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이끌림을 결정의 기준으로 삼기
내 마음을 이끄는 호기심이 있다면 그 호기심을 따라갈 것. 무엇이 내 관심을 이끄는지 주목하면 내가 바라는 삶을 사는 길에 더 가까워진다.
10월 1일과 10월 3일 공휴일 사이에 낀 날은 나를 위한 휴일로 정하고 하루 휴식했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오롯이 혼자 보내는 날이 잘 없어서, 혼자 쉴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소중하다.
그날 뭘 하면 잘 쉴 수 있을지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그동안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마음껏 산책'을 일단 하기로 했다. 카페를 가볼까, 어디를 가볼까 생각했지만 내 마음에서 가장 원하던 게 '산책'이었다.
산책은 점심시간마다 매일 하는 것이긴 한데 회사 점심시간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내가 자연풍경을 더 음미하고 싶어도 점심시간 끝나가면 사무실로 돌아와야 하는 게 늘 아쉬웠다.
그래서 언제 한번 시간을 내서 오전 내내 산책만 하면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오래도록 멈춰 서서 풍경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휴일, 일단 아침에 산책을 하기로 하고 그 후에 계획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쉬어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아서, 산책 갔다가 집에 가서 푹 쉬어야지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내가 기다린 휴일이 됐고,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곧바로 산책길에 나섰다.
선선해진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길이 상쾌했다.
아침 하늘은 더 맑고 청명했다.
매일 가던 산책로지만, 매일 봐도 매일 좋은 산책로에 발을 드리니 마음이 설렘으로 부풀어 올랐다.
내가 그렇게 원하던 아침 산책을 하러 나오니, 꿈을 이룬 것처럼 기뻤다.
얼굴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가을빛을 가득 머금은 나무 사이를 걸었다.
밤새 나누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있는 듯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내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좋다, 좋다'를 수도 없이 말하며 천천히 걸었다.
지금 이 순간의 모든 풍경을 내 눈과 마음에 꾹꾹 소중히 눌러 담는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장면을 차곡차곡 모으는 마음으로 걸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풍경 앞 벤치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이 내 피부를 간지럽힌다.
걷는 동안 계속 들리던 새들의 소리는 더 깊이 내 귓가를 파고든다. 눈앞에 있는 나무의 나뭇잎들은 살랑살랑 계속 춤을 추고, 어떤 녀석들은 땅에 떨어져 데구루루 구르기도 한다.
땅에 떨어진 낙엽도, 애써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나뭇잎도 모두 다 아름답다.
자기의 때를 알고, 자기 몫의 할 일을 다 하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나무는 언제나 나에게 좋은 영감을 준다.
'바라만 봐도 좋은 순간'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내 마음이 원하는 만큼 앉아 있었다.
시간제한도 없었다. 그냥 내 마음이 원하는 만큼 지금 이 시간을 모두 내 것으로 온전히 썼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산책길을 더 걸었다.
평소 점심시간에 다 가보지 못했던 길을 걸었다.
산책길은 하나로 쭉 이어져 있는데 가는 길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다르다.
그 풍경을 즐기며 가다 보니 어느새 많이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하늘이 하얀 구름으로 뒤덮인 장면에서 감탄사를 내뱉으며 바로 벤치에 앉았다.
'너무 아름답잖아.'
황홀 그 자체였다.
파도의 물결 같은 구름이 파란 하늘을 가득 채운걸 보니, 하늘을 바라보는데 바다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땅을 밟고 있는 게 아니라 하늘 바다를 밟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이 아름다운 바다 같은 하늘에 흠뻑 취해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충분히 음미하고 나서,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는 '진주시립 이성자 미술관'에 들렀다.
미술관은 강변, 내 회사 바로 앞에 있어서 참 가까운데 어찌 된 게 여태껏 코앞에 있는 미술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늘 지나칠 때마다 '한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는데, 미루고만 있다가 이 날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계획에도 없었던 미술관에 갔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우주를 유영하는 소처럼’이었다.
이성자 화백님의 그림을 보는데 우주의 한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실제 우주는 온통 암흑으로 어둡지만, 그림 속 우주는 너무나 따스하고 밝은 색감이었다.
그림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나에게 와닿는 느낌이 분명히 들었다. 신기했다.
그리고 이성자 화백님의 그림 속에 물방울 같은 작은 점들이 있었는데 그걸 보다가 문득 이 방울 같은 점들이 내 인생을 이루는 각각의 한 조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들이 모여서 나라는 세계의 우주를 만들어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림이 참 좋았다. 한 그림 한 그림 앞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도 좋았지만 미술관이 가진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굉장히 고요했다. 내가 이른 시간에 간 탓인지 내가 갔을 때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림과 나뿐인 미술관에서의 고요함을 더욱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술관을 가득 채우던 잔잔하고 몽환적인 음악은 그림을 더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끼게 해 주었다.
미술관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생각하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었다.
미술관에 있는 동안 다른 잡생각은 아무것도 들지 않고 오직 그림과 나만 생각하게 되었다.
'아, 이래서 미술관이 좋구나'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작품을 보며 내 안에서 꿈틀대는 영감을 느끼고, 나의 상상을 일으키고, 잠들어있던 생각을 일깨우는 공간이었다.
계획대로가 아닌, 나의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간 미술관에서의 시간이 정말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나는 어느 순간 호기심이 강하게 일거나, '이건 꼭 해봐야 해, 여긴 꼭 가봐야 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강하게 들면, 그 메시지를 무시하지 않고 곧바로 실행한다.
별게 아닌 사소한 것일지라도, 내 마음이 주는 강한 메시지에 이끌려했을 때 단 한 번도 후회가 없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무언가를 도전했다가 결과가 안 좋은 적은 있었지만,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과정이 너무나 소중해서 후회는 없었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몇 번 수기 공모전에 도전했는데, 한 번도 수상 한 적은 없다.
그래도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도전했다는 게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비록 수상은 못했을지라도 나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주는 너무나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러다 '좋은 생각' 잡지를 얼마 전부터 구독해서 보고 있는데 그냥 호기심에 나도 원고응모를 해볼까 싶어서 여러 개의 글을 응모했는데 그중에 한 개의 글이 채택돼서 이번 11월호에 내 글이 실린다.
내 글이 채택되어 글이 실린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나 감사하고 기쁘던지.
내가 원고 응모를 10개 정도 한 것 같은데 그중에 1개가 '채택'이었고 나머지 9개의 글은 '미채택'이었다.
9개의 '미채택' 속에 1개의 '채택'은 더 선명하게 빛나 보였다.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미채택' 된 글이 많아도 서운하지 않았다.
이것 또한 내가 글을 응모했기 때문에 받은 결과이니, 내가 이렇게 많은 글을 응모했다는 것에 그저 뿌듯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게 무엇이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다 보면 내가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하고,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들이 더 가까이, 자주 다가오는 것 같다.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을 통해서 내 인생이 만들어진다.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세상의 기준, 타인의 시선 보다 내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에 집중하고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갈 것이다.
그래야 실수나 실패를 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좋은 삶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선택하는 삶'인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