 가장 큰 선물은 수지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안고 활짝 웃는 남편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도 달콤한 행복이 퍼졌다.


남편의 생일날 우리 세 식구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몇 번이나 생일 선물로 뭐 받고 싶냐고 물어봐도 자기는 지금 필요한 게 없다며 말해주지 않았다. 지금 남편과 연애시작하고 10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남편은 정말 자기에게 필요한 게 아니면 선물로 뭘 사준다고 해도 필요 없다고 한다. 뭔가 사달라는 말을 안 하니 내 맘대로 사주면 정작 잘 쓰지 않거나 입지 않았다.


남편은 옷이나 물건이나 자기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라 내가 마음대로 고른 게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잘 쓰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필요할 때 '이런 걸 사야지' 하고 먼저 마음에서 정하고 사는 사람이라 필요하지도 않은데 내가 사주는 건 그냥 짐만 더 늘어나는 것뿐이다. 이 걸 너무 잘 알고, 또 남편의 이런 점을 존중하기 때문에 갖고 싶은 게 없다는데 굳이 뭘 사진 않았다.


대신 남편이 좋아하는 치킨 쿠폰 하나를 모바일로 선물했고, 남편 쉬는 날 맛있는 밥 한 끼 하려고 한다.


가장 좋은 선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인 것 같다.

갈수록 물질적 선물에 대한 욕심은 점점 작아지고, 그냥 같이 맛있는 밥 한 끼 할 수 있는 게 더 좋다.

함께 하는 경험과 추억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낀다.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내 생에 가장 큰 선물이다.


생일이 아니어도 매일 선물을 받는 것 같다. 이 존재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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