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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ug 28. 2024

아이가 아프고 나서 얻은 선물

이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  

아이가 그동안 아파서 등원하지 못하다가 오늘 일주일 만에 등원했다.


처음엔 열이 많이 나서 병원에 갔는데 목이 많이 부었고 다른 증상은 특별히 보이지 않아 일반 열감기로 판정을 받았다.


열이 많이 나서 몸이 좋지 않아 힘이 없는 수지를 보니 안쓰러웠다. 아픈 아이를 보는 건 항상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병원을 다녀온 다음날부터 수지가 입이 아프다고 울었다.


수지는 아파도 자기가 참을만하면 아프다고 잘 티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아프다며 우는 걸 보니 '정말 많이 아프구나' 싶어서 신경이 많이 쓰이고 마음이 아팠다. 처음엔 수지가 목이 부어서 입이 아프다고 하는 줄 알았다.


혹시나 수족구나, 구내염인가 싶어서 내가 수지 입안을 이리저리 살펴봐도 내 눈으로는 하얀 물집이나 같은 게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건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틀 후에 병원에 갔는데 수지는 수족구였다.


지금 5살이 되도록 수족구는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수족구에 걸렸다. 말로만 듣던 수족구. 항상 여름에 아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도는 전염 바이러스인데 수지가 이번에 딱 걸려 버렸다.


수지는 겉으로 드러난 물집이나 발진은 없었고, 목안에 물집이 있었다. 큰 물집 하나가 있었는데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진작 입 아프다고 할 때 바로 데려올걸, 목이 부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대로 둔 게 너무 미안했다.


수족구 판정을 받은 수지는 며칠 동안 등원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유치원에 가지 못했다.

나와 남편이 번갈아 가며 아이를 돌봤다.


수지는 아프지만 컨디션이 잠시 좋을 때는 또 평소처럼 신나게 잘 놀았고 약도 빼먹지 않고 잘 먹어주었다.


밤에 자기 전에는 항상 입이 아프다고 울어서 그때는 수지를 꼭 안고 토닥거려 주었다. 다른 건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픈 아이를 품에 안고 있을 때 내 안에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사랑을 느꼈다.

아이가 잘 놀고 잘 웃을 때도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지만 아픈 아이를 볼 때도 뜨거운 사랑이 올라온다.


어서 아픈 게 끝나고 무사히 나아주길, 회복해 주길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를 보게 된다.아이가 아파서 힘들다는 생각보단, 더 정성을 다하게 되고 온 마음을 쏟게 된다. 평소보다 더 강한 사랑의 힘을 느낀다.




수지는 이 아픈 과정을 무사히 넘기고 지금은 다 나아서 오늘 일주일 만에 등원을 했다.


오랜만에 등원하는 수지는 어색해하기보다 오히려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하고 선생님을 보고 싶어 했다.

아침에 등원 준비를 하면서 알록달록한 원피스를 고르더니 “이 유니콘 치마를 입으면 친구들이 이쁘다고 하겠지~”라는 귀여운 말에 웃음이 나왔다.


유치원 가는 걸 좋아해서 참 다행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오랜만에 유치원 버스를 타고 손을 흔들어주는 수지를 봤다. 버스가 출발하니 흔들던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어줬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하트를 만들어줬다.


아프기 전에는 매일 같이 보던 평범한 아침풍경이었는데, 아이가 아프고 나서는 이 평범한 풍경이 절대 평범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모든 게 참 감사했다.


내 아이가 건강하게 웃으며 등원할 수 있는 게 감사하고, 웃으며 아이를 보내줄 수 있는 게 감사했다.


상황이 좋아서 좋은 것만은 아니고 상황이 안 좋아서 안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안 좋은 상황을 만나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더 크게 가지게 되기도 하고, 당연하지 않은 일상에 소중함을 느낀다. 이런 감사와 소중함을 아는 마음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당연한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사실 아주 사소한 많은 것들이 힘을 모아 이루어지는 일상이었던 것이다.


한 번 아프고 나니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아픔은 그저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감사’라는 선물을 주는 것 같다.


아프지 않은 몸으로 가뿐하게 일어나는 것. 잘 먹고 잘 자는 것. 등원을 하고 출근을 할 수 있는 것. 무엇 하나 걸리는 것 없이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게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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