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한창 축제 중입니다
지금 내가 사는 진주는 남강유등축제로 한창 축제 분위기다.
그냥 봐도 아름다운 남강과 진주성에는 개성이 가득한 각양각색의 유등으로 가득해져 아름다움에 보는 재미까지 더 해졌다.
평소에 진주는 늘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인데 축제 기간이 되면 진주성 근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강변에는 각종 물건과 음식을 팔고, 체험하는 부스로 가득하다.
아마 1년 중 유일하게 진주에서 가장 활발한 풍경을 볼 수 있는 때가 이때이지 않나 싶다. 유등의 퀄리티도 해가 갈수록 더 좋아지고, 축제도 더욱더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있는 걸 느낀다. 남강유등축제는 정말 볼만하다.
며칠전에 나도 내 아이와 내 동생과 같이 유등축제 구경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간 진주성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전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날씨가 좋았던 이 날은 더 아름다웠다.
진주성 안은 각각의 테마로 잘 꾸며진 재밌고 귀여운 유등으로 가득했다. 이번엔 우주행성 테마가 새롭게 있었는데 난 이 테마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수지도 유등 구경을 신나게 했다.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언덕길을 올라가게 되었는데, 중간쯤 올라간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뒤로 돌아봐. 이렇게 보는 게 더 이뻐!”
그 말에 뒤돌아보니 우리가 올라온 언덕 아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지의 말대로 뒤돌아 보니 더 아름다웠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푸른 잔디밭과 나무 사이사이에 있는 유등의 조화가 참 보기 좋았다.
수지는 뒤돌아본 풍경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어떻게 안 것일까.
걷던 길을 멈춰 뒤를 돌아보는 아이라니, 수지의 말과 행동에 왠지 모를 감동을 느꼈다. 뒤돌아보면 더 이쁘니까 한번 돌아보라던 아이가 이 아름다운 장면을 선물해준 것 같았다.
내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이뻤는지는 뒤돌아보면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아마 지금 수지와 이 시기를 함께 보내고 있는 내 삶도 그렇겠지.
조금 더 먼 미래에 지금 이 시간을 뒤돌아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나에게 더 선명히 닿을 것 같다.
수지는 고려 충신 하공진 장군을 모신 경절사에서도 참 잘 놀았다. 경절사 안을 보더니 여기 시골 할아버지 집 냄새난다고 하면서, 여기는 한복 입고 들어가는 거냐고 두리번거리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그렇게 경절사 안을 잠시 구경하고 마당에서 징검다리 밟기 놀이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한옥 배경 때문인지 마당에서 해맑게 웃으며 노는 아이의 모습은 참 평화롭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해맑은 웃음은 더 빛을 발하고, 아이를 비춘 햇살도 더 환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넓은 진주성을 꽤 많이 걸었다.
수지가 다리 아프다고 하면 업어서 걸었다.
그렇게 업고 걷고를 반복하며 수지랑 즐거운 진주성 나들이를 했다.
어릴 때 내가 느낀 진주성은 그냥 소풍 가던 장소였는데, 진주성이 어떤 역사와 의미를 지녔는지도 몰랐고 아름답다는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은 진주성이 가진 아픈 역사를 생각하며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내가 이 아름다운 진주성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진주성의 아름다움을 충만하게 느낀다.
(*진주성 전투 : 권율의 행주대첩, 이순신의 한산도 대첩과 더불어 3대 대첩이다. 진주성 전투는 조선 중기 당시 임진왜란의 한 공방전으로, 1차 진주성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2차 진주성 전투에서는 패배했다.)
진주에 진주성이 있어 좋다. 진주는 특별한 개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남강이 있고 그 옆에 오랜 역사를 지닌 진주성이 있어 좋다. 이 아름다운 곳에 지금은 축제가 한창이다.
축제로 들뜬 분위기와 화려하게 꾸민 모습은 진주시민인 나에게는 ‘진주에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하고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축제로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다. 이 축제의 활기와 열기가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