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공주만 사는 우리 집
우리 세 식구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저씨’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 순간 내가 남편에게 짓궂은 장난이 치고 싶어서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수지야 아빠는 삼촌이야, 아저씨야?”
평소 삼촌과 아저씨, 오빠를 자기 기준에서 구분해서 말하기 때문에 아빠는 어떤 그룹에 넣을지 궁금했다.
내가 기대한 대답은 '아저씨'였고, 수지가 '아저씨'라고 하면 한바탕 크게 웃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수지는 내 기대와 완전히 다른 대답을 했다.
“아빠는 왕자님.”
수지의 대답에 남편을 놀리려던 내 까만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너무 귀엽고 이쁜 말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게 바로 우문현답이구나.
내가 질문지에 넣지도 않은 제3의 답안을 만들어서 수지는 대답했다.
나와 남편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내가 다시 물었다.
“수지야 그럼 엄마는?”
“엄마는 공주님.”
수지의 대답에 순간 내 마음이 핑크빛이 되는 것 같았다.
이쁜 시선을 가진 아이는 사랑하는 대상을 공주님 왕자님으로 보나보다.
그리고 수지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수지는?”
“수지는 예쁜 공주님”
너무나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수지의 말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자기는 ‘예쁜’ 공주님이라고 하는 수지가 너무 사랑스럽다.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표현인 것 같다.
그리고 자기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왕자, 공주님으로 말해주는 마음도 너무 이쁘다.
우리 집엔 왕자님과 공주님만 산다.
예쁜 공주 수지 옆에 나는 엄마 공주님이다.
예쁜 공주와 함께 살아서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