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달이 수지 보고 싶어서 나왔나 보다”
아직 날이 다 어두워지지 않은 초저녁에 나온 하얀 달을 보고 아이가 한 말이다.
내가 달을 참 좋아하는데 이걸 아는 아이가 달을 보면 항상 “엄마 달이야 봐봐! “ 하고 알려준다.
수지는 이 날도 달을 발견하고 어김없이 날 불러서 달을 보여줬다. 꼭 하늘에 달을 자기가 준비하고 날 초대하는 것처럼.
이 날은 날이 아직 밝은데 하얀 달이 보였다.
내가 “오늘은 밝은데 달이 보이네 “라고 말하니 수지가 ”달이 수지 보고 싶어서 왔나 봐 “라고 말했다.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이토록 순수한 발상을 할 수 있는 아이가 늘 신기하고 귀엽다. 달이 수지 보고 싶어서 나왔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귀엽다.
아이는 자기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자기를 위해서 일어난다고 생각 한다. 아이는 뭐든지 일단 먼저 좋게 생각하고 좋게 받아들인다.
달이 하늘에 뜬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밝은 날에도 충분히 달을 볼 수 있는데 아이는 여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달이 자기를 보러 왔다고.
예전에 수지가 코피가 났을 때는 이렇게 말했다.
“코피가 수지가 좋아서 왔나 봐 “라고.
이 말에 난 웃으며 “그런가 봐. 코피가 수지 좋아서 왔나 봐 “라고 말했다.
이게 내 아이의 순수한 매력이고 장점이다.
뭐든 자기를 위해서 왔고, 자기를 위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모든 것이 나를 위해서 왔다고 생각하면 건강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이 내 인생의 중심이 되도록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나와 다른 남을 기준으로 삼아 비교하며 나 스스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모든 건 나를 위해 일어난 일이다’라고 생각하면 건강하게 내 마음을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다.
순수한 아이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들이 있다.
때로는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듯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아이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하나 관찰하다 보면 배울게 한가득이다.
아이를 통해 삶의 지혜를 더 알아가고 깊어지는 마음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