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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ug 26. 2024

아이와 함께 건넌 징검다리

하나의 돌이 모여 다리가 되는 과정

주말 아침, 아이가 킥보드 타고 산책하고 싶다고 해서 이른 아침부터 집 밖을 나섰다. 9시도 안 된 시간이었는데 나가서 조금 걸으니 후끈하는 더위가 온몸을 감쌌다.


더워도 수지는 킥보드를 타고 씩씩하게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수지 뒤를 따라갔다.


수지의 발걸음은 강변을 향했고 강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고 싶다고 했다.


난 아이와 같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게 조금 긴장된다.

물이 그리 깊지 않아도 혹여나 아이의 손을 놓칠까 봐, 발이 물에 빠질까 봐 매우 조심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바짝 신경을 쓰고 있는데, 수지는 그저 징검다리는 건너는 게 즐겁다. 수지는 다리 하나하나 건널 때마다 숫자를 하나, 둘, 셋, 넷 세며 신나서 콩콩 뛰었다. 수지가 신나 할수록 난 혹시나 아이가 발을 헛디딜까 봐 더 신경을 쓰며 조심조심 건넜다.


그리고 징검다리를 중간쯤 건넜을 때 수지가 뒤돌아보더니 “우와 많이 왔다! 엄마 저기 내 킥보드가 멀리 있어!”라고 하며 좋아했다.


출발지점에 놔둔 킥보드가 작게 보일만큼 멀어진 것을 보고 수지는 우리가 이렇게 많이 왔다며 뿌듯해하고 좋아했다. 수지 말을 따라 나도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 손을 잡고 건너는 것에 신경 쓰느라 내 앞에 얼마나 많은 다리가 남았는지 계산하지 않고, 얼마나 많이 왔는지 뒤돌아 보지 않고 그저 내 발 앞에 놓인 돌 하나하나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어느새 많은 다리를 건너왔고 도착지점에 가까워져 있었다.


문득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수많은 과정을 거쳐 조금 더 성장한 내가 되어있겠구나.

일단 내 발 앞에 놓인 다리를 하나씩 건너다보면 내가 건넌 다리들이 모여 내 삶을 지탱해주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있겠구나 하는 생각.


내 인생에서도 다리를 하나하나 건널 때마다 최선을 다하며 이만큼 온 것에 스스로 뿌듯하고 만족하다면 그걸로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징검다리를 다 건너고 나서 아이는 자기가 지나온 긴 징검다리를 보고 놀라며 즐거워했다.

'이 긴 다리를 내가 건넜어!' 하는 마음에서 오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아이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더운 날이라 둘 다 땀으로 샤워하고 온몸은 여름의 태양빛을 받아 뜨거웠다. 그런데 더워서 힘들다는 생각보단 아이와 이렇게 땀 흘리며 산책도 해보고, 징검다리도 같이 건너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게 참 좋았다.

더위를 참 싫어하던 내가 언젠가부터 아이와 같이 땀 흘리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고 더운 날 나가서 산책해도, 신나서 웃는 아이를 보며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가 되고 하루하루 아이에게 집중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이만큼까지 온 것 같다.

아이와 보내는 매일 하루도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너는 것 같다.


오늘 내가 건너야 하는 징검다리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고 나면, 이 하루가 나에게 소중한 날로 새겨지고 또 내일의 새로운 다리가 내 앞에 놓여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다리가 남았는지 계산하기보다 늘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주어진 다리에 집중하며 지금의 기쁨을 놓치지 않고 싶다.


매 순간의 기쁨과, 매일의 감사에 집중하며 살다가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 봤을 때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많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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